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0월 5일 부정입학 대가로 18억여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한양초등학교(한양초교) 전 교장 오 아무개 씨(64)와 조아무개 씨(여·63)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더불어 비자금 관리를 도운 학교 행정실장 정 아무개 씨(59)도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입학사정(공개 추첨)에서 탈락한 학부형으로부터 학교발전기금 등의 명목으로 1인당 1000만 원씩 받아 ‘뒷문’ 입학을 시켜준 것으로 밝혀졌다. 입학 전형에서 탈락한 뒤 학교에 찾아온 학부형들이 주요 타깃이 됐다.
이렇게 한양초교에 들어온 학생은 2004년부터 올해까지 총 118명(04년 9명, 05년 30명, 06년 22명, 07년 22명, 08년 19명, 09년 16명)에 달했다. 오 씨와 조 씨가 이런 방법으로 수수한 금액만 해도 18억 2000여 만 원에 달한다. 더군다나 한양초교는 미등록 신입생 결원에 대한 충원이 아닌 정원 외 입학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에는 관할교육청에 신고한 신입생 정원 외 학생의 경우 성적이나 생활기록부 작성 등 학사 관리를 인정받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또 관할교육청에서 정원 외 학생을 적발시 필수적으로 퇴학이나 전학 조치가 내려진다.
이 학교 전 교장이었던 오 씨(00년 3월~08년 8월 재임)는 2004년부터 퇴임하기 직전인 2008년까지 학교 일용직 직원 등 4명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모두 16억 6807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3억 5660만 원은 명절 선물비용과 교사들의 회식비, 명절휴가비 등으로 사용했다. 후임 교장인 조 씨(08년 9월~2010년 8월)도 이와 비슷한 방법을 사용했다. 그는 학교 행정실 여직원 등 2명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학부모들에게 1억 6000만 원 상당을 수수했고, 이 중 6560만 원을 여행 경비, 회식비 등으로 횡령했다. 오 씨 등은 경찰에서 “교사 처우를 개선할 자금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일을 저질렀다”며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양초교는 편입학의 경우에도 관행적으로 1~2학년 1000만 원, 3~4학년 500만 원, 5~6학년 200만 원의 돈을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수수하기도 했다. 수사를 담당했던 김선호 경위는 “학교발전기금은 초중등교육법상 학부모 대표 등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관리하는 게 옳다”며 “하지만 한양초교는 학교장 재량에 의해 이 돈이 편법으로 운영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양초교의 비자금 조성 원천은 학부모뿐만이 아니다. 조 씨는 M 상사, H 건업 등 학교 시설 공사업체 7곳에 사업권을 준 대가로 2560만 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기기도 했다.
5명의 교사들도 비자금 조성에 동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교 보이스카우트 총대장 조 아무개 씨(48)는 2004년도부터 학생들의 보이스카우트 활동비를 자신의 개인계좌로 입금받는 수법을 사용했다. 그는 이렇게 조성한 8772만 원을 자신의 대출금, 신용카드 대금 납입 등의 명목으로 사용했다. 또 영어교사인 송 아무개 씨(44)는 학부모와 다른 교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특정업체의 인터넷 유료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학생들의 필수 영어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정하는가 하면 동 프로그램에서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1060만 원을 받아 챙겼다.
경찰은 이들 교사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고, 나머지 교사 3명은 불구속 입건한 상태다. 또 한양초교에 교재나 가구 등을 납품하거나 공사를 맡기 위해 전 교장과 행정실장 등에게 금품을 공여한 가구업체 대표 강 아무개 씨(52) 등 7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입학 비용으로 1000만 원을 제공한 학부모들은 처벌하지 않을 방침이다. 김선호 경위는 “학부형들을 입건하려고 조사했었다. 하지만 자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나섰던 학부모들의 마음과 이미 관행으로 굳어버린 ‘촌지’ 행태를 고려해 선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학부형 박 아무개 씨(여·40)는 “우리 아이에게 좀 더 질 높은 교육을 받게 하고 싶어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할 교육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관할 교육청은 매월 한양초교에 장학지도를 나갔지만 정원 외 입학과 관련해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서울시 성동구의 김 아무개 씨(45)는 “교육청과 커넥션이 있었거나 근무태만인 것 같다”면서 “어느 경우라도 처벌받아야 하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비자금 장부에 교육청 담당 직원들이 돈을 수수했다는 명목이 있어 조사했으나 무혐의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른 사립 초교에서도 1000만~3000만 원을 주면 입학할 수 있다는 얘기가 많아 수사를 확대해 비리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우선미 기자 wihts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