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곳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우위를 점했지만 부산 북구갑 한동훈 후보와 경기 평택을 유의동 후보 등 보수 성향 후보들이 핵심 격전지를 가져가면서 선거의 의미는 한층 복합적이 됐다. 여기에 서울 송파구 등 일부 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개표 지연, 재투표 요구까지 겹치며 선거 막판 혼란도 적지 않았다.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진 첫 전국 단위 선거였다. 민주당은 국정 안정론과 ‘내란 청산’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국민의힘은 현 정부 견제론을 앞세웠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탄핵 사태로 불거진 보수정당 정당성 위기와 책임론을 안은 채 선거에 들어갔다. 출발선은 민주당에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선거 기간 내내 안정적 흐름만 이어간 것은 아니었다. 현금 살포 의혹으로 지난 4월 초 당에서 제명 처리된 김관영 전 전북지사가 공천 배제에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를 강행해 정청래 지도부에 ‘텃밭 관리’ 부담을 안겼고, 일부 지역에서는 조국혁신당·진보당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가 갈등으로 번져 진보 진영 내부 균열 속에 선거를 치렀다.
한편 국민의힘을 향한 비상계엄·탄핵 책임론, 장동혁 체제 리더십 논란이 보수 지지층의 이탈로만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선거 막판에는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의 위기감이 강하게 작동했고, 이 흐름은 서울과 영남권, 일부 재보선 지역의 방어선으로 이어졌다.

이번 선거 전국 구도는 민주당에 유리했지만 실제 승부는 후보 개인의 경쟁력이 정당 구도를 흔드는 장면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서울시장 선거가 대표적이다. 개표 초반에는 민주당 정원오 후보가 앞섰지만 본투표 반영이 확대된 개표 후반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역전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오 후보는 이로써 최초의 5선 서울시장 기록도 세웠다.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도 민주당 김부겸 후보 돌풍 속에 국민의힘의 방어전이 쉽지 않았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가 초박빙 경합을 벌이면서 보수 핵심지 내부의 균열 가능성이 드러났다. 동시에 막판 초접전 끝에 이룬 추 후보의 승리는 국민의힘이 핵심 정치 기반을 가까스로 지켜냈다는 의미를 갖는다.
민주당 텃밭인 전북에서도 비슷한 균열이 나타났다. 민주당 이원택 후보가 무소속 김관영 후보를 가까스로 제치며 당선돼 정청래 지도부가 ‘텃밭 이탈’이란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호남 민심이 더 이상 당연한 지지 기반만은 아니라는 경고가 남았다. 정당 구도가 강하게 작동한 선거였지만 후보 개인의 경쟁력과 공천 후유증이 지역 판세를 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평택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부산 북구갑) 등 당대표급 인물과 전은수 전 청와대 대변인(충남 아산을)·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부산 북구갑) 등 이재명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 계엄·탄핵 국면에서 보수 진영 여전사란 수식어가 붙은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대구 달성) 등 후보들이 출마해 ‘인지도 경쟁’이 두드러졌다.
특히 하정우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박민식)까지 3파전에 무소속으로 뛰어든 부산 북구갑 한동훈 후보의 승리는 계엄·탄핵 이후 보수 재편 주도권 경쟁에서 한 후보가 일정한 정치적 자산을 확보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된다.

선거 대진표가 완성된 뒤에는 현 정부 경제론과 지역 일꾼론이 맞물리며 중앙 이슈와 지역 현안이 동시에 선거판에 올랐다. ‘조작기소 특검법’ 공방과 공방에 더해 중동전쟁·고유가 대응, 반도체 주가 상승에 따른 코스피 급등, 삼성전자 파업과 AI 산업 이익 재분배 논란 등이 선거 기간 부각됐지만 여권 지지율에 미친 파급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를 둘러싼 정치권의 엇갈린 대응, 삼성역 GTX 공사장 철근 누락과 서소문고가차도 붕괴 사고 등 서울의 안전 이슈도 막판에 부각됐지만 표심을 결정적으로 흔들지는 못했다.
특히 반도체 산업 확장과 초대형 반도체 공장 건설 등 호재가 용인과 화성(동탄), 평택과 같은 반도체 일자리 집중 지역에서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선거 결과 용인시장(이상일) 선거와 평택을 재보선(유의동) 등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하면서 표심 해석은 더 복잡해졌다.
서울에서는 삼성역 GTX 공사장 철근 누락 문제와 서소문고가차도 붕괴 사고 등 시민 안전 이슈도 막판 부각됐지만 책임론 중심에 섰던 현역 오세훈 후보가 당선에 성공해 선거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선거는 역대급으로 높은 투표율과 선거 관리 혼란이 동시에 부각된 선거로 기록되게 됐다. 사전투표율이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본투표 당일에도 높은 참여가 이어지면서 여러 지역의 투표소가 붐볐다. 서울 송파구 등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고, 투표 연장 조치와 투표함 반출을 둘러싼 유권자와 선관위 간 대치, 개표 지연으로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개표 중단과 재투표를 요구하며 선관위와 민주당을 압박했고, 선거일 밤부터 다음 날(4일) 아침까지 일부 현장에서 혼란이 이어졌다. 4일 오전 오세훈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이 확정되면서 정치적 파장은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투표용지 부족에 따른 참정권 침해 논란과 선관위의 관리 책임론은 여전히 남아 있다.
높은 투표율이 여야,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했는지도 단순하게 해석하기 어렵다. 사전투표함이 먼저 열리던 개표 초반 민주당 후보들이 앞섰던 일부 지역에서는 본투표함 반영이 확대된 개표 후반 국민의힘이나 무소속 후보가 격차를 좁히거나 역전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서울시장과 대구시장 선거, 경기 평택을·부산 북구갑 등 일부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이 대표적 사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개표 흐름을 두고 사전투표와 본투표 참여층의 차이, 지역별 개표 순서, 세대별 투표 성향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높은 투표율이 곧바로 민주 진영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과거의 경향성도 더 이상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평가에 힘이 실린다.
이번 선거는 출구조사의 한계도 드러냈다. 사전투표와 본투표 표심 차이, 박빙 지역의 개표 순서, 투표 연장 지역의 지연 개표가 겹치면서 본투표일 저녁 출구·예측 조사와 다음 날 아침 실제 개표 결과 사이 간극이 커졌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는 정권 안정론에 더 큰 힘을 실었지만 여권의 일방 독주까지 허락하지 않은 것으로 정리된다. 비상계엄·탄핵 이후 보수정당의 구조적 위기가 민주당 우위의 큰 판을 만들었고, 정권 초반 안정론은 민주당의 지방권력 확대로 이어졌다. 정부·여당은 보다 강한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국민의힘은 각 지역 후보의 개인 경쟁력과 지역 내 정치 기반, 표 분산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재건의 최소 기반은 남았다. 다만 이러한 기반이 단기간 내 전국적 확장력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당 내부에서는 패배 책임론과 함께, 서울시장 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 승리 성과를 향후 당 재건으로 이어가는 주도권을 두고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는 “민주당이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우위를 보였지만 꽤 중요한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에서 패배해 정 대표가 밀어붙인 전략공천과 인재 영입에 대한 책임론이 나올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한 오세훈 후보와 국회에 입성하게 된 한동훈 후보의 당 개편 주도권 싸움으로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