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24일 추석연휴를 마치고 개장한 주식시장에서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13.97포인트 오른 1846.60으로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첫번째 점검 포인트는 기업실적이다. 10월 초면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된다. 코스피 500개 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최대치를 기록했던 2분기 수준을 넘는 25조 원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2분기 기업이익의 20%를 차지했던 삼성전자의 실적이 문제다. 5조 원에 육박했던 분기 영업이익이 성수기인 3분기에는 3조 원대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IT(정보기술) 대표주인 삼성전자의 실적이 부진함에도 전체 이익규모가 2분기와 비슷하다는 점은 그만큼 다른 업종에서 이익개선이 되는 종목들이 많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실적전망이 호전되는 기업들에 대한 관심을 가질 때다. 위세정 한국증권 연구원은 “지난 2분기에도 실적 발표 전 주당순이익(EPS) 전망이 상향 조정됐던 종목들은 실제 실적발표가 이뤄진 7월 한 달 동안 평균 5.87% 올라, 같은 기간 KOSPI200 상승률 3.8%를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주와 중소형주 코스닥과 코스피의 수익률 차이가 올 들어 최고치로 확대될 정도로 차별화가 심하다. 지수의 레벨 업 이후 종목별 순환매 과정이 나타난다면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와 코스닥시장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시도가 상대적으로 강해질 수 있다. 중소형주와 코스닥 가운데 실적대비 저평가된 종목에 대한 발굴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두 번째 점검요소는 요즘 ‘전쟁’에까지 비유되는 환율이다. 9월 공격적인 외국인 순매수는 엔화 강세의 수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전히 원화가 저평가된 상황에서, 일본 엔화 가치의 고공행진은 수출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상대적으로 더 높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과 함께 원-엔 환율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가 최근 외환시장 개입을 공식화하면서 엔화 강세가 다소 진정되는 듯하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인위적인 시장개입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번에도 미국의 양적 팽창정책 지속에 따른 달러 약세가 상대적 엔화 강세를 부추길 것이며 중국의 엔화자산 투자도 엔화 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게다가 지루하게 계속된 미국과 중국의 위안화 절상 갈등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오히려 지난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양적팽창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미국과 중국 간 환율갈등이 미국과 중국, 일본까지 아우르는 ‘환율전쟁 삼국지’가 되고 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환시장 개입으로 환율이 다시 글로벌 증시에 중요한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 번째는 중국이다. 9월 들어 오름세를 보이던 중국 증시는 최근 인민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하반기 부동산 규제와 산업 구조조정 등으로 유동성을 통제했던 중국 정부가 4분기부터는 긴축 완화와 투자 재개에 나설 것이란 기대와는 어긋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금리 인상은 오히려 그동안의 긴축 기조에 확실한 마침표가 될 수도 있다. 김경환 현대증권 연구원은 “4분기부터 물가상승세가 둔화될 것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기습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더라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10월 초 중국은 국경절 연휴로 별다른 이슈가 없다. 하지만 10월 중순에는 제17차 중국공산당 전당대회가 열린다. 이번 대회에서는 2011년 시작되는 제12차 5개년계획 초안이 결정된다. 사회간접자본(SOC)투자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스마트그리드 등 신흥사업 육성방안도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이에 따른 국내 수혜주도 나올 수밖에 없다.
네 번째는 금리다. 9월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상 밖의 금리동결을 하면서 10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한층 더 높아졌다. 경기회복 기조가 유지되고 추석과 태풍 등으로 물가 압력은 더욱 커졌다. 9월 동결의 빌미가 됐던 대외경기 불안과 정부의 부동산 정책 일관성 유지는 점차 설득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둔화되고 유럽에서는 은행과 부채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지만 선진국 경기를 둘러싼 우려는 점차 완화되고 있다. 미국의 9월 고용지표는 개선 가능성이 높으며 유럽에 대한 우려도 국채 만기 롤오버(이월)가 진행되고 있다. 신동준 동부증권 채권전략본부장은 “금리 인상을 재촉할 정도로 물가 상승 속도가 빠르지는 않겠지만 추석에 태풍이 겹치면서 4분기 물가상승률은 3%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완화된 대외 우려에 물가 상승이 더해지며 잠시 주춤했던 금리 정상화 과정이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 중국 일본의 환율전쟁 과정에서 중국과 일본은 수출시장 경쟁자인 한국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한국 채권 매입에 열을 올릴 수 있다. 미국 역시 양적팽창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은 한국 채권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정책금리가 영향을 미치는 단기금리는 상승 가능성이 크지만, 외국인 채권 매수의 영향을 받는 중장기 채권금리는 오히려 하락 가능성이 더 높다. 채권시장의 이중적인 행보를 염두에 둔 투자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펀드 환매의 지속 여부와 강도다. 지난 9월 15일까지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 누적 환매 규모는 10조 원이 넘는다. 외국인이 10조 원을 순매수했음에도 코스피지수가 100포인트 정도밖에 못 오른 것은 환매 탓이었다. 그런데 지수 1800선이 문제다. 지수가 처음으로 1800을 넘었던 2007년 6월부터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발발하기 전인 2008년 8월까지 설정된 국내 주식형 펀드는 48조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1800 이상에서 들어온 자금만도 20조 원이다. 올해 환매된 금액의 두 배 이상이 환매될 수 있는 셈이다.
최근 적립식 펀드의 환매가 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 수탁고 대비 적립식 비중이 약 52.3%인데, 국내 주식형 적립식 펀드에서 순유출 빈도가 높아졌고 환매 기여도도 57.1%까지 증가했다. 적립식이라면 지수가 현재보다 높은 1900대에서 가입했더라도 원금회복 이상의 성과를 거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지수가 오르면 환매가 늘고, 지수가 하락하면 자금이 유입되던 패턴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 1850~1950은 펀드 매물대가 가장 두텁게 남아 있어 이 구간으로 진입할수록 상당한 매물 소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