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요일별 직장인 표정’이라는 게시물이 네티즌들 사이에 큰 화제를 모았다. 일본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 ‘메이’ 캐릭터를 이용해 각 요일에 대한 직장인들의 감정을 다양한 표정으로 나타낸 이미지였다. 많은 직장인들은 100% 공감한다며 찬사를 보냈다. 무기력하게 시작하는 월요일부터 짜증지수가 높아지는 화요일과 수요일을 지나 표정이 ‘급’ 밝아지는 주말까지 수많은 직장인들의 심정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이 게시물은 수없이 ‘퍼 나르기’ 되어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감정곡선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직장인들의 일주일, 요일별로 달라지는 그들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화제의 ‘요일별 직장인들의 표정’에는 수백 개의 공감 댓글이 줄을 이었다. 유통업체에 근무하는 K 씨(여·28)도 게시물 밑에 댓글을 달았다. 월요일 표정을 보고 ‘빵’ 터졌단다.
“졸리고 멍한 표정을 하고 있는 월요일 얼굴을 보니 순간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어쩌면 그렇게 똑같이 표현할 수 있는지, 사무실 동료들이랑 같이 보면서 박장대소했어요. 사실 월요일의 무기력함은 일요일 저녁부터 시작되죠. 편안하게 누워 쉬고 있지만 엄습하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가 없어요. 일요일 밤 TV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다가도 금세 우울해지는데 아마 거의 모든 직장인들이 같은 심정일걸요? 월요일에 다시 출근할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해지죠.”
K 씨는 유난히 월요병을 크게 앓다가 그만의 극복 방법을 찾았다. 바로 좋아하는 월화 드라마를 정하는 것. 그는 “<꽃보다 남자>가 한창 방영될 때는 그렇게 싫어하던 월요일도 기다려졌었다”며 “지금도 월요일에는 퇴근 후 곧바로 집에 와서 TV 앞에 앉는다”고 말했다. P 씨(여·33)도 유난히 월요일이 싫다. 달콤한 주말 이후이기도 하지만 업무상으로도 가장 힘들기 때문이다.
“통신사 서비스 콜센터에 근무하는데 요일별로 좀 차이가 있어요. 가장 최악이 바로 월요일이죠. 콜 수 자체도 많지만 그중에서도 서비스 불만 전화가 가장 많은 날이에요. 주말 동안 상담을 받을 수도 없어 한꺼번에 전화가 몰리다 보니 대기시간도 길어져 그만큼 고객들이 더 예민해지거든요. 짜증지수가 최고치에 다다른 고객들을 상대하는 월요일에는 상담도 몇 배나 힘들어요.”
P 씨는 “굳이 평일 중 하루 괜찮은 날을 꼽으라면 고객들이 여유가 생긴 수요일쯤”이라고 밝혔다. 모든 직장인에게 ‘월요병은 불치병’이지만 직종 직군 등에 따라 월요일보다 더 힘든 요일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마케팅 기획 회사에 근무하는 S 씨(30)는 화요일만 되면 하루가 너무 길다. 늦게까지 야근을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월요일에 멍하게 있다가 어영부영 하루를 보내면 그 업무가 고스란히 화요일로 넘어와요. 시간은 한정돼 있는데 할 일은 많으니 할 수 없이 야근하는 거죠. 이제 화요일은 거의 야근하는 날로 굳어져서 아침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회사에 갑니다. 어차피 늦게까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사실 낮부터 좀 느슨해져서 집중하면 일찍 끝낼 수 있는 업무도 꼭 야근까지 끌고 가는 것 같기도 해요. 고치려고 해도 요일별로 딱 몸이 세팅이 되어 있는 것 같아 잘 안 되네요.”
S 씨는 화요일에는 일부러 약속도 잡지 않는 생활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다. 그는 “야근을 하지 않기 위해 월요일에 바짝 달려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이제 화요일 야근은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재무컨설팅 관련 일을 하는 E 씨(여·29)는 목요일만 되면 아침부터 몸이 무겁다. 집에 일찍 들어올 수 없는 날이라는 생각에 일어나자마자 피곤하다고.
“목요일에는 크건 작건 꼭 회식이 있거든요. 이것 때문에 너무 괴로워요. 다른 친구들은 ‘회식하면 좋지 뭘 그러느냐’고 하는데 속사정 알고 나면 그런 말 안 할걸요. 저희 팀이 유난히 팀워크를 강조해서 매주 목요일은 사적인 약속도 못 잡고 회식자리에 가요. 좋은 데 가서 맛있는 것 먹으면 회식이 왜 싫겠어요. 매번 똑같은 삼겹살에 소주니 술을 잘 못 마시는 저한테는 고역이죠. 게다가 다들 회사에서 못 피운 담배를 거기서 다 태워요. 집에 오면 담배연기 때문에 목도 칼칼하고 온몸에 담배냄새가 배요. 이러니 목요일만 되면 머리가 아프죠.”
E 씨는 견디다 못해 회비를 조금 더 걷더라도 가끔은 분위기 좋은 데서 회식을 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목요일이면 홍대에서 1만 5000원짜리 티켓 한 장으로 8개 클럽에서 열리는 공연을 다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다들 시큰둥이라고. 그는 “문화적인 공간에서 즐겁게 공연을 보면서 회식한다는 친구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부럽다”며 “삼겹살은 이제 보기만 해도 지겹다”고 토로했다.
‘요일별 직장인 표정’의 사진을 보면 금요일과 토요일은 ‘급 방긋’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직장인들도 있다. 주간잡지 기자인 J 씨(31)는 매주 금요일이면 하루 종일 머리가 복잡하다. 마감일이라 마무리 지을 원고 생각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보통 직장인들은 금요일이면 출근길도 가볍고 마음 편하게 근무할 텐데 업무 특성상 저희 사무실은 다릅니다. 다들 정신없이 바쁜 날이에요. 밀린 원고는 많지, 시간이 촉박한데 생각은 더 안 나지 초조함이 극에 달합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생각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니까요. 이 날은 원고를 채 못 끝내서 야근을 넘어 밤새는 일이 부지기수예요. 그러니 좋을 리가 없죠.”
편집출판 회사에 근무하는 H 씨(여·27)는 토요일에 대한 느낌이 여느 직장인과 좀 다르다. 서글프기까지 하단다.
“요새 거의 모든 회사가 주5일근무제잖아요. 그런데 저희 회사는 아직도 주6일제를 고집하고 있어요. 다음날 출근 부담 때문에 금요일에 약속을 잡아도 맘이 편치 않죠. 막상 토요일 되면 다음날 쉴 생각에 설레기도 해요. 기분은 일단 좋아요. 하지만 아침에 여느 때와는 달리 텅 빈 지하철을 타고 가다보면 서글퍼집니다. ‘다른 사람들은 지금 단잠에 빠져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우울해질 수밖에요.”
앞서 이야기한 ‘직장인들의 요일별 표정’이라는 사진은 처음 화제가 된 이후 일주일 내내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궜다. ‘사진을 보고 공감하지 못하면 백수’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온라인상에서의 뜨거운 반향을 입증하듯 얼마 뒤 업그레이드된 ‘표정 15종 세트’가 추가로 공개됐다. 그만큼 직장인들의 심정을 리얼하게 대변하는 이 귀여운 여자 아이를 보고 웃으며 가장 힘든 요일을 견뎌보는 건 어떨까.
이다영 객원기자 dylee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