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는 저지대 베이스캠프, 멕시코는 내부 잡음…남아공 ‘1승 상대’ 평가 속 한국은 고지대 준비 속도전
[일요신문] 2026 북중미 월드컵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준비 과정이 있었다. 여전히 대표팀과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눈길은 싸늘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월드컵 시계는 돌아간다. 체코,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차례로 만나는 일정이 임박했다. 대표팀은 이미 현지 적응 훈련에 돌입했다. 경쟁 국가들은 어떤 상황에 놓여 있을까.
대표팀은 손흥민 등 주요 자원 대부분이 소집 훈련에 돌입했다. 사진=KFA 제공#막차 탄 체코, 고지대 적응은 손 놓았다?
이번 월드컵은 변수가 많은 대회로 전망된다. 역대 최초로 3개국이 공동으로 개최한다. 캐나다, 멕시코, 미국 모두 영토가 넓은 국가다.
특히 대한민국 대표팀이 속한 A조는 변수가 더 있다. 조별리그 6경기 중 체코와 남아공의 경기(매치데이2)를 제외하면 5경기가 멕시코에서 열린다. 멕시코의 월드컵 개최 도시 세 곳 가운데 멕시코시티와 과달라하라는 해발 1600m 이상의 고지대에 경기장이 자리하고 있어 선수들의 적응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미 적응훈련에 돌입한 멕시코, 대한민국과 달리 체코는 고지대에 대한 별다른 대비가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월드컵 유럽 지역예선에서 플레이오프를 거치는 등 '막차'를 타고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이에 현지 베이스캠프 관련 선택지가 없었다. 이에 해발 180m에 위치한 미국 텍사스주 맨스필드에 둥지를 틀었다. 경기 전날에야 멕시코 땅을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캠프를 해발 1500m의 미국 유타주로, 본캠프는 과달라하라로 선택한 대한민국 대표팀 상황과는 대조를 이룬다. 체코 대표팀으로선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적응이 어려울 수 있다.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이 늦어지면서 대비할 여유가 없었던 탓이다. 반면 대한민국 대표팀은 2025년 9월 평가전을 미국으로 잡으며 현지답사를 하는 등 발 빠른 준비에 돌입한 바 있다.
다만 준비상황이 미흡하다고 해서 체코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 각 포지션 곳곳에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자원들이 포진돼 있다. 특히 최전방의 파트릭 시크(바이어 레버쿠젠)가 경계 대상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레버쿠젠에서만 210경기 103골을 기록 중이다. 최전방에서 기회를 포착해 결정을 짓는 능력에 특화돼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2020년대 들어 바르셀로나(스페인), 아스널(잉글랜드), 바이에른 뮌헨(독일), AC 밀란(이탈리아) 등 각국 빅클럽과 꾸준히 이적설을 만들어오기도 했다.
시크가 앞서 팀을 이끌고 있다면 파벨 슐츠(올림피크 리옹)는 떠오르는 별이다. 최근 마무리된 2025-2026시즌, 새롭게 입단한 소속팀에서 리그 27경기 11골 3도움을 기록, 에이스로 활약했다. 이에 올림피크 리옹은 리그 순위를 끌어올려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게 됐다. 대표팀에서는 월드컵 지역예선 플레이오프 덴마크전에서 골을 기록하며 월드컵 본선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
2025년 9월 대표팀은 멕시코와 평가전을 치러 2-2로 비겼다. 당시 라울 히메네즈, 산티아고 히메네즈에 골을 허용했다. 사진=KFA 제공#멕시코, 대표팀 둘러싼 잡음
어느 대회든 개최국을 만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개최국은 현지 적응이 필요 없고, 압도적인 응원을 등 뒤에 업을 수 있다. 상대가 북중미 최강자로 장기간 군림한 멕시코라면 더욱 그렇다.
역사상 세 번째 월드컵 개최에 성공한 멕시코는 당연하게도 대회에서 높은 자리를 노린다. 준비 과정부터 비장함이 느껴진다. 멕시코는 지난 5월 6일부터 조기 훈련에 돌입했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18일에 1차 캠프로 떠난 것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움직임이다.
하지만 멕시코의 빠른 소집 훈련이 효과 면에서는 의구심이 뒤따른다. 멕시코 역시 주축 자원 다수가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다. 5월 초부터 시작한 소집훈련은 멕시코 자국리그에서 활동하는 선수 위주였다. 이에 더해 멕시코 리그 일정 진행을 무시하고 선수들을 소집해 반발을 초래했다.
