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건설이 지난 5월 유동성 위기 소문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등 홍역을 겪었지만 지난 8월 11일 잠정 영업실적 공시에서 영업이익, 매출액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며 ‘유동설 위기’ 소문이 루머에 불과한 것으로 판명됐다. |
지난 5월 여의도 증권가를 뜨겁게 달궜던 두산건설 위기설의 일부다. 당시 두산건설 위기설은 두산그룹 전체 주가를 요동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 같은 소문은 사실과 달랐다. 올 들어 두산건설의 실적은 상당히 양호한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 분기 영업이익을 크게 앞질렀을 뿐만 아니라 전년 동기대비 영업이익도 크게 앞선 상태다. 이처럼 루머가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를 퍼뜨린 배후를 놓고 건설업계에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지난 8월 11일 두산건설은 잠정 영업실적을 공시했다. 이날 공시한 2분기 영업이익은 339억여 원. 지난 1분기 영업이익(약 134억 원)보다 197.5%, 전년 동기(약 290억 원) 대비 42.5% 늘어난 수치다. 매출액도 6041억여 원으로 역시 1분기 실적(약 5414억 원)보다 크게 늘었다. 올 들어 전반적인 건설사들이 대규모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을 볼 때 괄목할 만한 실적이라는 평이다.
이 같은 두산건설의 호실적은 지난 5월 증권가를 뜨겁게 달궜던 소문들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당시까지만 해도 두산건설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는 등의 소문이 나돌면서 증권가를 중심으로 홍역을 치렀다. 이는 두산그룹 전체의 주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해당 소문으로 주식이 급락했음은 물론이다. 이번 잠정 영업실적을 볼 때 당시 여의도 증권가를 떠돌던 두산건설 위기설은 근거 없는 악성 루머에 불과했음을 보여준다.
눈길을 끄는 점은 두산건설의 위기설이 나오기 시작한 시점이다. 여의도 일대를 중심으로 두산건설의 위기설이 퍼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중순부터. 물론 이전에도 비슷한 위기설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이때까지는 대부분 건설사들이 비슷한 소문에 휩싸여 있던 시기다. 올 들어 실시된 금융당국의 건설사 신용평가와 금융권 PF 만기를 앞두고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비슷한 루머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두산건설의 루머는 조금 달랐다. 우선 소문의 중심이 된 건설사들의 경우 대규모 공사 수주전에서 뒤처지거나 자금 압박으로 자진해서 수주를 포기하고 나선 곳이 많았다. 반면 두산건설은 당시 루머가 퍼진 시점에 앞서 수천억 원 규모의 재건축 사업을 수주한 상태였다.
이처럼 호조세를 보이고 있던 두산건설인 만큼 당시의 악성루머는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당시 악성 루머를 두고 두산건설 내부에서는 “지난 5월 중순 있었던 고덕주공 6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과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두산건설은 지난 5월 15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124번지 일대 아파트 1520가구를 신축하는 고덕주공 6단지 재건축 사업권을 따냈다. 두산건설은 당일 열린 조합원 총회 결과 전체 880명 중 321명의 지지를 얻어 최종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는 총 4000억 원 규모의 공사다.
두산건설은 고덕 6단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174%의 높은 무상지분율을 제시하며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었다. 함께 입찰에 참여했던 현대·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은 151%, 대우건설은 162%를 제시했다.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기존에 인근 단지 재개발 과정에 참여한 업체들을 고려해 암묵적으로 업계에서 무상지분율에 대한 동의가 있었다”며 “그 수준은 160%에 못 미치는 선이었다”고 전했다.
문제는 두산건설이 이처럼 이례적으로 제시한 높은 무상지분율의 불똥이 인근 재건축 입찰에 참여한 건설업체들로까지 튀었다는 점이다. 두산건설이 고덕 6단지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 둔촌주공 재개발 조합원들이 자체적으로 무상지분율 마지노선을 160% 이상으로 정해놓자 건설사들의 해당 단지 시공사 입찰 포기가 줄을 잇고 있다.
심지어 이미 시공사 선정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재협의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이미 현대산업개발로 시공사가 선정된 고덕 4단지의 경우 두산건설이 6단지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 본 계약에서 건축설계를 감안하면 기존 143%의 지분율이 너무 낮다며 조합원들이 재협의를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고덕주공 3단지의 경우 175% 이상의 무상지분율을 약속하지 않으면 기존 시공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이처럼 오랫동안 재건축 단지와 협상 진행 혹은 계약을 맡았던 건설사들이 두산건설의 174%의 무상지분율 제시에 따라 곤욕을 치르면서 두산을 향한 비난도 거세질 수밖에 없었다. 고덕주공 한 단지 재건축 입찰에 참여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의 ‘무조건 맡고 보자’는 식의 고덕 6단지 입찰 과정이 해당 단지에 참여한 업체들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며 “더불어 두산건설이 과도한 수준의 무상지분율을 제시한 것은 해당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재건축 시장에 참여한 업체들까지 어려움을 겪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산건설 측은 이런 건설업계의 분위기가 지난 5월 여의도를 강타한 두산건설 부도설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경쟁업체들이 보복성으로 악의적 소문을 퍼트리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에 두산건설은 지난 7월 초 경찰에 소문의 근원을 찾기 위한 수사 의뢰서까지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에서는 “두산건설이 너무 오버하고 있다”는 의견도 더러 있다. 두산건설과 함께 고덕 6단지 입찰에 참여했던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두산건설의 내부 정보를 어떻게 알고 경쟁업체들이 이를 흘릴 수 있겠느냐”며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침 뱉는 격”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