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중국 베이징에 설립한 ‘베이징현대기차’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모습. 현대차는 중국시장의 성공적인 공략을 발판으로 세계 톱5 안에 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 ||
북경은 벌써부터 2008년 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다. 모든 도시 계획도 베이징 올림픽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수도 베이징보다 더 번화한 경제 중심지 상하이는 2010년 엑스포의 열기가 한창이라고 한다. 중국은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10 상하이 엑스포를 계기로 명실상부한 세계의 중심 국가를 꿈꾸고 있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는 바로 한국이 있다. 베이징 시내 곳곳에선 이미 중국의 잠재력을 간파하고 발빠르게 진출한 국내 대기업들의 친숙한 로고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도로변에 내걸린 삼성 휴대폰과 LG 텔레비전 등의 입간판 광고는 마치 서울을 연상시킨다. 여기에 베이징을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각 순환도로에는 현대자동차 로고가 선명한 쏘나타와 엘란트라가 질주한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해 24조9천6백73억원의 매출로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렸음을 자랑한 바 있다. 내수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현대차가 약진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1백만대를 돌파한 해외수출 신장과 중국 인도 등의 해외공장 개척에 따른 결과였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대차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질 않는다. 한 관계자는 “올해 내수는 약 71만대 정도가 예상되지만, 수출 1백5만4천대, 해외공장 38만1천대로 총 2백14만5천대를 판매, 26조9천억원의 매출액을 올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해외시장은 향후 자동차산업 경쟁의 주 격전장이 될 것이며 특히 현대차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5’에 도달하기 위한 최대 관건은 중국 시장이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말 기자가 직접 찾은 중국 베이징현대에는 이러한 한국 본사의 기대감에 따른 비장한 각오와 함께 특유의 자신감이 흐르고 있었다. 관리부 권일주 차장은 “오는 2010년까지 중국에서 1백만대 판매로 20%의 시장점유율을 이룬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며 “쉽지는 않지만 지난 2년 동안 우리가 해낸 ‘베이징 신화’에 비춰본다면 한번 해볼 만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베이징현대 관계자들이 현지에서 자랑스럽게 말하는 ‘베이징 신화’는 최단기간 10만대 생산 돌파 기록을 말한다. 베이징현대는 지난 5월27일 쏘나타 7만4천여대와 엘란트라 2만6천여대를 합쳐 1년 5개월 만에 10만대 생산을 돌파했다. 중국에서 이 기록은 기존 상하이GM이 갖고 있던 2년 6개월의 기록을 무려 13개월이나 대폭 단축한 신기록으로 중국 현지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현대차가 중국의 베이징기차와 합자회사 ‘베이징현대기차유한공사’ 설립을 위한 전략 합자협의서를 체결한 시기가 2002년 5월. 그로부터 불과 7개월 만인 그 해 12월 쏘나타 1천여 대를 생산하면서 질주를 시작한 베이징현대는 지난 한 해 동안만 무려 5만5천여 대의 생산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 기어이 10만대 돌파를 이뤄냈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업기획부의 이강동 이사는 “첫 해 쏘나타로 중형차급 시장에, 지난해 12월 엘란트라 출시로 준중형차급 시장 개척에 나선 베이징현대는 올 12월에는 투싼으로 SUV급 시장을 공략, 13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이처럼 매해 새로운 차종의 출시로 경차급에서부터 소형차 대형차급에 이르기까지 전 차종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이사는 “생산 능력 기준으로 볼 때 현재 우리 공장은 15만대로 8위에 그치고 있지만 곧 30만대 생산 설비를 갖추게 될 것”이라며 현지 공장의 새로운 부지 터를 직접 안내하기도 했다. 그는 “2007년까지 15만대 생산설비를 갖춘 제2공장을 인근에 완공하면 총 45만대로 일본 업체들을 제치고 폴크스바겐과 GM에 이어 3위에 오르게 된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현지에서 확인한 베이징현대 주변의 분위기는 이와 같은 회사 관계자의 전망을 한층 더 밝게 해주는 듯하다. 베이징에서 자동차 딜러로 6년째 활동중인 베이징현대 조양구 대리점의 장웨이 부사장은 “올림픽 개최 준비 관계로 현재 베이징시에서 택시 교체 작업을 서두르고 있는데, 최근 택시 표준사양으로 EF 쏘나타가 선정됐다. 또한 관용 차량도 아우디 대신 현대의 다이너스티가 채택되는 등 현대의 품질과 기술력이 인정받고 있다”면서 “‘셴다이처 헌하오’(현대차 참 좋다)라고 말하는 고객들이 많이 늘고 있다”며 흡족해 했다.
그는 “하지만 아직도 중국에서 한국 차 하면 과거 비공식 루트로 들어왔던 밀수차들의 안 좋은 이미지가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보다 다양한 신차종 출시를 빨리 서둘러야 하고, 차에 대한 지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중국 운전자를 위한 애프터서비스 시스템도 더 확충해야 한다”는 충고도 빠트리지 않았다.
마침 대리점을 방문한 30대 후반의 한 중국인 사업가는 “이곳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초고속 전자산업처럼 빠르고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처럼 단결력이 강하다는 이미지로 상징된다”며 “베이징현대기차 역시 한국 브랜드라는 점을 모두 알고 있으며, 앞서 진출한 독일과 일본 등의 선진 기업보다 역시 더 순발력 있고 참 결집력이 강한 것 같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베이징현대 공장의 현지 근로자들이 갖는 자부심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톈진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친구들과 함께 베이징에서 자취를 한다는 한 근로자(26)는 “친구들 사이에서 베이징현대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대단한 자랑거리가 된다. 깨끗한 환경 속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일하게 된 것이 너무 다행스럽다”며 만족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