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대표가 언급한 실행형 AI는 질문에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검색·비교·추천을 거쳐 이용자의 실제 행동까지 지원하는 이른바 ‘AI 에이전트 서비스’다. 네이버가 제시한 AI 에이전트 서비스는 △AI 브리핑 △AI 탭 △쇼핑 AI 에이전트 △생성형 AI 광고 등으로 분류된다. AI 브리핑은 검색 결과를 요약하고 후속 질문을 유도하는 서비스다. AI 탭은 대화형 검색을 통해 쇼핑·플레이스·예약 등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쇼핑 AI 에이전트는 상품 탐색과 구매 결정을 돕고, 생성형 AI 광고는 검색·쇼핑·로컬 맥락에 광고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다만 AI 전략 발표 이후에도 네이버의 주가는 뚜렷한 반등 흐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네이버 주가는 지난 2월 26일 26만 7000원을 기록한 이후 하락 흐름을 보였다. 4월에는 한때 20만 원선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3월 이후 대체로 20만 원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글로벌 AI 기술 경쟁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기대도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2021년 자체 초대규모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를 공개하며 주목 받았다. 언어모델은 방대한 텍스트를 학습해 문장을 이해하고 생성하는 AI를 의미한다. 네이버는 이를 두고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자국어 중심 초대규모 언어모델을 구축한 사례라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글로벌 AI 경쟁이 막대한 자본력과 연산 자원을 바탕으로 한 모델 고도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네이버의 언어모델은 범용 AI 경쟁 구도에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확대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범용 AI는 검색·추론·코딩·이미지 해석·업무 자동화 등 여러 종류의 작업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는 AI로, 챗GPT와 제미나이, 클로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 네이버는 지난 4월 9일 범용 AI 챗봇 서비스인 ‘클로바X’를 종료했다.
국내 AI 모델 경쟁에서도 네이버의 기술 독자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네이버는 지난 1월 15일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대규모 데이터로 학습된 범용 AI 모델) 개발사업 1차 평가에서 탈락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네이버클라우드가 핵심 AI 구성 기술 일부를 자체 개발하지 않고 중국 AI 업체의 기술을 사용했다고 평가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당시 “네이버클라우드의 AI 모델이 기술적·정책적 부분에서 독자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전문가 평가위원들도 네이버클라우드의 기술적 독자성에 대한 한계를 지적했다”고 밝혔다.

AI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네이버는 국내 기업 가운데 비교적 이른 시기에 대규모 언어모델 개발에 나섰지만, 이후 AI 경쟁이 막대한 연산 자원과 자본을 투입하는 스케일업 중심으로 바뀌면서 글로벌 선두권과의 격차가 벌어진 측면이 있다”며 “그 결과 범용 AI 모델 경쟁을 이어가기보다 검색·쇼핑·로컬 등 기존 강점을 살린 실행형 AI 에이전트 전략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네이버가 공개한 AI 에이전트 서비스는 글로벌 경쟁사들의 기능과 상당 부분 유사해 차별성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의 서비스가 글로벌 경쟁사들이 추진 중인 AI 기능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어서다. AI 브리핑은 구글의 ‘AI 개요(Overviews)’, AI 탭은 구글 ‘AI 모드(Mode)’나 챗GPT 검색 기능과 유사한 대화형 검색 구조로 돼 있다. 쇼핑 AI 에이전트 역시 오픈AI·구글·알리바바가 이미 상품 추천과 비교, 구매 연결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영역이다. 생성형 AI 광고도 구글이 AI 개요와 AI 모드를 통해 실험하고 있다.
게다가 범용 AI 모델들이 빠르게 고도화되면서 네이버의 ‘특화형 에이전트’ 전략에도 경쟁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검색·쇼핑 같은 특정 분야에 특화한 에이전트 전략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최근 범용 AI 모델이 전문 서비스 영역까지 빠르게 흡수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 속도가 이어진다면 네이버가 강점으로 내세운 실행형 AI 역시 글로벌 범용 모델과의 경쟁에서 차별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네이버의 AI 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있는 점이다. 네이버의 지난해 연구개발 비용은 2조 2217억 원으로 전년(1조 8579억 원) 대비 19.58% 증가했다.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4년 17.3%에서 지난해 18.5%로 증가했다. GPU(그래픽 처리 장치) 등 신규 컴퓨팅 자산 구매 비용 등이 포함된 네이버의 인프라 비용도 올해 1분기 2508억 원으로 전년 동기(1893억 원) 대비 32.5% 증가했다. 이 가운데 네이버의 1분기 영업이익률도 16.7%로 전년 동기(18.1%) 대비 1.4%포인트 낮아졌다.
증권사들은 네이버 주식에 대한 매수 의견을 대체로 유지하면서도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AI 및 가상자산 관련 기대감이 사라지고 실적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낮아지며 주가가 하락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커머스·AI 투자를 상회하는 외형 성장을 보여줘야 반등이 가능하다”며 목표주가를 27만 원에서 24만 원으로 낮췄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가 제시한 AI 에이전트 전략은 투자자들에게 후발주자처럼 비쳤을 가능성이 크다”며 “AI 서비스는 완성도 있는 활용성과 명확한 수요층이 확인돼야 주가가 반응할 수 있다. 앞으로 AI 기업들은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완성도와 수익성을 먼저 보여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