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급작스런 입장 변화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참패와 국무총리 및 장관 청문회에 대한 민심 이반을 겪은 수도권 여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부동산 대책을 앞두고 고흥길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등이 정부에 압박발언을 지속적으로 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DTI 규제 완화가 한 번 무산될 때도 정치권의 압력이 만만치 않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간 떨어진다.
이보다 좀 더 설득력을 가진 것은 최근 더블딥 분위기를 보이는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정책이라는 분석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산업생산이나 민간투자나 소비 모두 양호한데 유독 건설만 힘을 못 쓰고 있다. 건축은 올해 들어 지지부진하고, 토목도 전월대비 7% 감소하는 등 약세”라면서 “수도권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건설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건설은 특히 서민들의 체감 경기와 닿아있는 곳이 많아서 침체가 장기화되면 서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혀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었다.
그렇다면 이처럼 건설 회복을 위해서는 DTI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머뭇거린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재정부 인사들은 ‘시그널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및 건설 침체 현상을 회복시키려고 내놓은 DTI 규제 완화를, 시장에서 정부가 더 이상 부동산 가격 하락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할까 걱정했다는 것이다. 임종룡 재정부 1차관이 대책 발표 당시 “부동산시장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며 이를 수호하기 위해 한시적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서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