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제가 된 이마트 피자를 납품하는 조선호텔베이커리는 원래 신세계 계열사인 조선호텔에 속해 있으나 지난 2005년 8월 조선호텔에서 분사를 해서 별개의 회사로 독립했다. 이 회사는 정용진 신세계 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조선호텔 부사장이 45%의 지분을 가진 사실상의 개인 회사. 향후 이마트가 피자 공급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경우 이마트뿐만 아니라 조선호텔베이커리의 매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이는 당연히 오너 일가다. 비상장 계열사일 경우 오너 일가가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은 더욱 커진다. 이와 관련해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 씨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조선호텔이 수익을 크게 낼 수 있는 사업을 사주 가족에게 분할해 준 것은 사적이익 편취의 사례일 수 있다”며 “조선호텔과 신세계 양사의 이익이 주식회사 주주의 이익을 대주주 가족에게 양도한 것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관행은 재벌들 사이에서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회적으로 가장 크게 문제가 되었던 것이 바로 지난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의 편법 몰아주기였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 현대차 계열 4개사는 지난 2001년 설립된 물류회사 글로비스에 자신들의 물류업무 95%를 넘겨줬고, 글로비스는 5년 만에 676%의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당시 글로비스의 최대주주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외아들 정의선 부회장이었고 정 부회장은 여기서 축적한 이익을 바탕으로 현대기아차 그룹 경영권 승계의 디딤돌로 삼고 있다.
한때 ‘한 가족’이었던 LG와 GS그룹의 경우 오너 몰아주기가 가장 일반화 된 기업들로 평가된다. LG그룹의 후계자로 알려진 구광모 씨는 LG전자 하청업체인 희성전자의 지분을 15% 가지고 있다. 이 회사는 LG전자로부터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며 매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구 씨도 이를 통해 실탄을 차근차근 모아두며 경영권 승계 작업을 착실히 해 나가고 있다.
조명기기를 팔아 매해 500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알토’라는 회사는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삼촌인 허승효 알토 회장이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GS건설의 하도급 물량을 사실상 ‘싹쓸이’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경우 비상장 계열사인 한화SNC가 눈에 띈다. 지난 2001년 한화에서 분사한 이 회사는 시스템통합업체다. 이 회사 지분은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나눠가지고 있다. 2004년까지 적자를 기록하던 이 회사는 세 아들이 주식을 인수한 2005년부터 흑자로 전환해 이후 꾸준히 흑자 규모가 늘어났다.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호진 회장의 태광그룹 내에서도 비슷한 관행이 문제가 되고 있다. 태광그룹 주요 비상장 계열사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이 회장 일가가 보유한 주요 비상장 계열사들의 매출이 2007~2009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태광그룹 계열사의 전산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티시스는 2007년 527억 9806만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나 2009년엔 1051억 7794만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 회사는 이 회장의 17세 아들 현준 군이 50%에 가까운 지분을 가지고 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