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4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윤증현 장관이 선서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대내외에 공표되면서 재정부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다. 특히 이 여론조사 결과가 국책연구기관인 KDI에 의해 수행됐다는 점에서 파장은 더욱 컸다. 이때부터 재정부에서는 권위주의적이고 국민과 소통이 없다는 지적을 벗어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시작된 것은 ‘1사1촌 운동’의 재개였다. 재정부는 지난 2005년 충북 음성군 삼성면 양덕1리와 1사1촌을 맺었다. 하지만 다른 부처나 기업들이 매년 정기적으로 자매결연한 농촌 봉사활동이나 농산물 판매 사업을 벌였던 것과 달리 재정부는 자매결연만 한 뒤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재정부 내에서는 자기 부처가 1사1촌을 맺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직원들이 많았다.
이런 점이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부처라는 인식을 강화시켰다고 보고 재정부는 양덕1리와의 1사1촌 운동 ‘부활’을 가장 먼저 추진했다. 지난 10월 12일 류성걸 재정부 2차관이 재정부 직원 30여 명을 직접 데리고 양덕1리를 찾아 병충해 피해를 입은 논밭을 정리하고 벼 베기 작업을 했다.
친근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는 주말 예능프로그램 출연이 가장 좋다는 분석하에 TV 출연도 추진했다. 재정부에서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토요일 KBS 2TV에서 방영하는 <천하무적 야구단> 출연이었다. 시청률도 좋고,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있다는 점에서 적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추진 도중 무산됐다. 천하무적 야구단이 프로야구 감독들에게서 직접 지도를 받는 등 강훈련을 거친 뒤 사회인 야구단 강팀들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하는 등 진짜 ‘천하무적’이 돼버린 탓이었다. 재정부 야구단이 있기는 하지만 정부 내에서도 약체로 소문난 상황에서 자칫 대패하는 망신을 살 수 있다는 우려가 발목을 잡았다.
▲ 임종룡 재정부 1차관이 20~30대 직원들과 함께 <출발 드림팀> 녹화에 참여했다. |
패배한 쪽이 도넛을 사기로 약속해 재정부 직원들은 <드림팀> 출연진에게 도넛을 대접했다. 재정부 직원들은 이날 <드림팀>에서 재정부가 33개 비인기 스포츠 종목에 세제지원을 하는 사실을 소개하고, 조세나 예산 같은 어려운 문제에 대해 설명하는 등 친근감을 높이는 데도 주력했다.
재정부는 또 인기 퀴즈 프로그램인 KBS 2TV <1 대 100>에도 조만간 출연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출연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만 퀴즈문제 풀이를 주도하는 ‘1’의 자리에 고위간부를 내보내고, 직원들 중 퀴즈에 강한 수십 명을 뽑아 ‘100’의 자리에 앉히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재정부는 권위주의 타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한마음 체육대회도 개최했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7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4개국 외국인 노동자 500명에 재정부와 수출입은행 외국인지원센터 직원 100명 등 총 600명이 참석하는 체육대회를 연 것이다.
이날 체육대회에선 각 부처·국가별 7개 팀으로 나눠 축구월드컵과 단체줄넘기 등 각종 친선경기를 가졌다. 또 체육대회 행사장 한켠에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고용계약 상담창구를 운영하기도 했다. 재정부는 이날 축구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중국팀과 1회전에서 만나 5 대 1로 대패해 초반 탈락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재정부는 이처럼 국민들과의 거리감 좁히기뿐 아니라 타 부처 및 금융기관과의 관계 개선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지난 10월 23일에는 경기도 송추에 있는 고려대 야구장에서 ‘재정부장관기 야구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재정부와 관련이 깊은 국세청과 관세청 한국은행 국민연금관리공단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한국조폐공사 한국증권금융 산업은행 농협 등이 참석했다.
다만 이날 체육대회에서도 기획재정부는 1회전에서 관세청을 만나 15 대 5, 4회 콜드게임 패를 당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과거 재정경제부 시절에는 항상 기획예산처를 1승 제물로 삼았는데 기획예산처와 통합이 되면서 1승을 거둘 수 있는 상대가 사라져 버렸다”면서 “천하무적 야구단에 출연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자체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젊은 층과 친근감 높이기 전략도 벌이고 있다. 특히 트위터에는 매주 금요일 정부가 발표한 정책 중 국민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퀴즈로 출제하고, 정답자 가운데 두 명을 추첨해 음료수 쿠폰 등을 선물하고 있다.
재정부는 또 트위터리안(트위터 사용자)들과 윤증현 장관과의 오찬도 추진 중이다. 재정부는 트위터에 ‘윤증현 장관님이 민생현장 목소리를 듣고자 합니다. 장관님을 만나고 싶은 이유를 알려주세요. 몇 분을 선정해 오찬간담회를 마련하겠습니다’는 공지를 내보낸 상태다. 재정부는 23일까지 신청을 받아 이 가운데 10명 안팎을 선정, 12월 초에 오찬 간담회를 갖는다는 방침이다. 오찬 간담회는 재정부 트위터를 통해 생중계할 계획이다.
재정부 당국자는 “재정부가 너무 권위적이라는 지적이 많아서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국민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다만 <드림팀> 출연이나 한마음 체육대회, 재정부 장관기 야구대회 등에서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하지만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이 국민들이나 관계부처와 거리감을 좁히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되는 점도 있어 좋아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앞으로 체육대회나 트위터뿐 아니라 업무에서도 국민들, 관계부처들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서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