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을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인가. 특히 신당은 12월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새 진용 짜기여서 늦어도 10월 상반기까지 창당과 대통령 후보지명을 마무리해야 한다. 제대로 된 정당정치의 나라라면 2개월 창당에 도전하는 건 상식 밖이다.
그러나 한국은 정당 급조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니 안될 일도 아니다. 아니 이번 신당은 이미 연출단계, 때늦지 않게 만들어내고 말 것이다. 자 그럼, 신당은 어떤 모습, 어떤 규모일까. 신당의 대통령 후보는 누가 될까. 민주당과 노무현 후보는 어찌 될까. 좀 성급한 감은 있지만 어차피 예측이 잘 안되는 럭비 볼 같은 한국정치, 궁금증을 현 시점에서 풀어보자.
신당의 모습은 왜 신당 창당인가에서 그림이 나온다.
신당은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것, “현재의 민주당으로는 대통령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반이회창 세력이 하나로 뭉치는 것이 승부를 걸어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마침내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밝힌 신당 창당의 배경, 이게 신당구상의 출발이자 전부이기도 하다. 따라서 신당의 그림은 반이회창연대다.
JP의 자민련, 김윤환의 민국당, 박근혜의 미래연합, 여기에 7월 총리자리를 나온 이한동 의원, 월드컵 바람을 타고 주가가 오르고 있는 정몽준 의원 등이 민주당이 꼽고 있는 반이회창연대의 정파고 사람들이다. 현재 이들 정파 모두 신당구상에 동참하고 있다.
이한동 박근혜 정몽준 등 민주당이 합동1순위로 손꼽는 세 사람 모두 신당동참을 결정, 상호 대화를 열었다. JP의 자민련이나 김윤환의 민국당 모두 앞길이 막막한 처지, 신당 말고는 출구가 없다. 당연히 신당에 지팡이를 짚고라도 따라나설 정파다. 그런데 왜 두 갈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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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8일 한 자리에 모인 이인제 전 민주당 고문, 이한동 전 총리, 김중권 전 고문. | ||
신당의 깃발을 먼저 내건 쪽은 민주당이다. 그런데 신당의 중심부를 채울 외인부대가 모두 민주당이 게양한 신당깃발을 외면하고 있다. 그럼 민주당의 신당과 이들 외인부대 신당은 다른 것인가.
아니다. 민주당의 신당은 이들 외인부대 참여 없이는 의미가 없다. 외인부대 역시 호남이라는 거대한 표밭과 권력을 가진 민주당과 합동하지 않고는 집권에 다가갈 수 있는 정당을 만들어 낼 능력이 모자란다. 양쪽 모두 상대를 필요로 하는 오늘의 자기 위치를 알고 있다.
외인부대가 민주당이 주도하는 신당을 거부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 가운데 중요한 하나는 ‘DJ당의 확대’라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것, 그래서 민주당이 주도하는 신당을 비껴 가는 길을 열고 있다. 결국 신당은 정몽준 박근혜 등 반이회창이면서 민주당에 소속되지 아니한 사람들, 민주당의 반노무현부대, 그리고 자민련과 민국당 등이 창당작업의 표면에 나서는 제3의 정당으로 방향을 잡아나가려 하고 있다.
신당의 성공 여부를 가름할 열쇠는 대통령 후보, 그리고 권력을 분산하는 정당의 틀을 짜는 일이다. 신당엔 예비후보가 많지만 둘 정도로 압축돼 있다. 우선 신당은 민주당으론 안된다는 데서 출발하는 것, 따라서 노무현 후보는 배제된다. 당연히 이인제 의원도 같은 입장. 이래서 민주당 쪽 두 사람을 배제하면 신당의 예비후보는 신당에 합류하는 세 사람이다. 그러나 이 셋 중 박근혜 의원은 경쟁에서 다소 멀어진 상태, 이한동 정몽준 둘 중의 선택이 대세다.
정몽준. 그는 가장 유력한 신당의 예비후보다. 민주당 안에서조차 신당후보는 정몽준으로 사실상 정해졌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혼선은 당권경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정 의원은 예비후보 중 상대적 우위가 적잖다. 그는 자금력에서 단연 1위다. 개인적 조직에서도 그는 다른 예비후보에 비해 앞서 있다. 그를 돕는 사람들 중에는 이홍구 전 총리 등 그의 정치력 검증을 받쳐줄 유력자도 상당수다.
