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예비문화도시에 선정됐다. 문화도시는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예비문화도시를 거쳐 법정문화도시에 최종 선정되면 5년간 문화사업 관련 사업비 150억 원을 지원받아 지역별 고유한 문화자원을 활용하여 문화 창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이번에 문체부는 ▲문화도시 추진 필요성 및 방향의 적정성 ▲조성계획의 타당성 ▲문화도시 실현가능성 ▲지자체 관련 사업간 연계와 협업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칠곡군을 비롯 10개 지자체를 예비문화도시로 선정했다.
칠곡군은 ‘인문적 경험의 공유지 칠곡’을 비전으로 지난 2년간 법정 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지역 내 다양한 계층과 세대의 의견을 반영해 문화도시 조성계획을 수립하고 주민의 다양한 문화실험 활동을 통해 내실을 다져왔다.
문화도시 법정지정을 위해 예비문화도시 기간인 올해는 문화도시 거버넌스 구축, 문화도시 생태계 네트워크 육성(파일럿 사업), 문화거점공간 플랫폼 형성, 문화도시 공유 및 확산 등 4개 분야에서 ▲문화도시추진위원회·문화도시시민추진단·문화도시지원센터·문화도시위원회 운영 ▲도시경영체계 거버넌스 구축 ▲권역·키워드별 의제 발굴 ▲라운드테이블 ‘평상~만나보지(枝)’ ▲문화도시 활동가 배움터(사람) ‘우리, 배아야지(知)’ ▲시민당사자 협력형 공모사업(활동) ‘우리, 해봐야지(志)’ ▲생활권별 공간 플랫폼 형성 사업(장소) ‘우리, 노나야지(地)’ ▲인문적경험 공유사업(공유) ‘또시랑또시랑, 댕기야지(之)’ ▲인문적 경험공유 온·오프라인 홍보(확산) ‘너캉나캉, 가치살지(持)’ 등 10개 사업을 구상하고 준비할 방침이다.
한편 칠곡군은 광역단체에서나 시도할 법한 지역 폰트 일명 ‘칠곡할매서체’도 제작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지역 폰트는 서울, 경기, 부산 등 대도시나 일부지자체 등에서 홍보를 위해 제작돼 왔으나, 이번 칠곡할매서체는 뒤늦게 한글을 깨우친 다섯 할머니들의 삶의 애환이 담긴 글씨로 폰트를 만든 것이라 그 의미가 크다.
“애미야 이거 내 글씨로 맹글었다. 한글 ‘뽄트’란다.” 이번 폰트 제작 참여자 왼쪽부터 권안자(76), 이원순(83), 추유을(86), 김영분(74), 이종희(78) 할머니. (출처=칠곡군)
칠곡군은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한글을 배우게 된 할머니 400명 중 개성 있는 글씨체의 다섯 분을 선정해 폰트를 제작, 칠곡군 홈페이지에서 개인 및 기업 사용자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폰트 이름은 제작자의 이름을 따 ▲칠곡할매 권안자체 ▲칠곡할매 이원순체 ▲칠곡할매 추유을체 ▲칠곡할매 김영분체 ▲칠곡할매 이종희체로 지었다.
할머니들은 4개월 동안 펜을 몇 번씩 바꿔가며 영어와 특수문자에서 어려움을 겪었으나 한 사람당 2000여 장에 달하는 종이를 사용하는 등 폰트 만들기에 정성을 기울여 참여했다.
폰트제작 참여자인 이종희(78) 할머니는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나. 우리 아들, 손주, 며느리가 내가 죽고 나면 내 글씨를 통해 나를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최초 한글 전용 박물관인 우리한글박물관에서 칠곡할매서체가 전시됨에 따라 더욱 의미가 깊어졌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오른쪽)과 정승각 그림책 작가가 칠곡할머니 서체로 제작한 표구를 들고 있다. (출처=칠곡군)
칠곡군은 칠곡할매서체를 지역 축제 등 공식행사 현수막과 티셔츠, 홍보용품, 농산물 포장 디자인 등에 활용하고 휴대폰, 태블릿 피시 등의 모바일 환경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할머니 글꼴을 개발해 배포할 예정이다.
백선기 군수는 칠곡할매서체와 문화예비도시와 관련해 “또 하나 값진 문화유산을 만들어냈다. 인문학 마을로 다져진 칠곡군민의 힘이 이뤄낸 성과”라며 “인문적 경험을 도시전체로 확산하고 타 도시와도 공유하는 문화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도에 35만여 명이 다녀간 지역의 대표 축제인 낙동강 세계평화문화대축전 마저도 아쉽게 취소하는 등 우리의 일상들이 무너지고, 비대면 사회로 급속히 전환돼 군민의 삶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며 “언택트 시대, 문화로 여유롭고 관광으로 즐거운 고품격 문화관광도시 칠곡을 완성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칠곡 평화분수와 사계절 썰매장, 평화전망대, 칠곡보 생태공원, 관호산성 둘레길, 낙동강 역사너울길 등의 지역명소에 더해 올해 공예테마공원, 호국평화 테마파크 등의 마무리 작업에 매진해 생태·역사·문화·예술·체험을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맞춤형 체험관광 실현으로 지역정체성 확보와 경제 활성화로 품격 높은 문화관광도시를 완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최부건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