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죽 김철호 사장(왼쪽)과 (주)더본코리아 백종원 사장. |
창업시장에 뛰어드는 사람 중 십중팔구는 과거 번듯한 사업체를 운영했거나 꽤 괜찮다는 직장을 다니던 사람들이다. 사업 실패나 명예퇴직 아니면 ‘진작부터 창업을 꿈꿔왔다’는 등 다양한 이유로 창업시장에 발을 담그지만 통계에 따르면 이들이 성공할 확률은 고작 20% 미만이라고 한다. 이유가 뭘까. 전문가와 성공한 사람들은 실패의 원인이 “무엇보다 창업자 자신에게 있다”고 입을 모은다. 창업자들 중 다수는 과거 잘나가던 시절 자신의 모습을 쉽게 벗어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창업자들이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은 단돈 몇 천 원을 벌기 위해 손님들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변화된 자신의 처지다.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린 ‘갑’과 ‘을’의 생활은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10평의 기적’을 일군 프랜차이즈 CEO(최고경영자)들도 물론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82㎡(25평) 점포에서 ‘죽을 쑤다가’ 전국에 1100여 개가 넘는 점포, 4개 브랜드 프랜차이즈 CEO가 된 ‘본죽’의 김철호 사장은 과거 무역업체를 운영하며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회사가 부도나면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후 요리학원 총무, 길거리 호떡장수 등 다시 일어서기 위해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김 사장은 처음 과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소극적인 자세로 영업에 임했더니 매출이 통 오르지 않았던 것. 깨달음이 있은 뒤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을 뺐더니 못할 일이 없더란다. 그는 “과거에서 벗어나는 순간 현실에 더욱 충실하게 됐고 결국 성공이라는 결과물을 얻은 것 같다”고 회고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그는 예비창업자들에게 “과거 잘나가던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현재에 충실해야만 성공을 거머쥘 수 있다”고 늘 강조한다.
‘원조쌈밥’ ‘새마을식당’ 등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더본코리아 백종원 사장도 “식당 사장이라는 게 부끄러웠던, 철모르던 시절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손님들이 “야, 여기 반찬 더 줘” “여기 물 좀 가져와” 등 반말을 할 때 겉으로는 “네네” 하면서 싹싹하게 달려갔지만 속으로는 ‘좋은 집안 출신에 남부럽지 않은 대학까지 나왔는데 손님 같지 않은 손님의 심부름이나 하고 있다’는 생각에 울화가 치밀었다고. 속으로 ‘내가 너보다 더 낫다’라는 꽁한 생각을 마음속에 숨겨두고 지내다보니 스트레스는 더욱 심해졌고, 결국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피폐해졌다.
나중에야 정신을 차린 백 사장은 손님의 소중함을 알게 됐고, 체면이고 뭐고 막 뛰어나가 “어서 오세요, 감사합니다, 이리 앉으세요”라고 인사를 하며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을 대하듯 손님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가면이 벗겨지면서 손님들은 늘어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줄을 서서 기다리는 맛집으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10평의 기적 주인공들은 아이템 선정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한다. 그들은 무엇보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아이템을 쫓지 말 것을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것이 곧 성공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유행 아이템을 선택했을 경우 이미 시장이 과열되어 있는 만큼 동종업체 간 경쟁이 치열할 것은 빤한 일이다.
창업자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창업비용도 과하게 책정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소비자들은 보다 폭넓은 선택이 가능하므로 가격 또는 서비스 혜택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는 곳을 선택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운영자 입장에서는 앞으로는 남는데 뒤로는 밑지는, 손해 보는 장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만 배가 부르고 가맹점은 배가 고픈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 카페 띠아모 김성동 사장(왼쪽)과 가르텐호프&레스트 한윤교 사장. |
김 사장은 큰 대가를 치른 뒤에야 교훈을 얻었다. 남의 얘기나 유행을 쫓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잘 아는 분야, 자신 있는 분야에 뛰어드는 것이 제대로 된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후 그는 오랜 시간 경력을 쌓았던 아이스크림 시장으로 다시 돌아와 성공을 거뒀다.
‘가르텐호프&레스트’ 한윤교 사장도 PC방 창업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 그 대열에 동참했다. 출발은 좋았으나 주변에 4개의 경쟁 점포가 새로 들어서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60만~70만 원을 기록했던 하루 매출이 15만 원으로 뚝 떨어졌고, 수익이 점차 악화되면서 결국 8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실패를 통해 그는 창업시장에서 블루오션을 선택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리고 시대가 변해도 꾸준히 살아남는 맥주전문점에 주목, 영하 20℃까지 내려가는 냉각 홀더에 맥주잔을 넣으면 시간이 지나도 김이 빠지지 않고 시원한 맛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는 냉각테이블을 개발했다. 소비자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독특한 방식에 열광했고 그는 결국 성공을 거머쥘 수 있었다.
그러나 예비 창업자가 자신이 선택하려는 아이템이 유망 업종인지 유행 업종인지 판단하는 쉽지 않다. 10평의 기적을 이룬 주인공들은 1년 내로 지나치게 많은 점포가 개설된 것은 아닌지, 신문과 잡지 등에 특정 업종과 관련한 광고가 집중되고 있는지 살펴볼 것을 권한다. 찜닭처럼 유행 업종의 낙인이 찍혔더라도 창업자가 아이템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면 차별성을 갖추고 소비자의 발걸음을 사로잡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을 주문한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