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0일 열린 혼다 어코드 신차발표회. 발매 20여일 만에 2백40대가 팔리며 현대차를 긴장시키고 있다. 임준선 기자 | ||
최근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 업체인 혼다가 본격적인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자동차업계가 초긴장하고 있다. 혼다가 대대적인 광고마케팅을 통해 시장공략에 나서면서 내수시장의 터줏대감인 현대자동차와 정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혼다의 상륙에 긴장하는 이유는 벤츠, BMW 등 수입차 업체들이 공략했던 ‘고급 대형차’ 시장이 아닌 ‘중형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 전체 자동차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국내 중형차시장은 현재 현대차의 텃밭이다. 때문에 이 시장을 뺏길 경우 현대차는 국내 자동차시장의 맹주라는 위상마저 위태롭다.
기존의 수입차 업체들이 풀라인업을 위해 중형차를 판매한 적은 있었지만, 혼다처럼 중형차를 먼저 갖고 들어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는 게 수입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혼다의 상륙작전에 바짝 긴장하고 나선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는 그동안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최근 맹추격한 르노삼성과 더불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국내 중형차 전체 판매대수를 보면 연간 현대차와 르노삼성이 각 7만 대, 기아차 2만3천 대, GM대우 1만3천여 대 수준. 최근 ‘SM5’를 앞세운 르노삼성이 맹추격을 하기는 했지만, ‘쏘나타’에서 ‘그랜저’로 이어지는 현대차의 중형차 인기는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혼다의 국내 입성에 대해 현대차는 다른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에 진출했을 때보다 훨씬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혼다는 현대차의 주력인 중형에서 대형차에 이르는 양쪽 라인을 모두 걸친 차종을 들고 들어왔다는 점에서 신경을 쓰고 있다”며 “혼다 진출 소식이 알려진 이후 긴급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혼다는 이번에 대형이 아닌 ‘중형차 시장 개척’이라는 것 이외에도 “수입차는 비싸다는 인식을 깨겠다”며 저가로 국내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어 향후 현대차와 한판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직까지 “국내 중형차 시장의 절대 강자는 우리”라며 적극 대응을 선언하고 나선 현대차와 “한국 중형차 시장의 판도 변화를 꿈꾼다”는 혼다코리아. 국내 중형차 시장을 두고 펼쳐질 대전쟁은 어떻게 될까.
혼다는 지난달 초 ‘혼다코리아’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입성했다. 혼다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지난 1980년대 초반 국내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가 판매부진으로 인해 철수한 과거가 있다고 한다. 이후 혼다는 ‘혼다코리아모터싸이클’이라는 법인으로 국내 시장에서 모터싸이클을 판매하다가, 10여년 만에 자동차시장에 재입성한 것.
과거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만큼, 한국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혼다코리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런 혼다의 아픈 경험이 이번 재입성에 도움은 준 것은 사실로 보인다. 런칭한 지 20여일 만에 무려 2백40여 대의 차량을 판매하는 대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지난달 10일 혼다의 세단 ‘어코드’ 출시 행사를 가진 이후, 20일 동안 총 2백40대를 팔았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하루에 10대 이상이 팔린 셈이다.
과거 ‘국내 단시간 최다 판매’라며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회자됐던 일본차 렉서스의 한 달 판매대수는 1백 대였다. 혼다의 ‘어코드’ 모델이 이처럼 선풍적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이미 세계 시장에서 베스트셀러카로 인정받은 인지도와 3천만원대의 수입차라는 합리적인 가격 때문.
혼다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혼다의 ‘어코드’ 모델은 지난 1976년 처음 출시돼 28년간 여섯 차례에 거쳐 풀체인지됐으며, 현재까지 1백40개국에서 총 1천3백만대가 판매됐다고 한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어코드’의 가격은 2천4백CC 3천3백90만원, 3천CC 3천8백90만원.
▲ 현대 뉴그랜저XG | ||
주요 전략은 386세대 공략과 고객제일주의를 앞세운 차별화된 서비스. 혼다코리아는 주요 타깃층을 남들과 차별되는 색다른 자동차를 원하면서, 대형차는 부담스러워하는 386세대로 잡았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시판중인 ‘어코드’는 다이나믹 스포티 세단으로 외관 디자인은 젊고 스포티한 느낌이고, 실내는 고급스러운 거실소파와 같은 가죽으로 처리했다”며 “감각적인 386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특히 혼다코리아는 수입차 업체 최초로 ‘4년 10만Km’ 무상 수리라는 파격적 조건을 내걸었다. 이 관계자는 “무리하게 판매대수를 책정하기보다는 차원이 다른 고객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4년 10만Km 무상 수리 조건은 다른 수입차 업체나 국내 업체와 차별화되는 전략”이라고 자신했다.
또 오는 10월경 SUV 미니밴 차량인 ‘혼다CRV’를 런칭할 예정. 혼다는 초반의 기세를 몰아 올 하반기에만 총 6백여 대를 팔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혼다의 적극 공세에 바짝 긴장한 현대차는 일찍부터 혼다의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분위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혼다의 입성에 대비해 전략을 벌써 세웠다”며 “중형차 시장을 그대로 뺏기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대차가 내세운 전략은 ‘비교품질’과 ‘고객 홍보 강화’. 현대차는 자사의 ‘그랜저XG’ 모델이 혼다의 ‘어코드’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는 ‘비교 대응책’을 펼 예정이다. 오히려 혼다의 ‘어코드’의 진출을 현대차의 내수공략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부 매장에서 혼다 ‘어코드’와 현대차 ‘그랜저XG’와 비교시승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 기술이 뒤떨어지지 않다는 것을 고객들이 직접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차는 ‘그랜저XG’ 등이 해외에서는 호평을 받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오히려 해외보다 인지도가 낮다고 자체 평가하고, 일반 고객들에게 이를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의 JD파워 등 유수의 자동차 평가기관으로부터 품질을 인정받았지만, 국내의 일반 고객들에게 이 사실이 제대로 홍보되지 못한 것 같다”며 “향후 고객 홍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가하면 현대차는 오는 7월 뉴EF쏘나타의 후속인 ‘NF(개발명)’와 내년 초 그랜저XG 후속모델을 속속 선보일 예정이어서 혼다와의 맞승부가 불꽃을 튀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