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4일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부산 북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됐다. 한 의원은 득표율 42.96%로 민주당 하정우 후보(41.26%)에게 신승을 거뒀다.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는 득표율 15.76%에 그쳤다.
이로써 장동혁 대표의 한동훈 견제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지난 1월 국민의힘 최고위는 ‘당원 게시판 사건’을 명분으로 한 의원 제명을 의결했다.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에선 후보를 내지 말라는 당 안팎 요구에도 불구하고 박민식 후보를 공천했다.
박 후보 개소식에는 장동혁 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이 총출동했다. ‘친한계’를 향해서는 ‘한동훈을 지원하면 징계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선거 막판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면서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장동혁 지도부는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동훈 당선’으로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친한계가 당권파와의 주도권 싸움에서 힘을 얻는 분위기다. 한 의원은 당선 소감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넘어 시대정신이 중요한 선거였다. 대한민국 정치와 보수 정치가 어느 노선으로 가야 하는지 강력한 노선 투쟁을 했다고 생각한다. 거대 정당에서 제명당한 연고 없는 무소속 후보를 시민들께서 선택해 주셨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민심의 바람이 불었다. 보수가 퇴행하는 것을 막아내고, 그동안 발전하지 못한 북구를 발전시키고, 무엇보다 이재명 민주당 정권의 폭주를 제어하라는 시대정신이 있었다”며 “국민의힘에서 부당하게 제명됐을 때 다시 돌아가겠다고 분명히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복당 의지를 강조한 대목이었다.
‘보수 재건’ 의지도 표명했다. 한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소원했던 많은 의원님과 덕담을 나누며 통화했는데, 국민의힘 다수 의원도 보수 재건 방향은 분명히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제가 제시했던 보수 재건 명분이나 대의에 공감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느끼고 있다”며 “이번 선거 민심을 바탕으로 보수 재건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버티는 장동혁
친한계는 ‘장동혁 사퇴’와 ‘한동훈 복당’을 요구하며 장 대표 압박에 나섰다. 이들은 한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선거 결과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한 의원은 비상계엄 해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동참했던 정치적 선택을 내세워 무소속으로 원내 입성에 성공했다. 오 시장은 이른바 ‘윤 어게인’ 세력 및 장 대표와 거리를 두는 전략으로 민주당 우세 구도를 돌파했다.
친한계에서는 두 사람의 승리를 두고 보수 지지층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지지층이 ‘윤 어게인’이 아닌 합리적 보수 노선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어 우 청년최고위원은 “(한동훈) 복당은 무조건 된다고 생각한다. 정 안 되면 가처분 소송으로 해서라도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적어도 부산 북갑 선거를 봤을 때는 한동훈 대표 제명은 잘못됐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대해서 민심을 받드는 게 우리 지도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도 장 대표 사퇴 요구가 불거지고 있다. 6월 4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있는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는 장동혁 책임론이 거론됐다. 윤한홍 의원은 “당의 잘못으로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안 해도 될 고생을 했다. 당을 혁신·재편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는 더 어려워진다”고 했다. “환골탈태가 필수(한기호)” “선당후사 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양수)” 등의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장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진 않을 것으로 본다. 실제 장 대표는 6월 4일 소셜미디어(SNS)에 “모든 상황이 어려웠던 이번 선거였지만, 우리는 희망의 불씨를 지켜냈다”며 “오만하고 무도한 이재명과 민주당에 맞서서, 국민의 삶을 지키고 대한민국을 지키라는 국민의 명령일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장 대표는 “저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당원들과 함께 우리가 나아갈 새길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한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지방선거 전에는 (장동혁) 간판으로 광역단체 한 곳 빼고는 전멸할 수 있으니 좀 물러나달라, 새로운 얼굴로 치러야 될 것 같다 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2018년에 비해서는 어마어마한 성공을 한 것”이라며 “(장 대표가) 왜 사퇴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서울 송파구 등 14개 지역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장 대표에게 정치적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매개로 장 대표가 강성 지지층을 규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서울 잠실 개표소와 서울시 선관위를 잇달아 항의 방문하며 공개 행보를 재개했다. “여러분과 함께 제대로 싸우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복당이냐 신당이냐
‘친한계’는 무리한 복당을 시도할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이미 보수 재건 주도권이 한 의원에게 넘어왔다고 보고, 장 대표 스스로 물러나기를 기다리겠다는 스탠스다. 당권파 지원을 받은 박민식 후보가 15% 득표율을 보이며 한동훈 당선 저지에 실패한 상황에서 장 대표는 정치적 동력을 상실했다는 판단이다.
여기엔 당 주류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은 그동안 당권파로부터 당의 분란을 일으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는 보수 지지층, 특히 텃밭인 대구 경북에선 유효했다. 배신자 프레임으로까지 확장되면서 한 의원을 곤혹스럽게 했다. 한 의원과 친한계 역시 복당을 두고 당권파와 일전을 벌이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차기 대표는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 의원이 복당 후 당권을 잡으면 친윤계는 정치적 위기에 빠지게 된다. 당권 및 대권 경쟁자들 처지에서도 한동훈 복당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누가 받아주려고 하겠나. 장동혁한테 도움이 되나. (당권 주자인) 나경원한테 도움이 되나. (대권 주자로 떠오른) 오세훈에게 도움이 되나”라고 반문했다.
5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의원과 함께 이번 선거 승리로 보수 진영 차기 주자로 입지를 굳혔다. 그동안 장 대표와 대척점에서 서 있던 오 시장과 한 의원이 이제는 잠재적인 라이벌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둘 다 원내 세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세 불리기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뒤를 잇는다. 선거 후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장 대표 측에선 오 시장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한 의원을 견제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다만, 오 시장의 경우 현직 단체장이란 점 때문에 당분간은 국민의힘 주도권 다툼엔 거리를 둘 전망이다. 오 시장 측 핵심 관계자는 “이제 임기가 시작인데 차기나 정계개편 등에 오 시장 이름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면서도 “당을 떠나 보수 진영에서 오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중요한 현안에 목소리를 낼 수는 있을 것이다. 장동혁 지도부가 틀린 결정을 할 때도 오 시장은 지켜보진 않았었다”고 전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친윤계나 당권파에선 비대위원장을 세워 1년 정도 묵히면서 (재정비 후) 전당대회를 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며 “급격한 변화는 안 된다. 지금 비대위 뜻대로 변화한 다음에 전대를 다시 하자고 해야 한동훈을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무소속으로 머물며 친한계를 통해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유의동 의원의 행보에 시선이 모아진다. 유 의원은 국민의힘 열세 지역인 수도권에서 4선 의원 반열에 올랐다. 조국·김용남을 꺾는 저력을 보였다. 한동훈 대표 체제 때 여의도 연구원장을 맡은 인연이 있는 만큼 원내에서 유 의원이 친한계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한 친한계 의원은 “명분과 주도권을 쥔 것은 한동훈 전 대표다. 복당을 애걸하듯 할 필요 있나”라며 “의원들과의 교감을 만들어내고, 한 대표가 들어와야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무르익을 때 자연스럽게 될 수 있다. 투쟁하다시피 해서 복당하면 균열이 생기고 불협화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2년이나 총선이 남았다.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이 여유롭게 상황을 보며 스텝 바이 스텝으로 가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한 의원은 6월 5일 국회에 처음 등원했다. 비상계엄 해제 결의에 대해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길을 걸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수 재건과 이재명 정부 권력 폭주를 막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한 의원은 친한계 박정훈 배현진 한지아 박정하 고동진 정성국 진종오 정연욱 김성원 의원과 악수한 뒤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