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 ||
이는 최근 경기불황의 여파가 서민층에게 먼저 영향을 미치면서 중개업소에 나오는 급매물이 주로 서민층이 주로 사는 중소형 평형 아파트가 대다수를 차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불황으로 서민들의 아파트 구매력 또한 급격히 떨어져 소형평형 아파트의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이와 함께 아파트를 여러 채 가진 1가구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정부의 양도세 및 보유세 강화로 다주택자들이 소형평형을 먼저 팔고 있는 것도 주요 이유가 되고 있다.
고속철도 역세권에 위치해 부동산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경기도 광명시 일대가 그런 경우. 철산동과 하안동에 있는 재건축 아파트는 물론이고 중층 일반아파트 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주택거래신고제, 개발이익환수제 등 부동산 공개념을 기본으로 한 초강도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이 나온 이후 한두 달 새 지역과 평형에 관계없이 1천만∼3천만원 정도 아파트 값이 떨어졌다.
이러한 광명지역 아파트 값 하락 현상을 좀 더 세밀히 관찰해 보면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30평형대 아파트보다 10∼20평형대의 하락이 눈에 띈다는 것. 중개업소에 나온 급매물도 10∼20평형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광명 하안동은 15평형부터 31평형까지 다양한 평형의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이 중 주공 31평형은 현재 2억7천만∼2억8천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지난해 정부의 10·29대책 전 최고 3억원까지 거래됐으니 3천만원이나 떨어진 셈이다.
주공 19평형도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지난 연말 최고 1억3천만∼1억4천만원까지 거래됐지만 현재 3천만원 정도 떨어진 1억∼1억1천만원선에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두 아파트 모두 평균 3천만원 정도 하락했지만 아파트 값 대비 하락폭은 31평형보다 19평형이 더 크다. 하락률로만 보면 31평형은 최고가에서 10% 하락했지만 19평형은 이보다 두 배가 더 높은 21%나 떨어진 셈이다.
중개업소에 나오는 매물의 성격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31평형은 매물도 적고 가격 흥정도 쉽지 않은 반면 10평형대는 급매물이 많아 시세보다 좀 더 낮은 가격으로 거래가 성사되고 있다.
하안동 로마공인 이송윤 사장은 “경기 불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서민들은 아파트를 팔고 전세로 옮겨가려고 해도 매수자가 없자, 값을 더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중산층이 밀집한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목동1단지 20평형은 지난해 10·29조치 이후 최고 5천만원이 떨어졌다. 20평형은 지난해 최고 3억2천만원까지 거래됐었고 매도자들이 내놓은 가격은 최고 3억5천만원까지 갔었다.
하지만 현재 거래가 사라진 가운데 2억7천만∼2억8천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최고 4억2천만원까지 거래됐던 27평형도 3억8천만∼4억원으로 주저앉았다. 27평형은 20평형보다는 가격 하락폭이 적었지만 최근 부동산시장 침체로 10% 정도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반면 실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45평형은 쏟아지는 정부의 정책에도 8∼9억원선에 형성된 시세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초강력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을 내놓게 만든 주범인 강남구도 지역 내 중형 아파트보다 소형 아파트가 찬밥신세가 되고 있다. 1가구 다주택자에게 양도세와 재산세를 중과하는 등 불이익이 예상되자 소형 아파트를 팔아 ‘몸집 줄이기’에 나서거나 소형 아파트를 팔고 중대형 아파트를 사는 ‘갈아타기’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 개포동 대치·대청아파트는 14∼26평형으로 구성돼 강남구에서 재건축단지를 빼고는 가장 평형대가 작은 단지다. 이들 단지의 아파트는 인근 중대형 평형 단지보다 가격 하락폭이 더욱 크다.
이 아파트 14평형은 분당선 개통과 인근 중·대형아파트의 가격 상승으로 최고 2억4천만원까지 호가했다. 하지만 다주택자들이 대거 매물을 쏟아내면서 가격이 내리기 시작해 직접 입주할 아파트가 아니면 1억8천만∼1억9천만원이면 살 수 있다. 최고가 기준으로 20%이상 내린 셈. 17평형도 가격이 급락해 지난해 최고 3억2천만원선에서 거래되던 것이 현재 2억4천만원까지 떨어졌다. 무려 8천만원이 내린 것이다.
개포동 부동산써브 관계자는 “강남 대치·도곡·개포지역은 가격이 오를 때는 중·대형 평형이 큰 폭으로 오르고 가격이 떨어질 때는 소형평형이 더 많이 떨어지는 지역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형아파트 값은 떨어지고 있지만 10억원이 넘는 40평형대 새 아파트는 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신규 아파트 공급이 거의 없는 가운데 향후 신규 아파트 공급원이 될 재건축 대상 아파트도 재건축시 전용면적 25.7평(32평형) 이하를 60% 이상 짓게 하는 소형평형의무건립에 걸려 중대형 새 아파트에 대한 희소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치·대청 인근 개포 LG자이아파트는 6월25일 입주를 앞두고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48평형이 12억∼13억원, 61평형은 15억∼17억원을 호가한다. 지난해 최고가에서 가격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고 대형인 61평형은 오히려 가격이 올랐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맞은편 동부센트레빌도 올해 말 입주를 앞두고 평당 3천만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초 11억∼12억원에 거래됐던 45평형은 15억원선에 시세가 형성됐다. 그나마 급매물도 나오지 않고 있다.
부동산뱅크 양해근 실장은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이 서민주거 여건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며 “서민주거 시장이 무너지기 전에 정부는 철저한 현장 조사를 통해 정책에 따른 부작용을 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