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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내 생애 최악의 남자> | ||
필자는 결혼하기 훨씬 전부터 부잣집 여자와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가난하게 자라서 돈을 헛되게 쓸 줄 모르니, 그런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여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살다 보니 그 생각이 백번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생활에서 돈 문제로 갈등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아는 노부부가 있는데, 두 분은 결혼한 지 4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돈 문제만 터지면 격렬하게 부부싸움을 한다. 홀로 고생하며 자수성가한 할아버지와 무남독녀로 남부러울 것 없이 유복하게 자란 할머니는 돈에 대해 너무도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택시를 타면 할머니는 몇 백 원의 잔돈 정도는 받지 않고 그냥 내린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이 여편네가…”라면서 할머니가 헤프게 돈을 쓴다고 잔소리를 한다. 할아버지는 먹고 싶은 거 다 사 먹고 입고 싶은 옷 다 사 입는 할머니가 늘 못마땅하다. 그래서 “내가 저 여편네만 아니었으면 재벌이 됐을 거다”는 말을 자주 한다.
사람들은 할아버지가 너무 했다고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두 분 모두 정상이다. 다만 자라온 환경과 사고방식이 자신과 너무 다른 배우자를 만난 게 잘못이다. 할아버지에게 검소함이 그렇게 중요했다면 검소한 여자를 아내로 맞이했어야 했다. 할머니 역시 돈에 얽매이지 않는 성격이라면 돈 쓰는 것을 적당하게 즐길 줄 아는 남자와 결혼했어야 했다.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10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문제로 이혼한 건수가 전체의 14.6%로 이혼사유의 3위를 차지했다. 또한 성격차이로 이혼하는 부부들 중 상당수는 돈 문제가 얽혀있다고 한다. 그만큼 돈 문제는 가정의 근간을 뒤흔들 만한 위력을 갖고 있다.
♥돈 때문에 싸우지 않으려면…
돈만 추구하는 부부관계는 결국 파국을 맞게 된다. 부부관계가 좋거나 신혼일 때는 더 잘 살기 위해 함께 허리띠를 졸라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계가 소원해질수록 남편의 적은 수입, 다른 집처럼 맞벌이를 못하는 가정형편 등 돈에 대한 불만이 쌓이기 시작한다.
부부 사이에 벽이 생기는 첫 번째 징조는 ‘딴 주머니’다. 비자금 명목으로 딴 주머니를 차는 부부들이 적지 않다. 꼭 딴 짓을 하려는 게 아니라 해도, 배우자가 모르는 돈을 갖게 되면 비밀이 생기게 마련이다. 수입은 빤한데, 거기서 돈을 빼돌리려면 결국 거짓말을 해야 한다. 불신의 벽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돈 문제로 인한 갈등을 막기 위해 부부가 꼭 지켜야 할 경제수칙이 있다.
첫째, 경제적인 결정은 언제나 함께 한다. 돈의 액수를 떠나 돈을 쓸 때는 부부가 하나가 돼야 한다. 그건 서로 눈치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동의할 수 없는 지출은 자제한다. 꼭 필요하다는 확신이 있어도 독단적인 결정은 절대 금물이다. 충분히 대화해서 설득하라. 그래도 안 되면 포기하라. 차선책이라도 합의에 의해 나온 것이 더 낫다.
셋째, 투명하게 공유해서 효율성을 높인다. 맞벌이로 부부 둘 다 경제력이 있다고 해도 각자 따로 관리하면 의외로 누수가 많이 생긴다. 지출할 때 외벌이보다 긴장감도 떨어진다. 그래서 “돈은 예전보다 많이 버는데 저축은 오히려 줄었다”는 얘기들을 한다. 두 사람의 수입은 공동으로 관리하되, ‘누구 월급은 생활비, 누구 월급은 저축’ 같은 식의 ‘올인’ 구조보다는 각자의 월급에서 일정 부분을 떼어 공동투자 상품, 혹은 각자 명의의 저축상품에 불입하는 것이 좋다.
넷째, 신용카드 내역서는 꼭 확인한다. 신용카드는 당장 돈이 없어도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때로는 안 해도 되는, 혹은 하지 말아야 하는 지출을 만들곤 한다. 상대의 신용카드 내역을 확인해서 불필요하고 부도덕한 부분에 돈을 쓰지는 않았는지 점검한다.
돈이 행복을 만든다는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하지만 돈을 잘못 쓰면 불행해지는 건 분명하다.
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