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무치씨 | ||
대우건설 매각 주간사 선정과 관련해 자산관리공사 내부에 비리의혹이 있다며 커밍아웃(Comming out)을 하고 나선 강무치 전 자산관리공사 감사가 입을 열었다.
강 전 감사는 지난달 말 자산관리공사의 부서장 등 관계자들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 자산관리공사의 내부 비리를 세간에 폭로한 주인공이다.
자산관리공사는 국내 부실채권처리를 도맡아 하고 있는 공기업.
지난 98년을 전후해 대우그룹 등 국내의 큰 회사들이 부도가 나 사실상 부실 채권들이 넘쳐나면서, 이에 대한 처리를 맡고 있는 자산관리공사는 늘 관심 기업이었다.
특히 자산관리공사가 부실 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여러 회사의 매각 작업을 진두지휘하다보니, 공사 안팎에서는 막강한 주도권을 갖고 있는 자산공사에 대해 의혹의 눈길도 많았다.
이런 와중에 현직에 있는 공사 감사에 의해 본부장급 내부 직원의 비리 문제가 폭로되자 정부에서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 강 전 감사가 검찰에 내부 직원을 고발한 이후, 그와 연락이 닿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히 지난 3일 강 전 감사는 임기가 만료돼 회사를 나온 터였다. 강 전 감사는 전남 고흥 출신으로 동국대 법대를 졸업한 이후 줄곧 감사원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지난 2001년 감사원 기획심의관이었던 당시 금감위로부터 자산관리공사 감사로 선임돼 지난 3년간 공사 감사로 일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자산관리공사 공보실 관계자는 “문제가 있던 직원은 직위 해제를 시키는 등 수습이 된 상황인데 감사가 검찰에 고발까지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불만스러워했다.
▲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입주해 있는 아셈타워. 자산공사 수사를 계기로 검찰이 다른 공기업까지 수사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태윤 기자 | ||
강 전 감사는 “임기가 만료되는 것과는 상관없다. 자산관리공사는 회사 매각 등 중요 업무를 도맡아 하는 곳이어서 향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비리가 저질러지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에 검찰에 고발하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가 이 사건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한 제보자의 제보 때문이었다고 한다.
강 감사에게 제보를 한 제보자는 “대우건설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채점표의 점수가 바뀌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강 전 감사는 처음에는 이 제보자에 대해 “내부 직원이냐, 외부 관계자들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지만, 제보자 보호를 위해 딱히 누구라고 공개하기가 어렵다”며 대답을 꺼렸다.
그러나 이후 기자가 “제보를 한 직원이 최근 공사에서 단행한 인사이동에서 지방으로 전보 발령났다고 전해들었다”고 되묻자 “사실이다”고 밝혀 자산관리공사 내부 직원이 제보를 한 것임을 인정했다.
항간에서 이번 사태를 두고, ‘자산관리공사 내부 분열’, ‘직원 파벌 싸움’이라고 말하는 것과도 일맥 상통하는 것이다. 강 전 감사는 이 제보자에 대해 “공사측에서 여러 이유를 댈 수도 있지만, 이번 일로 인한 보복성 인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전 감사에 따르면 이후 그는 제보자의 제보를 중심으로 대우건설 매각 주간사 선정에 대한 실사에 나섰다가 비리 혐의를 포착했다고 한다. 대우건설 매각주간사 선정 업무는 공사 내 해외사업본부 중 국제업무부에서 맡고 있었다.
강 전 감사에 따르면 이 본부에서 주간사 선정에 필요한 채점 기준표를 임의로 바꿔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한 흔적이 발견됐다는 것. 그는 채점의 선정기준은 재경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산하 매각심사소위원회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공사 직원이 함부로 바꿀 수 있는 사항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강 전 감사에 따르면 외부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당시 이 채점표의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에 유력했던 타사를 제치고 골드만삭스-LG투자증권 컨소시엄이 대우건설 매각 주간사로 선정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당초 이 주간사 선정에는 JP모건-대우증권 컨소시엄, 씨티은행-삼성증권 컨소시엄 등 서너 곳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였다. 대우건설 매각 주간사가 될 경우 매각에 따른 커미션이 1백50억원에 달해 업계의 최대 이슈였다.
▲ 송광수 검찰총장 | ||
그러나 강 전 감사는 실무진 이외에 공사의 다른 관계자들까지 여기에 관계됐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하지 못했다. 강 전 감사는 “일단 내가 혐의를 포착해 고발한 것은 실무진 3명뿐”이라며 “검찰 수사를 통해 보다 명백히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자산관리공사는 외부에서 보듯이 파워라고 하면 큰 파워를 지니고 있는 집단”이라며 “3년 동안 근무하며 직원 비리를 포착해 검찰에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조직의 특성상 이런 일이 앞으로도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이번 일이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이번 사태에 대해 자산관리공사는 별 일 아니라는 표정이다. 자산관리공사 공보실 관계자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내부에서 정리가 다 된 사항인데 외부에서 문의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지검 특수 3부 박형관 검사는 “며칠 전 사건을 배당받아 현재 조사를 준비중이며 조사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상황을 공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강 전 감사에 의해 배임죄 등으로 고발된 실무진들의 해명을 직접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응답하지 않아 구체적인 입장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한편 자산공사가 대우건설 매각주간사 선정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향후 다른 공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이어지는 뇌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송광수 검찰총장은 “공기업의 업무수행과 관련한 비리가 만연하고 있는 만큼, 이를 눈여겨볼 것”이라고 밝힌 것.
강무치 전 자산관리공사 감사가 공사에서의 3년에 대해 평가하면서 언급한 부분과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특히 송 총장이 “이미 상당수 공기업 내부비리를 밝힐 만한 자료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혀 향후 공기업 비리 문제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