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4세 주가조작 꼬리 밟힌 사연

국내 굴지의 재벌 4세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하다 적발되는 재벌가의 모럴해저드 사건이 벌어졌다.

10대 재벌인 D그룹 4세인 박아무개씨(40·현 C사 부회장)는 현직 변호사와 공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로 막대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최근 벌금형을 받았다.

금융감독원과 검찰에 적발된 박씨와 변호사인 또다른 박아무개씨(44)는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을 대상으로 주가조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박 부회장을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 벌금 2천만원을 부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 부회장은 D그룹에서 독립해 지난 2002년 4월부터 C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이 회사의 최대주주다.

박 부회장이 이번 내부자거래 사건에 연루된 것은 지난 2002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감원에서 박 부회장을 포함한 10여 명의 주가조작 혐의자를 적발하고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통보했다.

검찰 조사결과 박 부회장 등은 지난 2001년 7월 ‘거래소 상장 기업인 (주)이룸(현 케이아이티비)이 별정 통신업체 인수와 유상증자를 통해 화의인가가 날 것’이라는 미공개 정보를 취득한 뒤 차명계좌로 이룸 주식을 사들여 각각 수백만~수천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것.

실제로 케이아이티비는 2001년 9월 잇츠티비라는 별정 통신업체를 인수했다. 박 부회장은 잇츠티비에 2000년 11월부터 2003년 3월까지 등기이사로 재직했었다.

당시 박 부회장은 잇츠티비의 대표이사는 아니었지만 사내에서 ‘회장’으로 불렸을 만큼 사실상 경영에 깊숙이 간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잇츠티비쪽에선 “과거에 박 부회장이 이사로 재직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박 부회장과 함께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 변호사는 이룸의 화의인가 과정에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부회장은 잇츠티비와 케이아이티비에서 모두 등기이사로 올라와 있던 점에 비춰 두 회사의 지분을 상당 부분 갖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케이아이티비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박 부회장은 2002년 3월부터 2003년 3월까지 등기이사로 재직했다.

박 부회장 등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으나, 최근 증권거래법 위반 사실을 시인해 약식기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증시에선 이들이 케이아이티비 주가를 조작해 벌어들인 시세차익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케이아이티비 주가가 낮았기 때문. 하지만 내로라하는 국내 굴지의 재벌가 자제가 주가조작에 가담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는 점에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박 부회장의 경우 향후 모기업인 D그룹의 경영권 계승 1순위로 꼽히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게 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