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지난 6월 경찰이 목포시내의 한 모텔에서 남성이 여성을 폭행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우연히 단서가 잡혔다. 폭행 경위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성매매 정황을 포착한 경찰은 여성이 H 룸살롱 종업원임을 확인하게 됐고 해당 업소를 압수수색한 결과 업소 마담이 작성해 보관 중이던 문제의 비밀노트를 발견했다. 경찰이 압수한 노트는 총 3권으로 지난해 9월부터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노트에는 날짜별 매상과 룸살롱을 찾은 손님의 숫자 등이 상세히 적혀 있었는데 얼핏 봐서는 여느 유흥업소의 영업매출장부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노트를 면밀히 확인하던 경찰은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하게 된다. 손님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있고 그 옆에 여종업원의 이름도 같이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다. 휴대전화 번호 앞에는 ‘2차’를 뜻하는 빨간 동그라미 표시가 되어 있고 술값 외 추가 비용기록이 적혀 있었다. 수사 초기 이미 “돈을 받고 손님과 성관계를 했다”는 여종업원의 진술을 확보했던 경찰은 이 노트가 속칭 ‘2차’를 나간 기록임을 직감했고 성매수 혐의자들을 상대로 수개월 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노트에 등장하는 남성의 숫자는 무려 400여 명. 노트가 지난해 9월부터 압수된 5월까지 총 9개월간 작성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 평균 40명 이상의 남성들이 성매매를 했다는 얘기가 된다. 조사대상이 400명이 넘는 만큼 목포경찰은 거의 모든 형사과 직원들을 투입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노트에 기록된 남성들을 일일이 접촉, 절반인 200여 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으며 40여 명이 넘는 이들이 성매매 사실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장부에 등장하는 이들이 과연 누구냐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중 지역 공무원과 전문직 종사자, 기업체 관계자를 포함해 사회지도층 인사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위 공무원이나 정재계 관계자 등 사회 유력층 인사들이 이 업소의 단골이며 일부는 명단에 올라있다는 미확인 소문까지 퍼지고 있다.
문제는 남은 200여 명에 대한 조사다. 실제로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별도의 신원파악에 들어갔으며 추가 소환일정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구체적인 성매매 정황이 있음에도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혐의자와 무조건 모르쇠로 부인하고 있는 이들에 대해서도 강경한 수사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목포시내 관공서 및 기업체 직원들 사이에는 ‘데스노트’ 루머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심지어 ‘H 룸살롱 괴담’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으로 일부 기업체에서는 직원들을 상대로 당분간 룸살롱 출입금지령까지 떨어졌다는 웃지 못 할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문제의 업소는 여종업원 7~8명을 두고 영업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고정으로 ‘출근’하는 여종업원을 포함해 장부가 만들어진 지난해 9월부터 올 5월까지 이 업소를 거쳐 간 종업원은 30~40명에 이른다. 특히 여종업원들이 인근 업소로 자주 옮기는 특성상 H 룸살롱에서 근무하던 여종업원들이 타 업소에서도 성매매를 해왔을 가능성도 있다.
그다지 큰 규모도 아닌 룸살롱에서 수백 명의 손님의 이름이 적힌 명단이 발견됐다는 자체로도 지역사회에서는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인해 많은 업소들이 파리를 날리고 있는 상황에서 9개월간 H 업소를 다녀간 손님들이 최소 400명 이상이라는 것에 주변 업소들도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특히 마담이 노트에 업소에 출입한 모든 손님의 이름이 아니라 아가씨와 ‘2차’를 나간 손님들의 명단만 따로 적어 놓고 ‘특별관리’ 해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업소 종사자들은 “아가씨들이 소위 ‘2차’를 나가면 손님의 휴대전화번호와 기본 신상을 알아오도록 하는 업소가 꽤 있다. 단골관리 차원에서도 그렇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귀띔했다. 또 H 업소가 가게를 찾는 손님들뿐 아니라 처음부터 아가씨만 따로 내보내는 ‘보도방’식 영업을 병행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구에서 20년째 룸살롱을 경영하고 있는 A 씨는 “업주로서 단골손님들 중 어떤 손님은 술만 마시고 어떤 손님은 2차를 나간다는 정도는 다 파악하고 있다. ‘특별손님’의 경우 원하는 아가씨를 다른 룸에 돌리지 않고 대기시키거나 방을 잡아주기도 한다. ‘2차명단’까지는 몰라도 영업관리 차원에서 여느 유흥업소든지 관리자가 기록하는 비밀스런 장부 몇 권씩은 다 있을 것이다. 명단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뜨내기가 아닌 단골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했다.
목포의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만에 하나 개인간 성매매가 아니라 성접대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서울 중심가의 유흥업소에서 그런 장부가 발견됐다면 그야말로 난리가 났을 사건”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유력인사들이 유흥업소 아가씨들과 돈을 주고 성관계를 했거나 성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그들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서울에서 발생했다면 정관계를 뒤흔들 만큼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대부분의 형사들이 총동원되어 다른 사건을 제쳐두고 수개월 동안이나 이 사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또 마담이 작성한 노트 하나에만 의존해 명단이 적힌 이들을 일일이 소환해 조사를 벌인다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파헤쳐도 아무것도 나올 게 없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일을 크게 벌이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경찰이 뭔가 따로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얘기다. 성접대 루머도 이에 근거한다. 심지어 명단에 경찰도 포함되어 있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