최대의 강점은 인기다. 사실 대통령 후보의 제1의 조건은 당선가능성, 신당은 더욱 이게 전부다. 그런데 이 부문에선 정몽준 의원이 단연 앞서 있다. 정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신당의 예비후보 중 1위다. 8월 들어 신당의 후보로 뜨면서 경쟁상대가 될 이회창 후보를 앞서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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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기란 뜬구름 같은 것. 그 순위가 순식간에 뒤집히기도 하고 어느 날 내리막길로 굴러 떨어지기도 한다. 민주당 국민경선에서 보여준 것, ‘이인제 죽이기’ ‘노무현 띄우기’의 성공, 그리고 다시 곤두박질하던 노풍의 추락이 그 본보기다. 정 의원 역시 노풍이 걸었던 길을 반복할지도 모를 요인도 있다. 재벌2세, 재산형성 과정, 정치실적에서 자기노력 제로, 가계(家系) 병력(病歷) 등 지뢰가 한 둘이 아니라는 것.
정 의원의 그런 위험요소를 주목하고 있는 쪽이 이한동팀이다. 사실 이한동 의원은 인기나 지명도에서 예비후보 중 가장 뒤진다. 그러나 이런 건 대수롭잖다는 것. 어차피 반이회창 진영의 기수가 되면 인기나 지명도는 그날로 올라간다는 것. 이한동팀이 내세우는 건 이회창 후보와 겨룰 때의 경쟁력이다. 이한동은 이회창 후보와 같은 세대이고 법조 출신이라는 점도 같다. 그러나 경력에선 이한동 쪽이 훨씬 다채롭고 화려하다. 따라서 집권능력과 안정감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것. 이한동 스스로도 이 점에서 자신감이 만만찮다.
신당 성패의 분수령이 될 다른 하나는 권력분산이다. 신당이 내걸고 있는 명분은 제왕적 대통령의 폐단을 넘어서는 것, 그래서 제시한 분권적 대통령제 개헌공약은 신당파엔 대체로 양해된 사안인 것 같다.
여기 더 보탠 게 원내정당론이다. “신당은 국회와 원내총무가 중심이 되는 정당이 돼야 한다. 중앙당사를 없애고 국회로 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뜻을 같이하는 국회의원들이 기존정당에서 탈당해 새로운 형태의 정당을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 정몽준 의원의 제안이다. 이 말대로 간다면 신당은 한국 정당의 틀을 바꾸는 변혁의 출발, 한나라당에겐 일격일 수 있는 도전이다.
이제 노무현 후보에게 눈길을 돌려보자. 노 후보는 어찌될까. 현재론 노 후보 자신의 말이 오락가락이다. 그는 신당 창당을 대세로 인정하고 순응할 태세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후보사퇴를 전제로 한 신당 창당에는 반대한다. 그리고 신당의 후보는 국민경선이라야 한다”는 것.
지금 신당을 추진하는 민주당 당외 부대는 모두 노 후보와는 먼 거리에 있다. 박근혜 의원은 “노무현 후보와는 이념이 다르다”는 말로 합동에서 노 후보를 제외하고 있다. 그런 형편인데 그가 말하는 국민경선 제안을 받아들여 노 후보와 함께 국민경선을 치를 예비후보는 없어 보인다. 결국 노 후보가 그의 자세를 유지한다면 노 후보의 민주당을 지키는 것이다.
그렇지만 노 후보는 당을 장악하고 있지 않다. 당은 노 후보의 의사를 넘어 백지출발을 선언할 수도 있다. 민주당이 공식으로 신당을 선언하면 그 순간 민주당 후보는 의미를 잃는다. 결국 노 후보는 친위그룹을 이끌고 민주당을 지키는 제3후보의 길을 갈 것인지, 후보를 던지고 신당에 합류할 것인지 스스로 선택해야 할 사태에 마주치게 될 것이다. 이때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자신도 아직은 결정하지 못한 상태가 아닐까.
홍민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