온종합병원이 간담췌 관련 암수술 100례를 돌파했다.
[부산=일요신문] 부산 온종합병원이 올해 지방 종합병원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간담췌 관련 암수술 100례를 돌파했다.
서울아산병원 간담췌외과 박광민 주임교수를 소화기암수술센터 센터장으로 영입한 지난 3월부터 11월말까지 9개월간 혼자 이룬 성과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수의 간담췌의사들로 구성된 부산·경남·울산지역의 대학병원들의 수술 실적과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온종합병원이 새롭게 간담췌 암 수술 전문병원으로 떠오르는 계기가 된 셈이다.
온종합병원(병원장 김동헌)은 2020년 3월부터 11월말까지 소화기암수술센터(센터장 박광민·간담췌외과)에서 췌장암 등 모두 102건의 간담췌 관련 암을 수술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종류별로 살펴보면, 췌장암 36건, 담도암 27건, 담낭암 23건, 간암 16건 등의 순이었다. 월별로는 9월에 21건으로 가장 수술 건수가 많았고, 그 다음으로 7월 16건, 8월 15건, 6월 14건, 11월 13건, 10월 10건, 5월 9건, 4월 2건, 3월 2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술환자들의 입소문과 간담췌암 환자동우회 인터넷카페 등을 통해 박광민 센터장이 온종합병원에서 본격 수술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5월부터 매달 두 자릿수의 수술실적을 올리고 있다. 12월에도 수도권이나 호남 등의 대학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췌담도암 환자들의 문의기 잇따르면서 벌써 30여 건의 수술 일정이 잡혀 있다고 한다.
온종합병원이 간담췌 암 수술병원으로 세간에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박광민 센터장이 지난 5월말 70대 췌장암 3기 환자를 성공적으로 수술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대학병원 등에서 수술대기 중이던 간췌담도 암환자들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 소식을 접하고 온종합병원으로 수술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박광민 센터장은 지난 6월 하순 담관암 3기 진단을 받은 60대 남성 이 모씨를 대상으로 간담췌외과 수술분야의 꽃이라고 하는 4형 간문부 담관암 수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간문부 담관암 수술은 종양의 침범범위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고 간 문맥이나 간 동맥의 해부구조가 다양해 수술시간도 오래 걸려서 대부분 외과의사들이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센터장은 6시간의 사투 끝에 좌간 절제술과 간 미상엽(문맥 뒤쪽) 절제술, 담도 절제술, 임파선 곽청술을 동시에 시행해서 이씨의 종양을 근절했다.
박 센터장은 지난 8월말 기존엔 수술 포기했을 법한 췌장암 말기인 60대 여성 환자를 10시간에 걸쳐 간동맥과 간문맥 합병절제를 포함한 광역 췌장 전 절제술로 암을 완전히 제거하는데 성공해 외과계에 새로운 수술 표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환자는 암세포가 췌장은 물론 간동막과 간문맥을 모두 침범함 상태여서 췌장을 통째로 들어내는 과정에 간문맥과 간동맥까지 잘라내고 다시 잇는 고난도의 수술을 받았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한해 한두 건 생기는 희귀 사례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월말에는 박광민 센터장이 어른 한 뼘 넘는 길이 25㎝짜리 초대형 전이성 간암을 전방 간 절제술이라는 기법을 사용해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전방 접근 간 절제술은 떼어낼 간을 박리해서 절제하는 게 아니라, 그냥 둔 채 절제한 다음 간을 박리해야 한다. 한마디로 엄청난 출혈을 각오하고 신속히 절제하면서도 중간 정맥이 손상되지 않아야 하므로 많은 외과 의사들이 이 수술을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0대 남성 환자는 지난해 부산의 대학병원에서 직장암 수술을 받았으나 최근 간으로 전이된 사실을 확인하고 박광민 교수에게 간 절제술을 통해 간의 80%를 잘라낸 것이다. 간은 최대 80%까지 절제해도 한 달여 지나면 완전히 재생하므로 이 환자는 이번 수술만으로 완치됐다.
특히 췌장과 십이지장을 동시에 절제하는 휘플수술(Whipple’s operation)을 2시간 만에 끝냄으로써 ‘신의 손’이라는 별칭까지 얻게 된 박 센터장의 잇단 암 수술 성과가 부산·울산·경남지역의 대학병원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도권뿐만 아니라 호남, 대구·경북 등지서 간담췌 암환자들이 부산 온종합병원으로 잇따라 찾아와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온종합병원 소화기암수술센터 박광민 센터장은 “간암이 크거나, 수술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췌장암이나 담관암 진단을 받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말고 외과전문의를 통해 끝까지 치료계획을 의논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온종합병원은 수술 받은 환자들의 조속한 재활과 빠른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 기존의 방사선치료나 항암 및 화학치료 외에도 면역 및 대사 암치료, 고압산소 치료 등 해외 학회에서 인정받은 새로운 치료법을 시행하는 ‘암 재활치료센터’를 개설했다. 암 환자들이 희망을 가져도 된다”고 전했다.
박 센터장은 이어 “한번 걸리면 치명적인 결과를 맞게 되는 간과 췌장, 담도를 100세까지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국가검진 시 간 초음파나 컴퓨터 단층촬영(CT), 그리고 복부 MRI 촬영을 해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동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