멕시코는 축구 열기가 특히나 뜨거운 국가로 꼽힌다. 하지만 현재 멕시코 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지지는 이전과 다르다. 최근 한 평가전에서는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대표팀을 둘러싼 멕시코 내 잡음은 장기간 이어졌다. 멕시코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전까지 7개 대회 연속 16강에 진출하며 강팀으로서 면모를 보여왔으나 당시의 실패는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이후 대표팀은 끊임없이 의심의 눈초리가 뒤따르고 있다. 지난 4년간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혼란이 이어졌다. 4년 새 세 명의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북중미 네이션스리그, 코파 아메리카 등 지역 대회에서의 부진으로 앞서 두 명의 감독을 경질했다.
멕시코와 함께 월드컵에 도전할 감독은 베테랑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다. 홍명보 감독이 선수로서 전성기를 보내던 1990년대 중반 이미 감독 커리어를 시작했다. 멕시코 국가대표와의 인연은 세 번째다. 앞서 두 번의 월드컵(2002년, 2010년)에서 멕시코를 16강으로 이끈 바 있다. 이번 월드컵 A조 4개국 중 가장 명망이 높은 감독이지만 자국 팬들 사이에서 의심의 눈초리는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신선함보다는 익숙함을 선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파 조기 소집 강행으로 인한 반발 역시 아기레 감독의 독단에서 나온 결과였다.
그럼에도 멕시코가 무서운 이유는 공격진의 무게감에 있다. 장기간 대표팀 최전방을 맡아온 라울 히메네즈(풀럼)는 이번 시즌 역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준수한 기록(36경기 9골)을 남겼다. 다만 차기 주자로 각광 받던 산티아고 히메네즈(AC 밀란)는 부상과 수술 등으로 공백이 길어 무득점에 그쳤고 반년째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남아공은 2010년 자국에서 대회를 개최한 이후 최근까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었다. 사진=연합뉴스#‘1승 상대’ 남아공
남아공은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이번 월드컵에서 우즈베키스탄, 요르단 등 아시아와 퀴라소, 아이티 등 북중미 약소국과 함께 최약체로 꼽힌다. 현재 피파랭킹은 A조에서 가장 낮은 60위다.
역대 월드컵 경험도 많지 않은 남아공이다. 그간 본선 무대에 3회 진출했고 조별리그를 뚫어낸 경험은 없다. 마지막 월드컵 본선 참가는 자국에서 대회를 개최했던 2010년이다. 당시 '개최국은 항상 16강에 진출한다'는 징크스를 깬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당시 대회에서 남아공은 1승 1무 1패를 기록, 조 3위에 그쳤다.
이번 대회 지역예선에서도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다. 아프리카 강호 나이지리아를 누르고 조 1위를 차지해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낸 점은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본선에 진출한 9개국 중 가장 낮은 승점을 기록한 부분이 저평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
남아공은 A조 4개국 중 '스타 파워'가 가장 약한 팀이기도 하다.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멕시코, 체코와 달리 이들은 발 빠르게 월드컵 본선 26인 엔트리를 발표했다. 이들 중 19명이 남아공 리그에서 뛰고 있는 자원이다. 나머지는 미국, 노르웨이, 키프로스 등에 분포돼 있다. 빅리그로 분류될 수 있는 무대에서 뛰는 이는 공격수 라일 포스터(번리)뿐이다.
라일 포스터는 스피드가 강점으로 꼽히는 공격수다. 득점력 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이번 시즌 소속팀에서 27경기 3골 3도움을 기록했다. 현 소속팀 번리에서 3시즌간 활약하며 커리어 하이는 한 시즌 5골이다.
남아공의 스쿼드 대부분이 자국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해서 이들을 마냥 쉬운 상대로만 볼 수는 없다. 마멜로디 선다운스, 올랜도 파이리츠 선수들이 대거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꾸준히 손발을 맞춰온 이들이기에 조직력 면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다.
고지대 적응은 앞섰지만…한국 대표팀 앞에 놓인 ‘기후 복병’
2026 북중미 월드컵 개최국 중 하나인 멕시코를 제외하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인다.
