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23일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이 정부과천청사에서 2010년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8월 23일 ‘2010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뒤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재정부는 요즘 삼성의 행보를 예의 주시 중이다. 그 까닭을 따라가 봤다.
세제개편안 중에서 재계의 눈길을 끈 것은 임투세액공제 폐지였다. 임투세액공제는 이름과는 달리 ‘임시’적인 제도는 아니었다. 1982년에 기업들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 한시적으로 기업의 설비투자 금액의 일정 부분을 법인세나 사업소득세에서 공제해주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임투세액공제인 것.
그런데 문제는 올해까지 29년 가운데 단 8년만을 제외하고 21년이나 운영되면서 임시가 아닌 상설제도가 됐다는 점이다. 정부가 임투세액공제 폐지로 늘어날 세입을 연 1조 900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는 점에서 보듯이 임투세액이 기업에 주는 혜택은 상당하다.
또 다른 문제는 임투세액공제 금액의 85%를 대기업이 가져가다보니 부잣집에 돈을 더 얹어주는 꼴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임투세액공제가 대기업 연말 보너스가 돼버렸다는 지적이 정부 내부에서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대기업들이 연말 엄청난 액수의 보너스를 ‘투하’하는 것이 임투세액공제분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임투세액공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실제 지난해에는 폐지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국회에 임투세액공제 폐지안이 들어간 뒤 대기업들의 로비가 강력하게 펼쳐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임투세액공제 폐지시 피해가 가장 큰 삼성이 전 방위적으로 뛰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삼성은 주력업종이 전자이다 보니 설비투자 금액이 다른 기업들보다 많은 탓이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당초 ‘임투세액공제 종료’를 담았던 원안이 지방기업에 대한 임투세액공제 한시 연장으로 바뀌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지방을 수도권 이외가 아닌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이외 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과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하이닉스반도체 이천공장 등이 임투세액공제 연장의 혜택을 받게 됐다.
지난해 삼성 등 대기업에 패퇴(?)를 했던 재정부에서는 올해는 ‘작전’을 바꿨다. 임투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고용을 늘린 기업에 대해 고용인원 증가분에 상응하는 투자세액공제를 해주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취업이 최대 화두로 떠오른 점을 활용한 셈이다. 이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청년 고용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를 확대 적용토록 했다. 청년을 고용할 경우 고용인원 1명을 1.5명으로 계산해 세액공제를 해주도록 한 것이다.
이번 세제개편은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거두고도 고용이나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주영섭 세제실장은 세제개편안 브리핑 이후 기자들에게 “(임투세액공제 폐지와 관련한 대기업의 입장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나 학자들의 절대 다수가 바람직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같이 반대가 빤한 대기업의 의견 수렴을 아예 배제한 셈이다.
그러나 세제개편안 발표를 전후해 재계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재정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세제개편안 발표 전날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제조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98.4%, 중소기업의 81.2% 등 응답 업체의 84.7%가 ‘임투세액공제 연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며 압박에 나섰다. 발표 당일에는 전경련과 대한상의가 잇달아 논평을 내고 임투세액공제 폐지가 기업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에서 ‘아쉽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 재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세제 개편이 본질적으로 삼성 등 고도화된 장비산업을 갖춘 기업에는 불리하기 때문이다. 삼성 등 고도화 장비산업을 갖춘 기업은 중소기업처럼 투자를 늘린다고 해서 상대적으로 고용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임투세액공제가 고용창출형 투자세액공제제도로 바뀔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삼성의 손에 달려 있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회복되는 상황에서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이 ‘이러면 곤란하다’고 나오면 정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
김서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