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 빌딩 | ||
외국인들은 지난 4월 말부터 이 회사에 대한 주식을 사들여 보유 지분율을 끊임없이 늘려왔다. 그 결과, 지난 4월 말 외국인의 포스코에 대한 지분율은 66%대였으나, 8월 중순 한때 외국인 전체 지분율이 70.6%대까지 치솟았다. 불과 넉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외국인들이 이 회사의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쏟아 부은 돈은 대략 2조원대였다.
이렇듯 적극적인 ‘구애’를 보였던 외국인들이 요즘 연일 포스코 주식을 팔고 있어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왜 외국인 투자자들이 포스코 주식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굵직한 외국계 증권사들 중 일부는 포스코의 적정 주가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물론 국내외 증권사들이 해당 기업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내놓을 때 그 내용이 각 사별로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의 ‘셀(Sell) 포스코’와 함께 유독 외국계 증권사의 리포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증권사와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포스코의 실적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고, 외국계 증권사들은 의아한 눈빛을 보내고 있는 것. 양쪽 회사가 극과 극의 내용을 내놓자 증권가에서도 헛갈리는 눈치다.
이런 와중에 이번에는 포스코가 자사주를 매입하고 나서 증권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8월 20일 자사주 5만주를 매입한 데 이어, 23일, 24일, 25일에도 각각 자사주 5만주를 매입했다.
증권가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회사가 자사주를 사들이는 경우는 해당 회사의 주가가 단기간에 급격히 하락한 때나 회사가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보완, 주주들의 손해를 최소화하고자 할 때 사용한다고 한다. 포스코의 경우 이번에 총 자사주 매입 물량 1백75만주 중 40만주나 사들였다.
포스코가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 속에서 자사주를 매입한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
외국인들이 포스코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월 초부터였다.
지난 4월 말 이후, 외국인들은 포스코에 대해 매도와 매수를 반복했지만 사실상 매수세가 강했다. 외국인들은 지난 5월11~17일에 총 54만5천5백58주, 5월24~31일에 총 99만5천5백34주, 6월23~28일에는 21만5백79주, 7월1~8일에 38만7천4백91주, 7월16~23일에 38만1천87주 등을 연속해서 사들였다. 물론 이 와중에 외국인들이 포스코의 주식을 파는 경우도 있었지만, 연속 3일을 넘기지는 않았다.
더구나 외국계 증권사들은 비슷한 시기에 포스코에 대해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
외국계 증권사인 리만브라더스는 “올해가 포스코 이익의 정점으로 보인다”며 “포스코의 자산가치와 주가를 비교해볼 때 주가가 상승할 여력이 제한적이다”고 분석했다.
또다른 증권사인 UBS와 JP모건도 잇따라 보고서를 내고 “주가의 추가 랠리를 위해서는 철강의 가격을 올려야하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더 이상의 실적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
그런가하면 아예 포스코의 적정 주가를 하향 조정한 곳도 있었다. CLSA는 “포스코의 실적이 최근에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적인 생산량 증대 등을 감안할 때 향후 회사에 대해 장밋빛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포스코의 투자 목표가를 하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더 이상의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의 시각은 달랐다.
삼성증권은 포스코를 올 하반기 양호한 실적을 올릴 6대 기업으로 선정했다.
대신증권은 “8월은 원래 철강 업계에 있어 비수기에 해당한다”며 “포스코의 주가가 곧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증권은 “포스코가 내수시장에서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며 목표 주가를 7.5%가량 높였다.
이렇듯 외국계 증권사와 국내 증권사가 믿기기 어려울 만큼 정반대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는 연일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실적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포스코가 자사주 매입에 나서자 업계에서는 배경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은 모습이다.
포스코측은 공식적으로 지난 7월 이사회에서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결의했기 때문에 최근의 상황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이미 지난 7월 말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항”이라며 “단지 요즘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현이 된 것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회사차원에서 주주의 이익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것은 당연한데 유독 요즘 우리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자사주를 매입한 배경에 대해 극도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향후 포스코의 경영 실적에 대한 부담감과 이에 따른 주주들의 배척을 미리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사주 매입을 서둘렀다는 얘기.
일부에서는 세계적으로 철강생산이 과잉인데다, 중국 수요가 점차 줄고, 여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현대자동차그룹마저 철강산업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포스코가 여러 악재들로 인해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