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박용성, 조성래, 박병엽 회장. | ||
지난 3월 매각작업에 들어간 대우종기는 지난 98년 침몰한 대우그룹의 알짜배기 계열사. 그러나 이 회사가 매각문제가 본격화되면서 노조가 경영권 인수에 나서는가 하면 매각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등 그동안 말도 많았다.
그러다가 매각으로 가닥이 잡혔고,대우종기의 지분을 보유한 자산관리공사(KAMCO)가 오는 14일 각 업체들로부터 인수의향서를 접수 받은 뒤, 이 달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히면서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대우종기 매각이 거론된 지 무려 6개월 만에 본궤도에 오른 것이다.
이 회사는 과거 대우그룹의 알짜배기 계열사였으나, 대우그룹 몰락과 더불어 회사 사정이 악화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지난 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이번 대우종기의 ‘새 주인 찾기’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이 회사는 노무현 정권이 출범한 이후 M&A시장에 나온 매물 중 가장 고가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 회사의 매각대금이 최소 7천억~1조원대를 웃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대우종기는 워크아웃 기간 내내 흑자행진을 이어온 우량 기업이기도 하다. 이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순익만도 지난 2001년 8백42억원, 2002년 1천9억원, 2003년 1천6백43억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간 흑자 규모보다 많은 1천6백84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최고가 매물로 나온 대우종기의 주인은 과연 누가될까. 증권업계 관계자는 “두산, 효성, 팬택&큐리텔 등 국내 업체와 JP모건, 칼라힐, 테렉스그룹 등 외국계 업체가 모두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국내사와 외국계 회사가 모두 입찰 제안서를 제출한 이유는 이 회사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대우종기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사의 주요 산업은 민간과 방위산업 두 가지.
방위산업은 장갑차 등 국가사업을 하는 곳이고, 민수부문에서는 기계차, 공작차 등 건설에 사용되는 기계를 생산한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방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1~12%, 나머지는 민수부문이 차지한다.
문제는 대우종기의 방위산업의 경우 외국 업체들이 경영을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결국 대우종기의 방산과 민수부문을 모두 총괄해서 팔거나, 이 둘을 따로 나눠서 매각해야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캠코에서는 매각 방침에 대해 정확한 방향을 정하지 못했다. 캠코 관계자는 “일괄매각을 기본으로 하지만, 특정 부문만 인수하고자 하는 업체의 조건이 좋을 경우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캠코가 결국 원래의 원칙대로 ‘일괄매각’을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캠코가 일괄매각을 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많아 결국 이번 매각은 ‘3파전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3파전’의 주인공은 두산중공업 박용성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박병엽 팬택&큐리텔 부회장.
현재 대우종기 인수와 관련해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막내격인 박병엽 팬택&큐리텔 부회장이다.
휴대폰을 생산하는 업체가 어떤 이유에서 이 회사를 ‘찜’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박병엽 부회장은 개인 자금을 털어 이 회사를 인수하려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상황은 바뀌어 현재에는 팬택&큐리텔이 대우종기의 생산직, 사무직 노조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와 손을 잡고 인수전에 뛰어들 채비를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부회장이 내세우는 카드는 회사 노조와의 원활한 관계. 대우종기 공대위 관계자는 “박 부회장과 공대위측이 제시한 지분참여, 직원 고용보장, 경영 참여 등에 관해 조율을 마쳤다”며 “팬택-공대위 컨소시엄이 이번 인수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박 부회장이 중공업 분야 경험이 없고 막대한 인수자금을 댈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도 일찌감치부터 대우종기에 애착을 드러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9일 “지난 3월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고, 현재 입찰서 제출을 준비중”이라고 공시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지난 2000년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면서 일찌감치 그룹 내부에서 중공업 부문을 확대시키기로 했다”며 “이번에 대우종기를 인수할 경우 두산중공업과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의 경우, 연관 산업 인수를 통해 시너지 효과가 커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난 2000년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면서 불거졌던 특혜시비, 노사간 갈등 등이 약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시각이다.
그런가 하면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도 그동안 소리소문 없이 대우종기에 관심을 가져왔다. 효성그룹은 (주)효성의 사업부로 ‘중공업PG’ 부문이 있다. 이 부문은 송배선 설비, 기계류, 모터 등을 생산하고 있는데, 조 회장은 대우종기와 이 회사를 묶어 새로운 사업 돌파구를 찾는다는 심산이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미래사업을 중공업 분야로 가져갈 계획”이라며 “그간 국내 방산 분야를 경영한 노하우가 있는 데다, 다른 인수 경쟁사와 다르게 중공업 해외 마케팅 경험이 있어 유리하다”고 말했다.
효성그룹 내부에서는 대우종기를 인수할 만한 자금을 이미 확보한 데다, 대우종기의 향후 해외 생산기지 경영을 염두에 둘 때 효성이 적격이라는 것이 자체 분석이다.
그러나 효성그룹 역시 사실상 중공업 분야에 경영 노하우가 없는 데다, 새로 진출하는 사업분야라는 약점이 있다. 향후 대우종기의 인수를 둘러싼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