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은 아스널이었다. 그간 상위권 성적을 이어가면서도 유독 우승과는 인연이 없어 이번 챔피언 등극은 감격이 더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아스널은 리그를 선도하는 팀이었다. 아르센 벵거 감독 부임 이후 전술 트렌드를 주도하면서도 트로피를 수집했다. 2003-2004시즌에는 시즌 38경기에서 단 한 경기도 패하지 않으며(26승 12무) 우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기록적인 무패 우승 이후, 아스널은 점차 정상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경기장 건설에 나서면서 선수단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던 시기도 있었다. 장기간 리그 우승 없이 결국 벵거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놨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부임한 2019년 이후 팀은 분명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리그 우승에는 이르지 못했다. 문제는 맨체스터 시티가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내던 때와 시기가 겹쳤다는 것이다. 이들의 힘이 빠지자 리버풀이 선전하기도 했다. 이에 아스널은 최근 3년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장기간 전력을 다져 온 아스널은 드디어 이번 시즌 기회를 잡았다. 단단한 수비력은 유럽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보였다. 비교적 득점이 적었음에도 수비력으로 승점을 쌓을 수 있었다. 세트피스에서의 집중력도 돋보였다. 결국 22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아르테타 감독이 약 7년 만에 이룩한 성과였다.
아스널은 미래 또한 기대되는 팀으로 평가받는다. 부카요 사카, 데클란 라이스, 윌리엄 살리바 등 주축 자원 대부분이 20대 중반으로 전성기를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마일스 루이스 스켈리, 맥스 다우먼 등 어린 유망주들도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향후 아스널이 리그를 꾸준히 지배하는 팀으로 지속성을 보일 수 있을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인 선수와 인연이 깊은 구단들은 유난히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불과 1년 전 손흥민이 뛰며 유로파리그 우승을 함께 만들어냈던 토트넘 홋스퍼는 가까스로 1부 리그 생존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에도 강등권 바로 위인 17위를 기록했던 토트넘이다. 다만 차이는 있었다. 18위와의 격차가 커 실질적인 강등 위험은 크지 않았다. 그러면서 유로파리그에서는 순항했고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토마스 프랭크 감독 체제로 시작한 이번 시즌, 2025년 연말부터 급격히 흔들리며 순위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한때 리그에서 15경기 연속으로 승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팀은 갈피를 잡지 못했고 올해 2월이 돼서야 프랭크 감독을 경질했다. 소방수로 부임한 이고르 투도르 감독도 팀을 추스르지 못했다.
투도르 감독이 리그 5경기에서 승점 1점만을 따내자 팀은 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토트넘은 가까스로 강등권에서 순위를 끌어올렸고 잔류를 확정지을 수 있었다.
토트넘은 여전히 '빅6'로 불리는 큰 구단이다. 강등은 곧 재앙이 될 수 있다. 1970년대부터 꾸준히 지켜 온 1부 리그에서의 역사가 무너질 수도 있었다. 시즌 막판 전임 주장 손흥민이 응원의 영상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이들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살아남은 토트넘과 달리 황희찬이 소속된 울버햄튼 원더러스는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며 2부리그로 향했다. 울버햄튼은 개막 직후부터 5연패를 기록하며 부진에 빠졌다. 시즌 중반 강등은 기정사실이 됐다. 2026년 1월, 20라운드에서야 시즌 첫 승을 기록할 정도로 부진은 지속됐다.
황희찬 역시 쉽지 않은 시즌을 보냈다. 리그 26경기에 출전(선발 18경기) 2골 2도움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아직 계약 기간은 2년이 남아 있으나 급격히 줄어들 팀의 예산에 이적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133경기 24골 7도움을 기록한 프리미어리그 커리어가 마무리될 수도 있다. 황희찬이 리그마저 옮긴다면 프리미어리그에 한국인 선수가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2025-2026시즌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에서 '한 시대의 끝'을 고한 시점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 리그에서 맹활약을 이어왔던 전설들이 작별 인사를 남겼다.
시즌 최종전이 열린 25일(한국시간) 리버풀 홈구장 안필드에서는 성대한 고별식이 열렸다. 지난 9시즌간 리버풀을 넘어 리그의 간판으로 활약한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가 마지막 경기를 치른 것이다.
'프리미어리그 킹'으로 불리던 살라는 리버풀에서 통산 442경기 출전 257골 123도움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리그에서만 190개가 넘는 골을 기록했다. 손흥민과의 공동 수상을 포함해 득점왕만 네 번을 차지했다.
측면 수비수 앤디 로버트슨도 리버풀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살라와 함께 장기간 핵심 멤버로 활약하며 리버풀의 성공을 이끌었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FA컵, 리그컵 등 가능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같은 시간, 맨체스터 시티 팬들도 눈물을 흘렸다. 현역 최고의 사령탑으로 평가받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마지막 경기를 지휘한 것이다. 10년간 팀에서 20개의 크고 작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이뤄낸 리그 4연패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조차도 만들지 못한 기록이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지냈던 그가 당분간은 휴식을 취할 것이라는 예측이 뒤따른다.
과르디올라 감독과 함께 장기간 성공시대를 이끈 미드필더 베르나르두 실바, 수비수 존 스톤스도 맨시티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맨시티로선 다음 시즌 대대적인 팀 개편이 불가피하게 됐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앞서 팀을 떠나는 것을 발표하며 "떠나는 이유는 특별히 없다. 마음 깊은 곳에서 지금이 적당한 시기라고 느낀다"며 "영원한 것은 없다"는 인사를 남겼다. 팬들은 다음 시즌 시작될 새로운 시대를 기다린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