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후보는 임시전당대회·전 당원 1인 1표제·민주당-조국혁신당 합당 내홍 이후 소강상태였던 ‘명청 갈등’ 뇌관을 다시 자극했다. 김 후보는 “당정청 관계가 겉으로는 문제없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 대표로 인해 이재명 대통령이 고충을 겪고 있다”며 “향후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낙선시키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무소속 출마를 두고 교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5월 26일 이 대통령과 김 후보가 통화한 적 없다고 밝혔다. 한민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김 후보가 지속적으로 이재명 대통령과의 사전교감설을 언론 등에 흘린 이유는 분명하다”며 “이재명 대통령을 팔아 전북 도민을 속이고 선거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고자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북지사 선거가 ‘민주당 대 무소속’이 아닌 ‘친청 대 반청’ 구도로 흐르는 이면엔 경선 파동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4월 1일 민주당은 ‘돈봉투 영상’을 이유로 김관영 당시 전북지사를 제명한다고 밝혔다. 영상에는 김 후보가 저녁 식사 자리에서 10여 명의 청년에게 돈봉투를 건네는 모습이 나온다. 김 후보는 대리운전비로 준 돈이고, 다음날 회수했다는 입장이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도 기각됐다.
반면 민주당은 이원택 후보의 ‘식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2025년 11월 전북 정읍·고창 지역 간담회 성격 모임에서 비용을 김슬지 도의원이 대납했다는 의혹이다. ‘돈봉투 제공’ 의혹에 휩싸인 유찬종 종로구청장 후보도 직을 유지했다. 중앙 선관위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에서 정 대표는 유 후보를 당 대표 특별보좌역으로 임명했다. 김 후보 측은 당 지도부가 유독 자신에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반발했다.
4월 8일 대구 현장 최고위원회 직전 비공개 사전회의에서 이언주 최고위원은 윤리감찰단 조사가 부실하다는 취지의 문제제기를 했다. 강득구 황명선 최고위원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전 당원 1인 1표제·민주당-혁신당 합당 논란 때 정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이들이다. 공천 문제가 ‘친청 대 반청’ 갈등으로 번진 것이다.

반면 ‘친청계’ 최민희 의원은 4월 23일 소셜미디어(SNS)에 “공천 불복과 이를 우회적으로 부추기는 이언주 등 최고위원님들. 의원이라고 개인적 친소관계가 없겠는가”라며 “공천 불복 단식을 빌미로 정청래 당대표를 공격하는 것은 뭔가”라며 정 대표를 엄호했다.
전북에서의 정청래 비토 기류는 △현역 도지사 소명 전 컷오프 △지도부 컷오프 이중잣대 논란 △김관영 인물론 △ 군산·김제·부안 갑을 지역 전략공천 논란 △안호영 단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김관영 지사는 (전북에서는) 대외적인 인지도가 있는 큰 사람(엘리트)이 왔다는 인식이다. 그리고 이원택 후보도 비슷한 게(식사비 대납 의혹) 있는데 왜 김관영과 차별을 하냐는 정서”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북지사 공천뿐만 아니라 군산 갑을 공천에 대해서도 ‘(낙하산 공천으로) 우리를 무시했다’라는 인식이다. 이런 게 다 연동돼서 (전북 민심을) 대신해 싸워줄 사람으로 김관영 지사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택 후보의 ‘김관영 내란 방조’ 메시지도 역풍을 일으켰다는 평이다. 이 후보는 3월 김 지사가 지역계엄상황실을 설치한 35사단과 협조 체계를 유지했다며 ‘계엄 방조 및 동조’ 의혹을 제기했다. ‘정치생명’을 걸고 이 의혹을 제기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러나 특검은 국헌 문란 목적이 존재했다고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며 불기소를 결정했다. 전북 지역 한 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 밀리니 ‘내란 몰이’를 했는데, 너무 타당하지 않은 것을 했다. 누가 봐도 지금 (이원택 후보가) 역풍을 맞은 것”이라고 했다.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연대 사무처장은 일요신문에 “이곳은 민주당 텃밭이다. 텃밭 사람들이 결정하게 해야 하는데 (지도부가)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크다”며 “(낙하산 공천 등으로) 도민 정서가 고려되지 않았고, (선택할) 권리 자체를 정 대표가 뺏어버렸다는 것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반정청래 바람이 좀 불었다. 정 대표의 이중 잣대가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조차 지도부가 자초한 상황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진성준 의원은 5월 27일 전북도의회 기자 간담회에서 “김관영 후보의 돈봉투 문제가 불거졌을 때 단호하게 사안을 처리한 것은 잘했다”면서도 “이원택 후보의 식사비 대납 의혹이 발생했을 때는 너무 성급하게 결정했다”고 했다. 진 의원은 “(안호영 의원의) 천막 단식농성을 한 모습이 결국 민주당 후보에게 등을 돌리는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지도부는 ‘김관영 제명’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한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시 (돈봉투) 영상이 명백했다. 이원택 의원은 서로 상대가 있어 다툼의 여지가 있었다. 사안이 다르다. (김 후보는) 조치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뒀으면 (선거에) 큰일이 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선 무효형이 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 주변에선 김 후보 측이 선거 승리를 위해 근거 없는 ‘반청 프레임’을 과도하게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앞서의 핵심 관계자는 “(김 후보 측이) 선거 승리를 위해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그 안에 거짓이 있다. 친명, 친청, 반청, 이 문제도 거짓이다. 대통령과 통화했다. 교감이 있었다. 이것도 거짓”이라며 “김 후보의 모든 선거 행태가 온당치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전북 지역 표심이 향후 정 대표 연임 도전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전북 지역 권리당원은 19만 명으로, 전체 권리당원(최대 150만 추산)에 비하면 10% 수준이다. 하지만 전북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이 지역에서의 ‘반청’ 분위기는 정 대표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월 권리당원과 대의원 표의 가치를 같게 하는, ‘1인 1표제’를 도입한 바 있다. 정 대표가 강하게 추진했던 이 룰은 8월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처음 적용된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