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서 씨는 현재 국내 2위 대부업체인 ‘리드코프’의 사실상 최대주주다. 서 씨는 지난 2005년까지 한화그룹의 위장 계열사를 운영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를 받고 계열분리를 한 후 2007년에 리드코프를 인수했다. 검찰이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서 씨의 리드코프 인수 과정을 들여다보는 내막을 들춰봤다.
지난 2005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 위장계열사에 대한 전면적 조사를 벌여 15개 그룹, 50개 위장 계열사를 적발해 이 그룹들에 경고조치를 취했다. 당시 한화그룹은 총 4개의 위장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이들 계열사는 모두 김승연 회장의 처남 서 아무개 씨가 최대주주로 있던 곳이다. 서 씨는 김 회장의 부인 서영민 씨의 동생이자 5공 실세였던 서정화 전 내무부 장관의 차남이다. 공정위 경고 후 서 씨는 ‘미편입친족분리신고’를 함과 동시에 회사 명칭도 변경하면서 한화그룹과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했다.
서 씨가 다시 증권가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07년 10월 리드코프를 인수하면서부터다. 서 씨는 당시 485억 원에 ‘H&Q 아시아퍼시픽’으로부터 리드코프 지분을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서 씨와 서 씨가 운영하는 회사들의 리드코프 지분을 합치면 모두 38.61%에 이른다. 이 가운데 최대주주인 A 사(12.38%)와 3대 주주 B 사(7.96%)는 모두 서 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A 사와 B 사의 실질적 창업주는 서 전 장관으로 전해진다. 그는 아들 서 씨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고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도 서 전 장관은 한화석유화학의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특히 B 사는 지난 1993년 설립과 함께 한화에너지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등 한화그룹의 해운부문을 전담, 전국 각지의 항구에서 선박 급유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김 회장의 비자금 용처에 대해 확인하던 중 최근 관련 내용에 대한 첩보를 입수했고 이를 바탕으로 비자금이 리드코프 인수 등에 사용되었는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 건을 검찰이 들여다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하나는 검찰 관계자의 말처럼 실제로 김 회장의 비자금이 친인척들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서 씨 형제가 2005년 말까지 한화그룹 계열사의 최대주주였고 한화그룹에서 안정적인 물량을 공급받아 성장한 회사인 만큼 자금 거래 내역을 살펴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재계 관계자들은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는다. 사실상 이번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과거의 의혹들을 살펴보는 것 아니겠냐는 해석이다. 검찰은 애초 김 회장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주목해 두 달 넘게 고강도 수사를 벌였으나 비자금 조성 경위와 용처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 한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검찰이 은밀히 리드코프와 관련한 내용을 들여다보는 것은 최근 검찰이 한화그룹이 유통협력사를 부당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살펴보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현재까지 알려진 의혹 이외에도 지난 2005년께 한화그룹 유통협력사가 부실화되자 김 회장이 다른 계열사를 시켜 수천억 원을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분에도 김승연 회장의 누나가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리드코프 관련 내용이나 유통협력사 부당 지원 의혹은 검찰이 수사 초기 진행하던 본류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현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리드코프 인수 과정에 대한 검찰 조사) 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 한다. 김 회장과 처남과의 관계가 (돈이 오갈 정도로) 가깝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리드코프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은 사실 여부를 떠나 오너 일가와 특수 관계에 있는 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벌어들인 이익을 가지고 대부업 시장에 진출했다는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