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바사바치킨(왼쪽)과 위드미 편의점은 슈퍼바이저의 지속적인 관리와 관심으로 매출증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
서울 금천구에서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 아무개 씨(50). 최근 몇 달간 매출이 오르기는커녕 자신의 인건비도 간신히 건지는 상황이 이어지자 고민 끝에 담당 슈퍼바이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본사의 지원을 받아 이벤트를 진행해보자는 것. 몇 번이나 요청을 했지만 담당 슈퍼바이저는 ‘무리한 요구다’ ‘본사에서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라며 그의 요구를 묵살했다.
최 씨는 자신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을 해주기는커녕 본사의 입장만 주장하는 슈퍼바이저를 보면서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다른 곳에 한눈팔지 않고 꼬박꼬박 본사의 식재료를 구입해왔고, 별다른 이익이 없는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는데 정작 자신이 어려울 때는 아무 도움도 주지 않는 슈퍼바이저의 행동에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주는 것 없이 받아가는 본사는 필요 없다는 생각에 결국 최 씨는 간판을 내리고 다른 브랜드로의 변경을 결정했다.
슈퍼바이저의 주된 업무는 본사의 정책이나 지원 사항을 가맹점에 전달하고 신 메뉴가 출시되면 조리 교육도 실시하며 사입 통제, 매장 서비스 체크, 매출 증대방안에 따른 로컬 마케팅 등 현장 중심에 맞춘 다기능적인 역할을 한다. 좀 더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크게 두 가지 역할로 나눌 수 있다. 본사의 지침과 정해진 매뉴얼을 가맹점에 전달하고 이를 잘 지키고 있는지 관리·감독하는 ‘통제의 역할’과 가맹점에서 원하는 것을 본사에 전달하고 필요한 것을 제공하며 어려움이 있을 때 전문가로서 도움을 주는 ‘헬퍼(Helper)의 역할’이 그것이다.
슈퍼바이저가 이러한 두 가지 역할을 균형적으로 잘 조절해야만 본사와 가맹점의 관계가 원만하게 유지될 수 있다. 그렇다면 적당한 균형의 상태란 어떤 것일까. 실력 있는 슈퍼바이저들은 일반적인 저울의 형태를 떠올려 행동한다면 십중팔구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충고한다. 통제의 역할은 10%에 불과하며 90% 정도가 도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리·감독 역시 무조건적인 통제가 목적이 아니라고 한다.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기본 원칙을 올바르게 잡아주는 것이 제대로 된 관리·감독의 역할이라는 것. 앞서 언급한 최 씨의 사례는 도움보다 통제 쪽에 무게를 실었기 때문에 결국 실패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슈퍼바이저가 다방면에서 본사를 대표하는 역할을 수행하다보니 가맹점에서는 이들의 능력과 스킬, 리더십에 따라 본사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히 나눠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도 실력 있는 슈퍼바이저 영입 및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추세다.
슈퍼바이저의 역할이 중요한 업종 중 하나는 편의점이다. 입지가 아무리 좋아도 제품 진열, 운영자에 따라 매출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볼런터리 편의점 위드미 이종필 운영팀장(37)은 “슈퍼바이저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점주와 아르바이트생에게 신뢰를 얻어야 한다. 점주 입장에서 상품판매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평상시에도 진열과 청결, 친절한 서비스 등에 꾸준히 신경을 쓰고, 계절의 변화나 행사가 있을 때 시간을 두고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고 매출도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위드미 광화문시대점은 슈퍼바이저의 지속적인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점포인데 일평균 매출이 170만~180만 원 정도로 비슷한 규모의 매장보다 매출이 20~30%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외식업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사바사바치킨 강진우 운영관리팀장(29)은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슈퍼바이저는 가맹점 매출을 올려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지 본사와 가맹점 간의 의사소통 수단, 완충제 역할만 해왔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가맹점에서도 슈퍼바이저를 우습게 생각하고 환대는커녕 점포에 발도 못 들이게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최근에는 업계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바사바치킨 서울 구일점은 초기에는 매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매장. 가맹점주의 어려운 상황을 지켜보던 슈퍼바이저가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리에 나서면서 서로 간에 신뢰감을 쌓는 데 성공했단다. 이를 바탕으로 슈퍼바이저가 신 메뉴 시스템을 제안했고 점주가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운영에 가속도가 붙었고 3개월이 지나자 매출이 50% 이상 증가하면서 성공점포로 탈바꿈했다고 한다.
별도의 슈퍼바이저를 채용하지 않고 전 직원이 슈퍼바이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가르텐 홍성종 홍보부장은 “직원들이 슈퍼바이저 역할을 수행하면서 가맹점주의 입장은 물론 가맹점 운영의 전반적인 사항까지 파악할 수 있어 업무 효율이 높아졌고, 제대로 된 역할 수행을 통해 본사와 가맹점 간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에서는 슈퍼바이저의 근무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가맹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 사무실은 물론 현장에서도 매출과는 관련 없는 온갖 허드렛일을 떠맡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슈퍼바이저의 높은 이직률 역시 이러한 열악한 근무환경이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강진우 팀장은 “상당수의 업체가 인건비 절약 차원에서 슈퍼바이저 한 사람이 40개가 넘는 점포를 맡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점포 한 곳을 한 달에 한 번 방문하기도 어렵다. 결국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게 된다. 적정한 수의 점포 배정, 가맹점 매출이 오르면 담당 슈퍼바이저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혜택 등이 업계 전반에 확대된다면 창업자와 가맹본부, 슈퍼바이저 모두에게 더 나은 창업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