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들 입장에서는 공중파 방송 3사 만큼이나 Mnet도 중요한 방송사다. 그런데 마마 시상식이 일요일에 열리면서 같은 일요일에 방송되는 SBS <인기가요>는 물론이고 하루 전인 토요일에 방송되는 MBC <음악중심>까지 출연이 애매해졌다. 마치 Mnet과 공중파 방송 3사 가운데 한쪽으로 줄서기를 강요받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열린 M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마마)의 올해 시상식이 오는 11월 28일 중국 마카오 베네치안 리조트에서 열린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의 가수들을 대상으로 한 시상식임을 강조하기 위해 2회 대회를 한국이 아닌 마카오에서 여는 것. 그렇지만 후보로 선정돼 마마 시상식에 참여해야 하는 가수들의 소속사 관계자들은 요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당장 매주 일요일에 방송되는 SBS <인기가요>는 출연이 불가능해진다. 서울과 마카오를 오가며 두 방송에 모두 출연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 게다가 하루 전 리허설에 참석하려면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MBC <음악중심>까지 포기해야 한다.
당연히 Mnet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집중됐다. 굳이 한국이 아닌 마카오에서 시상식을 열어서 이런 혼란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Mnet의 가요 프로그램인 <M카운트다운>이 방송되는 목요일이었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앨범 활동 중인 가수들은 목요일 <M카운트다운>, 금요일 KBS <뮤직뱅크>, 토요일 MBC <음악중심>, 그리고 일요일엔 SBS <인기가요>에 출연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기웅 마마 사무국장은 “수요일이나 목요일로 공연 날짜를 잡으려 했지만 호텔 사정상 일요일 외에 대관이 불가능했다”며 “마마는 가수들을 위한 행사인 터라 가수들이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우리도 노력을 많이 했는데 이번 일로 더 불편하게 됐다. 최대한 가수들이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얘기는 곧 Mnet이 SBS와 협의에 들어갔다는 소문으로 연결됐다. 양측이 어떤 합의를 내놓지 않을 경우 가수들은 결국 마마 시상식과 <인기가요>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Mnet이 발표한 이번 마마 시상식 후보에는 올 한해 한국 가요계에서 활동한 대다수의 가수와 그룹이 총망라돼있다. 2AM, 2PM, 비스트, 엠블랙, 슈퍼주니어, 2NE1, 포미닛, 카라, 티아라, 소녀시대, 싸이, 세븐, 비, 태양, 휘성, 보아, 거미, 서인영, 손담비, 이효리, 씨엔블루, 서인국, 제국의 아이들, 미스에이, 에픽하이, DJ DOC 등이 후보에 오른 가수와 그룹들이다.
지난해 열린 마마 시상식 1회에 불참했던 SM엔터테인먼트(SM) 소속 가수들도 여럿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보아 등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SM은 올해도 불참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SM이 마마 시상식에 공식 불참을 선언했음에도 동방신기 출신으로 SM과 전속계약 소송 중인 JYJ가 마마 시상식에 참석한 부분이 SM과 Mnet 사이를 크게 갈라놨다. 지난해 마마 시상식이 JYJ의 사실상 데뷔 무대이기도 했다.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속사는 단연 YG엔터테인먼트(YG)다. Mnet은 물론이고 SBS하고도 매우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온 기획사이기 때문이다. YG 관계자는 아직까지 내부 입장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한다.
JYP엔터테인먼트(JYP) 역시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특히 2AM의 조권은 SBS <인기가요> MC까지 맡고 있다. JYP 역시 내부 입장을 결정하지 못한 채 아직까지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JYP 관계자는 “2PM이 가장 문제인데 컴백곡 ‘I’ll be back’ 활동을 그 즈음까지 끝낸 뒤 잠시 음반 활동을 중단하고 마마에 출연하는 등의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전한다.
3대 메이저 가요기획사가 이런 입장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다른 가요기획사들 역시 비슷한 처지다. 취재 과정에서 마마 불참을 사실상 결정했다는 가요기획사는 SM 외에도 몇 군데 더 있었다. 그렇지만 행여 Mnet과 SBS가 뭔가 타협안을 내놓을 수도 있어 불참을 공식 선언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마마 1회 시상식의 경우 SM과 인우기획 등 몇몇 가요기획사가 후보 선정 공정성을 문제 삼아 공식 보이콧을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이번엔 ‘마카오’와 ‘일요일’이라는 과감한 카드로 인해 더 많은 후보 가수들이 불참할지도 모르는 난관에 부딪혔다. 항간에선 마마 시상식 역시 Mnet 최고의 히트 상품인 <슈퍼스타K 2> TOP11의 무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또한 SBS <인기가요> 역시 잘못하면 반쪽 생방송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관건은 Mnet과 SBS가 협상을 통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미 두 방송사 고위층이 접촉에 들어갔다는 설이 가요계에 난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요 관계자들은 <슈퍼스타K 2> TOP11의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의 공중파 출연이 유독 SBS로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강심장> 출연을 필두로 라디오 프로그램인 <정선희의 러브FM> <박소현의 러브게임> 등에 <슈퍼스타K 2> TOP11이 출연했다. TOP2인 허각과 존박이 SBS <강심장>을 통해 공중파에 데뷔할 당시만 하더라도 곧 KBS <승승장구>에도 이들이 출연할 예정이었다. 그렇지만 <승승장구> 출연은 결국 무산됐다. 이를 두고 가요관계자들 사이에선 <승승장구>가 <강심장>과 같은 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이라 출연이 무산됐을 가능성을 제기되고 있다.
반면 Mnet과 SBS 모두 이를 적극 부인하고 있다. 이렇게 양측이 강하게 부인하고 있음에도 가요 관계자들이 이에 주목하는 이유는 SBS와 Mnet이 협상을 통한 합의점을 도출해주길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가수들은 방송사끼리의 대립으로 인해 괜한 줄서기를 강요당할 수밖에 없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