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비도에서 유람선을 타면 가을바다의 낭만을 즐길 수 있다. |
아픈역사의 흔적 해미읍성
서산에서도 해미(海味)는 고풍스런 성과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어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해미는 서산 간척사업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배가 들어왔던 해안으로 내포땅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서산에서 홍성으로 가는 29번 국도를 따라 15분쯤 달리면 해미면 소재지에 이르게 되는데, 이곳에 돌로 쌓은 해미읍성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 태종 때인 1407년에 토성으로 쌓았던 것을 80년 후인 1491년(성종 22년)에 돌로 다시 쌓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성 둘레에 탱자나무를 돌려 심어 탱자성이라고도 했다.
성곽을 따라 한 바퀴 돌다보면 당시 우리 선조들의 생활상을 어렴풋이 엿볼 수 있다. 높이 4m, 둘레가 2㎞쯤 되는 성 둘레에는 동·서·남쪽으로 문이 한 개씩 달려 있고 2개의 포문과 성 안에는 동헌과 아문이 남아 있다. 정문인 진남루와 아문 사이에는 대원군 때 천주교 신자들을 처형했던 순교 기념비가 서 있다. 해미읍성은 천주교인뿐만 아니라 역사를 배우고 느끼려는 이들에게 아주 친숙한 곳이다.
마음이 열리는 개심사
해미에서 신창리 쪽 647번 국도를 따라 7㎞쯤 가면 푸근함이 온몸을 감싸는 개심사(開心寺)가 나온다. 이름 그대로 마음이 열리는 절이다. 야산 초지와 저수지를 옆에 끼고 달리는 길은 조붓하다. 절로 오르는 길은 껑충한 소나무가 우거져 아늑한 느낌을 준다. 세심동(洗心洞)이라 씌어 있는 절 들머리의 표석을 바라보며 돌계단을 따라 800m 정도 쉬엄쉬엄 올라가면 왼쪽으로 아담한 연못이 반긴다. 경지(鏡池)라 이름 붙은 네모반듯한 연못에는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다. 일주문인 해탈문과 상왕산개심사(象王山開心寺)란 현판이 걸려 있는 안양루, 보물로 지정된 대웅보전과 심검당(尋劍堂)이 옛 멋을 한껏 풍긴다.
안양루는 다섯 칸의 기다란 건물로 마루에는 큼직한 북이 놓여 있고, 천장에는 푸른색의 목어가 매달려 있다. 대웅전 서쪽에 자리한 심검당은 휘어진 나무의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살려내 눈길을 끈다. 이렇게 휘어진 나무 기둥은 종루나 다른 별채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일부러 다듬지 않고 그대로 쓴 게 인상적이다.
▲ 위부터 용현자연휴양림, 의상대사가 창건한 부석사, 간월암. |
개심사에서 나와 동북(당진 서산 방향)쪽으로 20여 분 가면 운산면 소재지인 고풍저수지를 지나 용현리에 이르게 된다.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서산마애삼존불(국보 제84호)이 있는 곳이다. 식당과 민박집이 들어서 있는 지점에서 계곡을 건너 절벽길을 5분쯤 오르면 벼랑 바위에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서산마애삼존불이 보인다. 햇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는 마애삼존불의 미소는 아무도 그 신비를 풀 수 없는 수수께끼다. 머리에 관을 쓰고 있는 오른쪽의 보살입상과 왼쪽의 반가사유상 역시 눈과 입에 지긋이 미소를 머금고 있다.
보원사지터와 용현계곡
마애삼존불에서 내려와 계곡길을 거슬러 오른다. 한때 1000여 명의 승려가 머물렀다는 보원사지터로 가는 길이다. 당간지주(보물 103호)와 오층석탑(보물 104호), 석조(보물 102호)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옛 절터는 그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다. 쌀을 씻은 뜨물이 내를 이루었고 먼 마을에서 그 냇물을 끓여 마실 정도로 절이 컸다는 일화가 있다. 보원사지가 있는 강댕이골은 띄엄띄엄 농가가 들어서 있고, 마을 앞으로는 냇물이 흘러간다.
강댕이골 용현계곡 끝에는 산림문화휴양관, 산막, 숲속교실 등을 갖춘 용현자연휴양림(041- 664-1971,8)이 있다. 가야산 줄기인 수정봉과 옥양봉 능선 사이에 있는 휴양림은 계곡물이 깨끗하고 참나무류가 울창해 지친 심신을 달래기 그만이다.
