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SBS 그것이 알고싶다
지난해 9월 딸이 누군가에게 납치됐다는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현장 CCTV를 통해 여러 명에게 강제로 끌려가는 딸 김정희 씨(가명)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정희 씨의 행방을 추적하던 경찰은 그녀가 납치되기 전 남긴 의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자신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 한 여성을 죽여 암매장하는 것을 본인이 직접 목격했다는 것. 정희 씨를 무사히 구출한 경찰은 그녀를 납치한 동거인들을 추궁한 끝에 경상남도 거창군의 야산에서 암매장된 한 여성의 시신을 찾아낼 수 있었다.
피해자는 두 달 전 이들의 셰어하우스로 들어온 스무 살의 이미소 씨(가명). 시신에는 생전 심한 폭행이 가해졌던 듯 멍과 골절 흔적으로 가득했다. 미소 씨는 왜 온몸에 피멍이 드는 고통 속에서 목숨을 잃어야만 했던 것일까. 대체 그들이 동거하던 공간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
“베란다에서 24시간 생활했으니까. 나오지 못했으니까. 방으로, 거실로.”
장현수(가명)는 SNS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게 된 미소 씨를 익산에 위치한 본인들의 거처로 불러들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미소 씨의 생활은 베란다로 한정됐고 무차별한 폭행이 시작됐다.
“성매매 있잖아요. 그거 시켰어요.”
“진짜 ‘악마를 보았다’를 본 것 같았어요, 저는.”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데려온 목적과는 달리 성매매를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미소 씨는 그 공간에 갇혀 벗어날 수 없었다. 마치 감옥과도 같았던 그곳은 축소된 성매매 업소와 다를 바 없었다.
납치되었던 김정희 씨 역시 그들에게 매일같이 성매매를 강요당했고 그들은 도망칠 수도 없이 감금된 상태로 온갖 착취를 견뎌내야 했다. 같은 시각 이미소 씨의 가족들은 가출 신고를 접수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그녀의 행방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잔혹한 폭행 속에서 제대로 된 끼니를 챙기지 못함은 물론이고 화장실도 갈 수 없어 베란다 안에서 해결해야 했던 미소 씨는 결국 싸늘한 주검이 되어서야 그녀의 소식을 기다리던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유인해 사망까지 이르게 하고 낯선 곳에 유기까지 한 이들과의 만남은 그저 불운한 우연인 걸까. 그들은 왜 미소 씨와 정희 씨에게 손을 뻗었던 걸까.
“알고 데리고 왔죠. 모르고는 데리고 올 수 없죠.”
우연의 일치라기엔 그녀들에게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지적장애가 있다는 것. 그들은 정말 지적장애인을 타깃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일까.
제작진은 취재 과정에서 같은 피해에 노출된 여성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SNS와 랜덤 채팅앱 등으로 연결된 관계로부터 피해를 입는 그들. 지금 이 순간에도 범죄의 표적이 되는 그녀들은 감금, 폭행, 강제적인 성매매와 같이 끔찍한 범죄에 본인들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서도 그곳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한 번이 아닌 수차례 반복적으로 위험에 노출되는 그들은 온라인 세상의 검은 손으로부터 안전해질 수는 없는 것일까. 이 악의 고리를 끊을 방법은 없는 걸까.
지적장애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들을 면밀히 되짚어보며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한 대안이 무엇인지를 논하고 그들이 처한 현실 속으로 한 걸음 다가가 보고자 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