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적으로 스포츠에서 정치와의 연계는 피해야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도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며 축구와 정치가 연계되는 것은 경계한다. 실책을 반복하던 대한축구협회도 이 같은 규정을 방패막이로 정부의 개입을 피해왔다.
하지만 국내 K리그의 현실은 다르다. 정치권과 엮이는 것이 필연적이다. 대부분 각 시·도민구단 소재지의 지자체장이 당연직으로 팀의 구단주를 맡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사실상의 '시·도립구단'이다. 운영비의 대부분이 지자체 예산에서 나온다.
자연스레 시·도민구단은 구단주인 지자체장에게 크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지자체장은 공직자임과 동시에 민선 정치인이다. 어떤 정치인에게는 구단이 '자신의 작품'이었다면 다른 이에게는 '눈엣가시'가 되기도 한다. 매 경기 유니폼을 챙겨입고 자신의 구단을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구단주가 있는가 하면 취임 초기부터 '해체', '매각'을 입에 올리는 이가 있다. 특히 지자체의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 경우, 구단은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구단이 '보은'의 자리가 된다. 지자체장 당선에 큰 기여를 한 인물이거나 측근 인사가 구단 수뇌부에 앉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단 '낙하산' 인사가 아니더라도 구단주가 바뀌면 감독이나 코치도 교체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축구계 역시 이를 이용해왔다. 선거 철이면 유력 후보들 뒤에 '줄'을 선다. 구단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도지사나 시도의원 자리에 어떤 후보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구단의 차기 감독이나 단장 후보가 다르게 거론된다.
후보 선거 유세 현장에 축구인이 적극 나설 때면 '자리를 약속 받았다'는 소문이 곧장 뒤따른다. 감독이 되기 위해선 전술보다 '정치인을 잘 알아야 한다'는 말은 축구계에서 현재도 유효하다.
이름과 얼굴이 잘 알려진 축구인들은 비교적 조심스러웠다. 이번 선거에서도 일부 지자체에서는 '한쪽 후보에 과거 구단에 몸담았던 행정가들이 선거운동을 돕는다'는 후문이 돌았다. '선거를 돕는 이들이 구단 복귀를 꿈꾼다'는 말과 함께였다.

이번 선거 결과도 축구계 초미의 관심사다. 상당수 광역·기초 지자체장 자리에 새 인물이 들어옴에 따라 17개 시·도민구단 중 8개 구단의 구단주가 바뀐다.
1부리그인 K리그1에서는 5개 시·도민구단 중 3개 구단의 구단주가 바뀌게 됐다. 강원 FC(우상호 강원지사 당선인), 인천 유나이티드(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인), 광주 FC(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다.
즉각적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구단은 인천이 꼽힌다. 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인은 인천축구전용경기장(중구 도원동) 시설 현대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중 스스로를 '인천 유나이티드 구단주 후보'라며 대형 LED 전광판 도입, 노후시설과 관람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시설 개선은 현역인 유정복 인천시장 임기부터 추진되던 일이다. 2020년대에 들어서며 꾸준히 전광판 교체 등이 언급됐으나 실현되지는 않았다. 경기장은 2012년에 준공돼 약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반면 우상호 당선인, 민형배 당선인의 경우 선거기간 중에도 시민구단에 대한 이렇다 할 언급은 찾기 어려웠다. 우 당선인은 경쟁 후보인 현역 김진태 강원지사가 '프로야구단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자 이를 비판하며 "강원 FC나 잘 하라"라고 언급한 정도다. 다만 강원은 그간 구단주가 바뀔 때마다 구단 운영 기조가 다소 달라진 사례가 있어 팬들은 긴장감을 품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K리그2에서는 김포 FC(이기형), 대구 FC(추경호), 천안 시티 FC(장기수), 파주 프런티어 FC(손배찬), 김해 FC(정영두) 등의 구단주가 바뀐다. 파주와 김해 상황에 눈길이 쏠린다. 이들 모두 구단의 프로리그 진입 1년 차에 구단주 교체를 맞게 됐기 때문이다.
#4년 더 함께 할 구단주들
구단의 프로화를 추진한 구단주가 재선에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파주, 김해와 함께 이번 시즌부터 K리그2에 입성한 구단주다. 향후 4년을 이어서 구단주 역할을 맡게 됐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 출마 당시 용인 FC 창단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를 실현시킨 바 있다. 이들보다 1년 앞서 프로 무대에 입성한 화성 FC 구단주, 정명근 화성시장도 임기를 연장했다.
경기 안양의 최대호 시장은 리그 내 가장 자주 언급되는 구단주 중 한 명이다. 구단 창단 과정을 주도했던 그는 평소에도 경기장에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 선거에서 3선에 성공하면서 그간 추진하던 축구전용구장 건립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이외에도 부천 FC(조용익), 수원 FC(이재준), 충남아산 FC(오세현), 성남 FC(신상진), 경남 FC(박완수) 등이 기존 구단주와 함께한다. 대부분이 그간의 운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일부는 취임 초기 구단 운영이나 지원에 부정적이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운영 예산을 증액해 적극 지원에 나선 경우도 있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보통 지자체장이 관내 기업 소속 구단 경기장에 방문했을 때 팬들의 반응이 시큰둥한 경우가 적지 않은 반면 시·도민구단 팬들은 구단의 성적만 어느 정도 뒷받침된다면 지자체장의 방문을 열광적으로 환영해주는 분위기여서 지자체장 입장에선 꽤 매력적인 상황"이라며 "임기 초반엔 큰 관심이 없다가도 우연한 계기로 발을 들여 경기장을 자주 찾는 지역 정치인이 많다. 정치인과 축구 구단이 일부 운명을 함께하는 상황은 앞으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