대표팀은 지난 5월 16일 대회 최종 명단 발표 이후 18일 일부 선발대가 1차 캠프지로 떠났다. 1차 캠프는 대표팀의 첫 두 경기 장소인 멕시코 과달라하라와 해발 고도가 유사한 미국 유타주에 차렸다.
전문가들은 고지대 적응 여부가 이번 대회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산소 포화도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기압이 낮아 인체로 들어가는 산소량은 줄어들 수 있다. 평소와 같은 운동량이라도 고지대에서는 심박이 빨리 오르고 회복이 늦어지게 된다.
고지대 환경은 선수들의 신체 외에 경기 내적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압차 탓에 공의 움직임이 다르다는 증언이 이어진다. 월드컵 최종명단에 승선한 조현우는 최근 대한축구협회가 공개한 동영상 콘텐츠에서 "예상과 다르게 공이 온다. 공중볼이 특히 그렇다"는 말을 남겼다. 고지대 지역에 연고지를 잡은 멕시코 리그 구단들은 이에 중거리 슈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기도 한다.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고지대 환경,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적극 대응에 나섰다. 대회에 임박해 현지로 이동하는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경쟁국과 달리 대회 개막을 한 달 가까이 앞둔 시점부터 고지대 훈련에 돌입했다. 약 3주간의 1차 캠프 생활 이후 6월 5일에는 멕시코 과달라하라로 이동한다. 어느 때보다 준비 과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앞서 대표팀은 현지 적응 실패, 준비 미흡으로 시련을 겪은 바 있다. 홍명보 감독이 팀을 이끌었던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대표팀은 유독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대회 이후 일부 선수들은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음을 털어놨다. 출국 이전 맞은 예방주사가 문제가 된 것이다. 출국 직전에 주사를 맞았고 대회를 앞두고 훈련 기간에 후유증으로 고생을 했다는 전언이 이어졌다.
이 같은 시행착오에 대한축구협회는 환경 조성에 공을 들였다. 1차와 2차로 나뉜 현지 적응 훈련 과정이 그 결과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차 캠프지 선정에 대한 지적이다. 국제무대 경험이 많은 한 지도자는 "물론 협회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겠지만 아쉬움이 있다. 1차 캠프지 솔트레이크시티와 경기가 열리는 과달라하라가 고도는 비슷하지만 기후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두 도시의 위도는 다르다"면서 "기온은 비슷할 수 있으나 습도가 다르다. 선수들이 뛰는 데 있어서 습도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호흡에 예민한 선수의 경우 또 새롭게 적응을 해야한다. 지금 일정을 조정하거나 캠프를 옮길 수는 없는 상황이다. 선수들이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대비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남겼다.
문체부 압박 못 견뎠나…정몽규 회장, 월드컵 끝나면 사직서 제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월드컵 개막까지 약 2주를 앞둔 시점,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몽규 회장은 압도적 지지율로 4선에 성공했으나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게 됐다. 사진=KFA 제공대한축구협회는 29일 정 회장의 사의 표명 의사를 전했다. 정 회장은 성명서를 내며 "이번 월드컵이 끝난 뒤 물러나고자 한다. 대표팀이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는 것이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앞서 압박에 시달려 왔던 정 회장은 먼저 팬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홍명보 감독이 선임되는 과정에서 불투명한 과정이 지적을 받았다. 이에 팬들은 정 회장이 친선경기 등 공식석상에 얼굴을 비출 때면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더해 2024년에는 회장직 임무수행과 관련한 논란으로 현안질의 참석차 국회에 드나들어야 했다. 축구계 인사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질타도 받았다.
정부의 압박도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축구협회 특정 감사를 실시한 이후 정 회장에 대한 직무 정지 수준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축구협회는 소송전에 나섰으나 법원도 문체부의 손을 들어줬다. 또한 정부는 최근 '국가정상화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회장 선거 직선제 도입 등 축구협회를 다시 겨냥했다. 결국 정 회장이 더 이상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퇴 발표 시기를 놓고는 반응이 엇갈린다.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기다. 대표팀의 집중력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축구계에서는 차기 회장에 대한 설왕설래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숱한 논란 속 정몽규 체제는 13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앞서 2025년 2월 협회장 선거에서 85.6%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당히 4선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일부 축구인들은 정 회장 측에 표를 던지면서도 '대안이 없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갑작스러운 사퇴로 향후 축구협회가 어떻게 흘러갈지 눈길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