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구에 소재한 오리온 본사 사옥.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사실 올해 초부터 정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꾸준히 회자되어 왔고 이를 <일요신문>(928호)이 ‘오리온그룹 수상한 부동산 거래 추적’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처음 보도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에서는 이미 올해 초 대검찰청으로부터 오리온 계열사에서 시공한 청담동 고급 빌라 ‘마크힐스’와 관련한 자료를 넘겨받아 ‘캐비닛’에 넣어둔 상태였다. 금조3부는 사실상 윗선의 결재를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다.
▲ ‘오리온그룹 수상한 부동산 거래 추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처음 게재한 <일요신문> 928호 표지. |
담 회장은 지난 2005년 주당 2만 5000원에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온미디어 주식 16만 5000주(총 41억 2500만 원)를 인수했다가 올해 6월 CJ그룹에 온미디어를 매각하면서 이 주식을 130억 원가량에 넘겼다. 5년 사이 86억 7500만 원의 차익을 남긴 것이다. 검찰은 담 회장이 BW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과정에서 행사 가격을 고의로 낮게 책정해 이득을 챙기고 회사와 주주에게 손해를 끼친 정황을 조사하고 있다. 또한 국세청은 담 회장이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렸으면서도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은 국세청 고발 건보다도 검찰이 이미 확보하고 있던 청담동 마크힐스 건축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오리온그룹은 창고부지였던 청담동 땅에 마크힐스라는 고급 빌라를 건축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오리온은 지난 2006년 창고 부지를 두 필지로 나누어 각각 다른 시행사에 팔아 넘겼다. A 사에는 3.3㎡당 약 3000만 원, 총 115억 4000만 원에, B 사에도 3.3㎡당 3000만 원, 총 44억 9000만 원에 팔았다. 비슷한 시기 인근 부지가 3.3㎡당 약 5900만 원에 거래됐다는 점에 비춰보면 꽤나 싸게 넘겼다고 볼 수 있다.
A 사는 2008년 2월 이 땅을 C 사에 시행권과 함께 171억 4000만 원에 되팔았다. 이후 공동시행사가 된 B 사와 C 사는 SC제일은행으로부터 650억 원가량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수익성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방식) 자금을 조성해 고급 빌라 건축 사업을 시작했다. 동시에 시공권은 오리온그룹 건설 계열사인 메가마크에 넘어갔다. 이런 매매 과정은 오리온그룹 핵심 임원 D 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지난 2월 <일요신문> 최초보도 당시 오리온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 관행에 따라 팔았다”면서 부지 헐값 매각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부동산을 넘기는 과정에서 이면계약은 없었는지, 거래과정에서 비자금이 조성되지는 않았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리온그룹에 대한 이번 수사가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것은 오너 일가와 관련한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고발 건의 경우 담 회장이 관여되어 있고, 마크힐스 건에는 담 회장 부인 이화경 오리온 사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 사장은 오리온과 계열분리된 동양그룹 이양구 창업주의 둘째딸로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오리온 지분 14.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검찰은 한화그룹이나 태광그룹에 대한 수사의 경우 그룹 전체에서 오너 일가로 수사 범위를 좁혀 나가는 형국이지만 오리온그룹의 경우는 다르다는 것.
실제로 검찰 관계자는 마크힐스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기자에게 이화경 사장과 그 지인들 관련 자료를 요청한 바 있다. 이 사장은 다른 대기업 안주인들과도 가깝게 지내며 재계에 폭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오리온 수사가 몇몇 대기업들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