보원사지에서 나오면 길은 서산목장으로 이어진다. 제주의 오름을 연상케 하는 야트막한 언덕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데,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떼와 가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은 잘 그린 수채화 한 폭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서산목장은 방역상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서산목장에서 태안 쪽으로 가다 649번 도로로 길을 바꿔 타면 어리굴젓 산지인 간월도로 가게 된다. 간월도에는 철새 도래지인 간월호를 비롯해 바닷물이 빠지면 건너갈 수 있는 간월암과 암자 언덕배기에 숲을 이룬 곰솔, 각종 해산물과 일몰이 아름다운 창리포구 등 볼거리가 많다. 창리포구에서 서산 시내 쪽 지방도로를 15분쯤 거슬러 오르면 부석사를 알리는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부석면 취평리 도비산 중턱에 있는 이 절은 신라 문무왕 17년(677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하고 조선 초 무학대사가 중수한 전통사찰이다. 경내에는 극락전, 안양루, 심검당, 무량수각이 있다. 절 옆으로 난 임도를 따라 도비산에 오르면 전망이 시원하다. 두 눈 가득 들어오는 서해바다와 푸른 들판이 막힌 가슴을 뻥 뚫어준다.
부석사에서 나오면 길은 팔봉면을 지나 지곡면-대산읍으로 이어진다. 팔봉면 양길리에 우뚝 솟은 팔봉산(361미터)은 낮고 작은 산이지만 울창한 소나무숲과 바위, 그리고 서해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등산 애호가들의 발길이 꾸준하다. 지곡면 중왕리는 갯벌과 포구가 있는 아늑한 갯마을로 낚시는 물론 별미인 박속낙지탕을 맛볼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중왕리와 이웃한 도성리도 포구와 갯벌이 어우러진 마을로 오염되지 않은 개펄에서 낙지 잡고 조개 캐면서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소달구지 덜컹대는 웅도
대산읍 소재지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웅도는 바닷물이 빠지면 들어갈 수 있는 섬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곰이 웅크리고 있는 모양새라고 해서 웅도라 불린다. 조선시대 문신 김자점이 귀향길에 머물렀다 해서 더욱
알려진 이 작은 섬은 아침 첫 물이 열릴 때 들어가서 저녁나절에 나오는 것이 좋다.
웅도 앞바다는 드넓은 갯벌이다. 웅도 사람들은 이 개펄에서 바지락이며 새조개, 파래 등을 무진장 캐낸다. 소달구지를 끌고 아득히 펼쳐진 뻘길을 누비고 다니는 모습은 이곳에서만 대할 수 있는 진풍경이다. ‘뻘강’이라고도 부르는 뻘길에는 자갈과 모래가 적당히 섞여 있어 달구지 바퀴가 빠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 방문할 때는 물때를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국립해양조사원(www.nori.go.kr)이나 대산읍사무소(041-681-8003)에서 물때를 알려 준다.
웅도에서 나와 한적한 길로 한 10㎞쯤 달리면 벌말포구가 나타난다. 벌천포라 불리는 이곳은 가로림만과 서해가 만나는 꼭지점에 있는 작은 포구로 서산에서는 유일한 벌천포해수욕장을 끼고 있다. 때가 맞는다면 포구 입구의 천일염전에서 소금 거두는 풍경도 구경할 수 있다.
생동감 넘치는 삼길포항·도비도
벌천포를 빠져나와 서북쪽으로 조금 더 가면 삼길포항이 나온다. 수십 척의 고깃배들이 정박해 있는 포구와 그 앞으로 펼쳐진 쪽빛 바다는 지중해 연안에 와 있는 것처럼 아름답다. 바다에서 갓 잡아온 해산물을 배에서 직접 사먹을 수 있으며 시간이 남는다면 유람선을 타고 인근 섬들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삼길포항에서 길은 대호방조제로 이어진다. 대호방조제 옆에는 각종 위락시설이 들어선 도비도가 있다. 도비도에는 농촌개발공사가 운영하는 농어촌휴양단지가 들어서 있다. 휴양단지 안에는 숙박시설과 전망대, 음식점, 해변 산책로, 유람선선착장, 암반해수탕, 횟집, 수산물직판장, 운동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가족 단위의 주말여행지로 제격이다.
도비도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섬 앞에 떠 있는 난지도로 갈 수 있다. 아름다운 해안절경을 자랑하는 이 섬에는 아담한 해수욕장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검은머리물떼새를 볼 수 있다. 도비도를 출발해 난지도-현대정유공장 앞을 돌아오는 유람선도 운행 중이다. 도비도에서 보는 일몰도 장관이다. 앞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작은 섬들을 배경으로 주황빛 노을이 걸쳐지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도비도 여객선 매표소(041-352-6867).
