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웅렬 회장 | ||
지난 7월1일자로 이상철 전 정통부 장관을 그룹 상임고문으로 임명한 것.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는 이석채 전 정통부 장관을 코오롱유화 사외이사로 영입한 바 있어 더 주목을 받고 있다.
고위 관료 출신이 기업체 고문으로 가는 것은 재계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특정부서 출신 장관만 연이어 영입한 경우는 드물다. 때문에 두 이 장관의 코오롱행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선 코오롱이 정보통신사업에 재진출할 채비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현재 정보통신업계에선 이동통신 3위 사업체인 LG텔레콤의 경영권을 놓고 설이 분분하기도 하다. LG쪽에선 부인하고 있지만 인수합병 시장에 나왔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리고 매각가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도 흘러나오고 있다.
때문에 코오롱이 정보통신정책에 좌지우지할 수 있는 두 명의 정통부 출신 고위관료를 영입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일각에서 오가고 있다.
실제로 코오롱은 최근 들어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신규사업 개척에 활발하다. (주)코오롱에서 LCD분야의 소재 분야에 신규진출했고, 네오뷰코오롱이라는 계열사를 통해 첨단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는 유기EL 분야에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상철 전 장관의 영입도 이런 코오롱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 코오롱은 지난 99년 신세기이동통신(017)의 사업권을 SK그룹에 넘긴 뒤 그 매각 대금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한 뒤 뚜렷한 미래수익 사업을 개척하지 못하고 있어서 전자 정보통신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 이석채 | ||
게다가 코오롱은 017매각 차익으로 거둬들인 8천3백억원의 돈으로 구조조정을 했지만, 주력사들의 성적이 신통치 않아 고전하고 있다.
코오롱은 017 매각으로 통신시장에서 발을 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때문에 코오롱이 정보통신시장의 거대 인수합병전의 주역으로 등장하기에는 무리라는 것이다. 코오롱측도 그럴 만한 여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선 코오롱이 정보통신업계에 영향력이 큰 두 전직 장관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코오롱이 이상철 전 장관을 매개로 1조원대의 정보통신 전문 투자펀드를 만드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예를 들어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입각 직전까지 은행인수를 위한 이헌재펀드의 결성을 시도하기도 했다. 물론 이 부총리가 은행을 인수할 돈은 없지만, 이 부총리의 금융업에 대한 노하우와 지명도, 영향력을 통해 투자펀드를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다는 복안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 이상철 | ||
때문에 정보통신업계의 구조조정을 위해서라도 정보통신분야의 구조조정펀드 등장 여건은 충분한 셈이다.
게다가 코오롱은 정보통신사업을 벌여봤던 경험도 있고, 펀드결성주체가 될 정도의 재력은 있다. 여기에 정보통신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전직 관료들이 코오롱 우산 아래 모여든 것.
이런 탓에 KT나 한국통신, LG, 삼성 등 정보통신과 관련있는 재벌들마다 코오롱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017 매각이라는 구조조정 카드를 쓴 뒤 셀빅이라는 PDA 제조업체를 인수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던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 인수로 구조조정후 재도약의 계기를 잡은 데 비해 코오롱은 017 매각 이후 부채비율 축소 외에는 이렇다 할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는 데 실패했다.
코오롱의 주력사인 (주)코오롱은 최근에 전자 소재 생산 비율을 끌어올려 수익과 매출을 올리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내부구성원들의 합의도출 실패로 장기파업이 벌어지고 있는 등 활로를 찾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몰려가고 있다.
코오롱에서 어떤 형식이든 새로운 성장모델을 내세워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잇단 정통부 장관 출신의 거물급 인사들을 영입한 것은 바로 이 같은 경영전략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