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졌는데. 서울을 져버렸는데….”
민주당 한 관계자의 말이다. 민주당의 지방선거 성적표에 대한 한 줄 평가다.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이자 민주당이 가장 공을 들였던 지역 중 한 곳인 서울을 정청래 지도부는 탈환하지 못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은 6월 4일 오전 9시 30분 현재 48.94% 득표율로 민주당 정원오 후보(48.34%)에 역전승을 거뒀다. 오 당선인은 5선 서울시장이 됐다.
민주당은 주요 격전지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선 무소속 한동훈 당선인(42.96%)이 초접전 끝에 민주당 하정우 후보(41.26%)를 1.7%포인트(p) 차로 제치고 승리했다. 경기 평택을에서는 국민의힘 유의동 당선인이 34.83%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됐다. 대구 달성에서는 국민의힘 이진숙 당선인이, 울산 남갑에서는 국민의힘 김태규 당선인이, 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에서는 국민의힘 윤용근 당선인이 각각 민주당 후보를 꺾었다.
경남지사에선 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에게 2.57%p 차로 패배했다. 험지인 대구에서는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45.05% 득표율을 올리며 선전했지만, 국민의힘 추경호 당선인에게 약 11만 표 차(8.87%p)로 졌다. 김 후보는 “제 개인의 패배이지 변화를 열망하는 시민의 패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조승래 사무총장도 “서울시장을 이기고 경남 도지사 선거도 이기고 대구시장 선거도 이겼으면 또 금상첨화였겠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쉬움이 있다고 해서 승리가 아닌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격전지로 꼽은 서울·부산·대구·경남·전북·울산 중 세 곳(부산·전북·울산)에서 승리했다고 강조했다.
무소속 김관영 후보가 돌풍을 일으켰던 전북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왜 현직 도지사가 민주당 후보로 안 나오고 무소속으로 나왔을까 그거에 대해서 약간의 혼란이 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혼란이 정리된 것이 가장 큰 (승리) 이유”라고 했다. 이어 조 사무총장은 전북 내 모든 지역을 민주당 후보가 석권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앙당에서의 적절한 지원도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당 지도부는 ‘험지 승리’도 강조했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차지했다. 민주당 우상호 후보가 당선되며 험지인 강원도지사 탈환에 성공했다. 동해시와 횡성군에서는 이정학 당선인과 장신상 당선인이 각각 승리를 거뒀다. 21대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득표율이 높게 나온 지역이었다.
서울 등 일부 접전지 패배 원인으로는 구조적인 한계를 꼽았다. 조 사무총장은 “(서울·대구·경남은) 민주당이 실제로는 압도적으로 여론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정치적 또 인구 구조적인 지형이 되고 있지 못한다”며 “(2018년 북미 정상회담 같은) 핵폭탄급 이슈가 주어지면 구조가 바뀌게 되는데 그런 것이 없는 상황에서는 모든 선거는 (접전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청래 책임론 고개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도부 책임론’이 감지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국민의힘 자중지란 등 여러 호재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비롯한 승부처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는 14석 중 9석에 그쳤다. 오히려 의석수가 3석 줄었다. 윤준병 의원은 소셜미디어(SNS)에 “지방선거 승리의 외양은 화려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장에서 석패했다면 금번 지방선거를 더불어민주당이 완승했다고 할 수 없다”고 적었다.
앞서의 민주당 관계자는 “지방선거 첫 번째 척도가 서울시장 탈환인데, 우리가 불리한 선거도 아니었고 유리한 선거였다”며 “평택 같은 경우도 조국도 안 되고, 김용남도 안 됐다. 부산 (북갑도) 져버렸다. 대구라도 이겨야 했는데 대구도 졌다. 경남도 졌다. 내용상 완전히 져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가 지방선거가 아니라 사실상 차기 당권 경쟁의 연장선으로 치러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권리당원 19만 명이 있는 전북은 차기 당권 경쟁과 직결된 지역으로 꼽힌다. 무소속 김관영 후보는 ‘컷오프 이중잣대’ 논란을 부각했고, ‘친청 대 반청’ 구도를 만들며 돌풍을 일으켰다(관련기사 ‘반청’ 바람 심상찮네…정청래 연임 걸림돌 떠오른 전북).
민주당 다른 관계자는 “선거는 구도·인물·정책이다. 당이 구도를 만들어가는데, 그 구도가 지선이 아니라 당대표 경선 구도였다”며 “국정을 지지한다면 전북에 할애할 절반이라도 경남에 써야 했다. 김경수는 이재명 정부의 가장 큰 국정 운영 틀인 5극 3특의 상징적인 존재다. 부산 북갑이나, 평택, 서울, 상징적으로 신경 쓸 곳이 많았다. 전북에만 그렇게 당력을 집중했다. 누구에게 좋나. 정 대표에게 좋은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전북에서 이원택과 김관영이 갈등했다. 평택을에선 조국과 김용남이 싸웠다. 누가 헤게모니를 더 장악하느냐로 (보인 것 같다). 이재명 정부가 잘한다는 것과 별개로 민주당을 꼭 찍어줘야 하겠다는 마음이 줄어드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 의원은 “경선 때 민주당 내에서 너무 싸웠다. 그 과정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민주당을 찍으러 투표장에 나오겠나. 당에서 괜찮은 사람을 공천하고 초반부터 밀어주는 전략이 필요한데, 무조건 다 경선이다. 이렇게 해버렸다. 지도부가 전략적으로 잘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책임론이 거세질 경우 정 대표의 연임 행보는 가시밭길이 될 전망이다. 정 대표는 높은 인지도, 강성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 등 연임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선 때는 전국을 순회하며 당원들과 활발하게 접촉했다. 이번 선거에서 대승을 거둘 경우 8월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의 승리는 기정사실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송 당선인은 인천 계양을을 이 대통령에게 넘겨준 인물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계양을 대신 연수갑을 선택하며 선당후사 이미지를 부각했다. 연수을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하며 6선 고지에 올랐다. 친명계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당권 주자인 김민석 국무총리는 6월 중 사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김 총리는 JD 밴스 부통령과 만나는 등 주요 외교 현안을 다루며 존재감을 나타냈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전북 익산 한 아파트에 전세 계약을 했고, 호남 관련 일정을 꾸준히 소화했다. 여당 의원들과의 접촉도 늘렸다(관련기사 두 토끼 노리는 정청래, 과연? 민주당 시선은 벌써 차기 당권 전쟁으로).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전북 수성’에 대해 “(유권자들이) ‘미워도 다시 한번’ 했을 뿐이다. (무소속 돌풍) 구도를 호남에서 만들어낸 것 자체가 (정청래) 비토론이 실재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바닥 민심이 ‘미워도 다시 한번’임에도 불구하고 정 대표 공천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고 갈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평론가는 “(정 대표는) 실제 표심에 얼마나 영향이 있었는지와는 별개로 소위 ‘오빠 논란’ 이런 것에 대한 책임 있다”며 “지금 친청 대 반청 구도인데, 반청에서는 이런 (실책을) 모아서 연임 불가론으로 갈 것이다. 이런 구도와 환경을 종합하면 빨간불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