김초록 여행칼럼니스트
여행안내
▲길잡이: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서산행 버스가 다닌다. 서산에서 해미읍성, 간월도, 마애삼존불 등으로 떠나는 버스가 수시로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나 해미IC, 홍성IC로 빠지면 각 방면으로 쉽게 갈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 천안IC-아산-예산-덕산-해미-서산. ▶경부고속도로 오산IC-오산-평택-안중-아산만-삽교천-당진-서산. ▶서산→웅도 시내버스(1시간 20분) 이용, 대산읍에서 웅도까지 하루 세 차례 시내버스 운행. ▲잠자리: 간월도에 간월민박(662-0895), 현대민박(663-7572) 등이 있고 해미면 소재지에 미르장(688-1819), 한일장(688-4713), 금강여관(688-2023), 성호장여관(688-2488), 개심사 입구에 가야산장(688-4255), 산장가든(663-3333), 운산장여관(663-3868), 명보장(663-4852) 등이 있다. 대산읍에 있는 바다사랑펜션타운(www.slovepension.com)도 좋다. 웅도에 2개의 민박집이 있다. 웅도민박(011-420-2744· 010-9490-1950). 웅도리 어촌계(663-8903). ▲먹거리·특산물: 서산은 어리굴젓과 꽃게, 생강, 육쪽마늘, 간척지 쌀이 유명하다. 간월도에 있는 맛동산(669-1910), 오뚜기횟집(662-2708), 간월도굴밥집(664-5974)은 굴과 호두, 콩, 밤, 대추 등 12가지 잡곡을 섞어 지은 영양굴밥이 맛있다. 간월도 입구의 서산횟집(663-4111)은 꽃게장 전문점. 회를 맛보려면 서산 끝머리 삼길포로 가면 좋다. 선창가 어선들이 배위에서 직접 회를 떠서 파는데 보통 우럭이 1㎏에 1만 3000원, 놀래미는 1만 5000원 정도다. 회를 떠서 인근 식당에 가져가면 매운탕도 끓여준다. 벌천포 앞 벌말수족관(663-8885)은 직접 배를 타고 나가 잡아온 싱싱한 우럭을 맛볼 수 있다.대산읍내의 웅도식당(663-8497)과 웅도 남쪽 중왕리 왕산포구의 왕산포횟집(662-9607), 우정횟집(662-0763) 등은 포구 주민들이 개펄에서 잡아온 낙지로 얼큰한 낙지탕을 끓여낸다. ▲문의: 서산공용버스터미널 041-665-4808~9, 서산 관광안내 660-2498.
인삼향기 진한 건강여행
금산땅은 인류의 영약인 인삼이 가장 많이 생산되고 전국 인삼 물량의 80퍼센트 이상이 집산·유통되고 있다. 전국에서 제일 큰 약초시장도 열리고 있어 가히 ‘인삼의 고장’이라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니다. 금산읍내에는 인삼시장을 비롯해 수삼센터, 인삼약령시장, 금산인삼종합쇼핑센터 등 인삼, 약초 상가들이 밀집해 있다. 금산읍 중도리는 ‘인삼의 거리’로 불린다. 이곳은 고려인삼의 종주지답게 국내 인삼유통의 중심지이며 세계적 규모의 인삼시장이다.
1500년의 인삼재배 역사가 말해주듯 금산은 기후와 산악지형 등 인삼재배를 위한 천혜의 조건을 지녔다. 또한 인삼이 약리 작용상 최고 수준에 있는 여름에 채취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 금산군에서는 맛과 영양이 풍부한 인삼약초 별미를 개발하여 널리 보급하고 있다.
금산인삼축제는 관내 유관기관 및 각계인사를 망라한 금산군 인삼선양위원회가 주관이 되어 치르고 있는데 올해도 다양한 행사가 준비돼 있다. 그중에서도 인삼캐기여행은 금산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행사로 4년 이상 재배된 인삼밭에 가서 관광객이 직접 인삼을 캐어보고 원하는 경우에는 자신이 캔 인삼을 현장에서 구입할 수도 있는 체험 행사다. 약재로만 알고 있는 인삼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고, 인삼 중에서 최고인 금산인삼을 현장에서 구입할 수 있어 가족과 함께하는 건강여행으로 안성맞춤이다.
▲축제기간: 9월 12일까지 ▲장소: 금산읍내 금산인삼관 광장 ▲프로그램: 인삼캐기, 인삼약초요리경연대회, 약초썰기체험 등 ▲주변 볼거리: 대둔산, 서대산, 진악산, 보석사, 십이폭포 등 ▲문의: 금산인삼선양위원회(www.insamfestival.co.kr, 041-750-2405) ▲교통편: 경부고속도로에서 갈라지는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를 타고 금산나들목을 빠져 금산읍내 인삼관 축제장까지 간다. 서울에서 금산까지 고속버스 운행(2시간 40분), 대전-금산간 시외버스 이용(50분)/5~10분 간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