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가문의 부활> |
5년이나 함께 살던 큰아들 가족을 분가시키고, 남편과 오붓하게 생활하던 60대 여성 P 씨는 불과 두 달 만에 둘째아들의 전화를 받고 가슴이 철렁해졌다. 돌배기 손녀를 둔 둘째아들 부부가 P 씨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말로는 부모님 두 분만 사시면 적적하실 것 같아 모시겠다는 것이지만, P 씨는 직장생활을 하는 둘째며느리가 아이 맡길 곳이 없어 시집살이를 자청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이를 봐주시던 친정어머니의 건강이 안 좋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P 씨는 아들 가족과 함께 살게 되면 다시 집에 꼼짝없이 갇혀 아이를 봐야 할 처지인지라 농담 삼아 “엄마, 아빠 신혼생활 방해하지 마!”라고 얘기했지만, ‘누구는 도와주고 누구는…’ 하면서 아들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지는 않을지 내심 걱정이다.
P 씨의 이런 걱정을 잘 아는 남편은 “내가 도와줄 테니 아이를 맡아서 길러주자”고 한다.
이들 가족의 얘기는 시집살이에 대해 달라진 요즘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 예전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야 한다고 고집하면 간 큰 남자고, 아예 결혼하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되었다. 빚을 져서라도 전셋집을 마련해서 따로 사는 것이야말로 능력 있는 남편의 조건이었다.
하지만 맞벌이가 급증하면서 부모님께 육아를 맡기는 가정이 늘고 있다. 남한테 맡기는 것보다 마음을 놓을 수 있고, 어차피 돈을 쓰느니 부모님께 쓰는 게 더 낫다는 등 여러 가지 이유에서 자식들이 자청해서 부모님 집에 둥지를 트는 것이다.
세태가 이렇다 보니 시집살이에 대한 생각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시’자 들어가는 거라서 시금치도 먹으면 체한다고 할 정도로 시집살이 알레르기가 있는 며느리들도 많고 며느리 흉보는 재미로 사는 시어머니도 적지 않지만, 고부관계는 한 번 물꼬가 트이면 소통되는 건 시간문제다. 서로 얼마나 마음을 열고 노력하느냐가 관건이다.
♥사랑받는 며느리의 생존전략
시집살이의 장점은 많다. 우선 결혼할 때 신부 측이 부담해야 하는 혼수비용이 확 줄어든다. 물론 신랑 측도 집 장만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결혼 후 돈 모으기가 한결 쉬워진다. 또 따로 살면서 명절 때마다 눈치 보며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 평소 보고 익히니까 시부모님 입맛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시부모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는 며느리 전략은 뭘까.
△부모님 금슬이 좋아지도록 옆에도 도와드린다. 부모님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그 불똥이 며느리에게까지 튈 수도 있다. 두 분 사이에서 눈치껏 메신저 역할을 잘 하는 것이 며느리 역할.
△너무 완벽한 며느리가 되지 말아야 한다. 일을 잘 해내면 시어머니는 대견하고 믿음직스러워 하면서도 자신의 권위가 걱정도 된다. 잘 아는 일이라도 하기 전에 한 번 여쭤보고, “모르는 게 너무 많으니 가르쳐달라”고 겸손한 태도를 갖는 것이 좋다.
♥원만한 처가살이 비법
우리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며느리보다는 사위 대접이 더 후하다. 그래서 처가살이가 시집살이보다 낫다는 말들도 한다. 하지만 요즘엔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면서 처가의 도움을 받는 가정이 많다 보니 소위 ‘역고부갈등’, 처부모와 사위의 갈등도 만만치 않다. 처가살이에도 애환이 있는 것이다. 남성들이 조심하고 염두에 둬야 할 일들이 많다.
△떳떳하고 당당하라. 처가살이도 생활의 한 형태다. 당당하게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야 한다. 일부러 호기를 부릴 필요는 없지만, 할 말 못하고 답답하게 살게 되면 부부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경제력을 가져라. 열심히 일해서 경제력을 가져야 한다.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강한 모습을 지키고 살아야 처가살이도 편하다. 돈이 없어서 얹혀사는 게 아니라면 타이밍을 맞춰 처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집안대소사에 돈도 내놓을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바야흐로 아들딸 구별 없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래도 일부 남성들에게는 처가에 대한 거리감이 있다. 더구나 처부모를 모시고 산다면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한다. 그런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워지는 게 필요하다.
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