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임병석 회장 명의였던 홍은동 B 아파트. 이 아파트의 등기부엔 2008년 9월 이후 총 21차례 가압류 처분 기록이 남아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C&그룹 계열사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임병석 회장은 지난 1995년 이후로 총 네 번 거처를 옮겼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소재 아파트에 살다가 1995년 7월 서대문구 홍은동 소재 아파트로, 2004년 11월엔 종로구 내수동 소재 아파트로, 2005년 10월엔 용산구 한남동 소재 빌라로 옮겼으며 2006년 7월엔 한남동 소재 다른 빌라로 이사했다.
1995년 이후 법인등기부에 임 회장 주소지로 등장한 다섯 채 집들 중 임 회장 명의였던 집은 홍은동 소재 B 아파트뿐이다. 임 회장이 1998년 6월 매입한 B 아파트 10×동 90×호는 전유면적 142.98㎡(약 43평)형이다. 이 집 부동산등기부엔 2008년 9월 이후로 총 21차례, 청구금액 797억여 원에 이르는 법원의 가압류 처분 내역이 나와 있다. 이 집은 압류와 공매를 거쳐 지난해 11월 다른 사람에게로 명의가 넘어간 상태다. 2008년 C&그룹이 경영 위기를 겪다가 그해 12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작업에 들어갔던 여파가 임 회장 자택 등기부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셈이다.
이 아파트 등기부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C&그룹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의 가압류 신청 내역이다. C&그룹을 수사 중인 검찰은 C&그룹이 재정난을 겪던 지난 2008년 우리은행이 C&그룹 측에 거액 대출을 해준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박해춘 현 용산역세권개발 회장의 친동생인 박택춘 씨가 C&중공업 사장으로 발탁됐던 까닭에 ‘특혜 대출’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 임병석 회장 |
그런데 C&그룹이 워크아웃을 준비 중이던 2008년 10월 우리은행은 임병석 회장 자택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청구금액은 3억 원. 박해춘 회장이 우리은행장직에서 물러난 지 불과 4개월 만의 일이란 점이 눈길을 끈다. 박 회장 재직 시절 형편이 좋지 않던 C&그룹에 거액을 선뜻 빌려줬던 우리은행이 박 회장 퇴임 직후 3억 원 때문에 임 회장 자택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한 셈이다. 2009년 3월 5일 우리은행은 임 회장 자택에 대한 가압류를 다시 한 번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는데 당시 청구금액은 1억 원이었다.
임 회장 자택에 대한 가압류 목록 중에서 우리은행의 청구금액은 그나마 적은 편이다. 지난 2008년 11월 법원이 임 회장 자택에 대해 내린 가압류 처분 내역엔 한국수출보험공사가 채권자인 청구금액 384억 원짜리가 걸려 있다. 그해 12월 16일 농협중앙회는 청구금액 132억 원의 가압류 신청을 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같은 날 서울 서부지방법원은 신용보증기금의 신청을 받아들여 임 회장 자택에 대한 가압류 처분을 내렸다. 청구금액은 26억 원. 일주일 후인 2008년 12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다시 한 번 임 회장 자택에 대한 가압류 처분을 내리는데 채권자는 서울보증보험, 청구금액은 69억 원이었다.
임 회장 자택에 대한 법원의 가압류 처분 릴레이는 2009년에도 이어졌다. 서울 서부지방법원은 2009년 1월 9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채권자를 신용보증기금으로 하는 청구금액 29억 원 규모의 가압류 처분을 내렸다. 그해 4월 13일 신용보증기금은 또 다시 15억 원을 청구금액으로 하는 가압류 신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 외에도 2009년 상반기 동안 외환은행 대구은행 수협 등 여러 금융기관들이 앞 다퉈 법원에 임 회장 자택에 대한 청구금액 수억 원대의 가압류 신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 은행들은 우리은행 다음으로 C&그룹에 여신을 많이 내줬던 은행들이다. 한때 C&그룹에 거액을 대출해주며 돈독한 관계를 맺었지만 C&그룹 워크아웃이 시작되면서 대출금에 비해 턱없이 적은 임 회장 재산에 대한 가압류 대열에 너도 나도 뛰어든 셈이다.
임병석 회장의 홍은동 B 아파트는 결국 2009년 11월 서울 서대문세무서의 압류 처분을 받았고 공매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로 넘어가게 됐다. 임 회장은 지난 2004년 11월까지 홍은동 B 아파트에서 살다가 이후 내수동 K 아파트, 한남동 빌라 등으로 옮겨 다니며 생활을 했다. 모두 ‘셋방살이’였다. 그런데 이 집들은 모두 홍은동 B 아파트보다 고급스러운 곳이었다. 내수동 K 아파트는 전유면적이 174.55㎡(약 53평)며 임 회장이 살았던 한남동 빌라 두 곳 중 한 채는 181.91㎡(약 55평)형, 나머지 한 곳은 2층과 3층을 터서 연면적이 215.93㎡(약 65평)나 된다.
임 회장 소유였던 홍은동 B 아파트는 지난해 말 공매 이후 올 초 또 다른 사람에게로 명의 이전됐는데 이때 거래 금액은 5억 2500만 원이었다. 그런데 임 회장이 세 들어 살았던 내수동 K 아파트나 한남동 빌라의 전세 가격이 홍은동 B 아파트 매매 가격보다 훨씬 비싸다. 홍은동 B 아파트 등기부에 가압류 처분 기록이 넘쳐나는 기간 동안 임 회장은 홍은동 B 아파트보다 훨씬 더 좋은 집들로 옮겨 다닌 셈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