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싸움> |
결혼 1년차인 K 씨와 L 씨 커플. 두 사람은 속에 있는 말을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평소 크고 작은 다툼이 잦은 편이다. 솔직해서 서로 감추는 게 없어 좋기도 하지만, 다투는 과정에서 상처를 주고받는 경우도 많아 때로는 위태위태하기도 하다.
얼마 전 일이다. L 씨는 출근하면서 남편에게 쓰레기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저녁 때 버리려고 했는데 집에 냄새가 날 것 같으니 나가면서 하나씩 버리자는 것이었다. K 씨는 아무 말 없이 쓰레기봉투를 받아들었지만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그날 저녁 K 씨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L 씨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침부터 남편한테 재수 없게 쓰레기봉투나 들게 하더니 오늘 결국 일이 잘 안 풀렸다”는 것이었다.
L 씨로서는 황당 그 자체. “그럼 저녁때 버려주던지. 도와달라고 말만 하면 나중에… 나중에… 라고 한 게 누군데? 쓰레기봉투는 여자만 갖다 버리라는 법 있어?” 하고 맞받아쳤다.
K 씨에게 그날 중요한 영업업무가 있어 아침부터 긴장이 됐는데, 그런 마음도 몰라주고 아내가 쓰레기봉투를 내미니 기분이 안 좋았다. L 씨도 할 말은 있다. 그런 사정이 있다고 말을 하면 될 것을, 왜 도와주는 척하고는 나중에 뒤통수를 치느냐는 것이다.
부부 싸움도 잘하면 약이 되는 법인데, 이 두 사람은 싸움을 많이 하지만 잘하지는 못한다. 자기 감정만 쏟아낼 뿐 마음을 전달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안 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것이 중요
결혼 10년차 H 씨와 S 씨 부부는 부부 싸움의 ‘테크니션’들이다. S 씨는 화가 나더라도 싸움을 피하기 위해 성격 급한 남편을 자극하지 않는다. 서로 감정이 격해 있으면 큰 싸움이 나기 때문.
그녀는 남편이 좀 수그러들면 그때 대화를 시도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소 언쟁도 있지만 자신의 기분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남편은 수긍을 한다. “기분 나쁠 텐데 참아줘서 고맙다”는 말까지 들으면 부부 싸움은 평화롭게 마무리된다.
이 부부에게 부부싸움은 대화의 연장이다. 부부싸움을 하다 보면 내 생각을 얘기하고 싶어 안달하게 된다. 한편으로 상대의 생각 역시 듣게 된다. 다소 감정이 섞이고, 그래서 목소리도 커지고 내용도 격해지지만, 평소에는 하기 힘들었던 얘기와 솔직한 생각을 표현하는 좋은 시간이 된다.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 비결은 딱 하나, 바로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함께 살다 보면 부부싸움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이다.
가정과 부부관계에 대해 좋은 말이란 좋은 말은 다 하는 필자조차도 부부싸움을 한다. 신혼 때는 싸우다가 집을 나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차츰 싸움 횟수도 줄어들었고, 나름대로 갈등을 생산적인 에너지로 바꾸는 지혜를 터득했다. 부부 사이에서 중요한 건 싸움을 하지 않는 것보다 싸움을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피할 수 없다면 약이 되게끔 하라
아침 출근시간이나 상대방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잠시 휴전하는 게 좋다. 일단 싸움이 벌어지면 확실하게 마무리해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결론을 내서 같은 싸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라. 또한 싸움이 아무리 격해지더라도 주제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부부싸움만 하면 처가에 전화를 걸어 자식 교육 잘못시켰다고 따지는 남성이 있다. 이렇게 싸움이 ‘장외경기’로 확대되고, 참견하는 사람들이 생기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부부 문제는 부부밖에 모른다. 싸움 소리가 절대 집 문 밖으로 새어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
부부싸움을 할 때는 승리자가 되지 말고, 사랑하는 자가 돼야 한다. 승리자 곁에는 패배자가 남지만, 사랑하는 자 곁에는 역시 사랑하는 자가 남기 때문이다.
게임에는 룰이 있듯이 부부싸움에도 예의가 있어야 한다. 배우자를 싸움 상대로 봐선 안 된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만 잊지 않는다면 부부싸움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다.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