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철원 전 M&M 대표의 자택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 A 아파트단지 전경. 이 집은 재산세 미납 사유로 국가에 압류됐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최근 폭행 사건으로 유명세를 치르게 된 최철원 전 M&M 대표는 고 최종건 SK 창업주와 고 최종현 SK 2대 회장의 친동생인 최종관 전 SKC 고문의 아들이다.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동생이 되는 최철원 전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96년 SK그룹에 입사해 2002년 서른셋의 나이로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상무직에 올랐다. 고속 승진으로 젊은 나이에 그룹 경영 전면에 섰지만 최태원 회장이나 최신원 SKC 회장,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등 쟁쟁한 오너 경영인들에 묻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최 전 대표는 2002년 SK네트웍스에서 분할돼 설립된 물류회사 마이트앤메인을 맡으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이 회사를 우회상장 시키면서 ‘주식 대박’을 기록해 증권가에서 ‘성공한 재벌가 2세’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최 전 대표는 상장사였던 디질런트FEF라는 회사의 전환사채(CB)를 인수, 마이트앤메인과의 합병을 통해 M&M을 만들었다.
이후 M&M은 매출규모를 늘려가며 외형적으론 그럴싸했지만 속은 곪아갔다. M&M은 2007년 14억 원의 당기순손실(적자)을 시작으로 2008년 27억 원, 2009년 93억 원의 적자를 각각 냈으며 올해 들어 3분기 현재 48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영업이익 역시 2007년 24억 원, 2008년 7억 원, 2009년 17억 원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3분기 현재 31억 원 적자를 기록 중이다.
결국 최 전 대표는 부실 경영 논란 속에 지난해 M&M의 대표직과 최대주주 자리를 내놓았다. M&M은 2009년 11월 4일 공시를 통해 최 전 대표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는 동시에 보유 지분을 매각, 최대주주 지위가 아시아기업구조조정2호조합으로 넘어갔음을 알렸다. 이후 지난 11월 3일 M&M에선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대안 합명회사가 지분율 8.48%의 최대주주가 됐으며 아시아기업구조조정2호조합(지분율 8.25%)은 2대주주로 내려앉았다.
한때 40.1%였던 최 전 대표의 M&M 지분율은 현재 6.37%까지 하락한 상태. 그러나 개인 최대주주인 최 전 대표는 여전히 M&M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7월 M&M이 일부 분할돼 마이트앤메인이 재설립됐고 엠앤엠모터카란 회사도 별도 설립됐다. 그런데 최 전 대표는 M&M에서 분할돼 나온 두 회사 마이트앤메인과 엠앤엠모터카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적자에 허덕이던 M&M의 대표직과 최대주주에서 물러나자마자 M&M에서 분할 설립된 두 회사의 대표직에 앉은 최 전 대표를 향해 부실 경영 책임 회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M&M 부실 경영 여파는 최철원 전 대표 자택 등기부등본에서도 엿볼 수 있다. M&M 법인등기부에 기재된 최 전 대표의 주소지는 서울 이촌동 A 아파트 10×동 30×호. 전유면적 114.69㎡(약 35평)형의 아파트로 최 전 대표는 이 집을 2000년 2월에 매입했다. 그런데 이 집은 지난 5월 27일 재산세 미납 사유로 국가에 압류(처분청 용산세무서)된 것으로 확인됐다. 어려웠던 회사 경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집 등기부엔 M&M 계열사 M&M통운이 이 집을 담보로 지난해 3월 우리은행과 채권최고액 18억 원의 근저당권 설정을 맺어놓은 기록도 남아 있다.
M&M 소유인 인천 계양구 갈현동 67-2 토지·건물엔 2006년 3월 30일자로 채권최고액을 13억 2000만 원으로 하는 근저당권과 지상권이 설정돼 있다. 채권자는 역시 우리은행. 이곳 부동산 등기부엔 지난 5월 25일자로 우리은행과 채권최고액 4억 800만 원의 근저당권이 추가로 설정돼 있다고 나와 있다.
재계와 증권가에선 최 전 대표가 ‘SK 오너일가’라는 배경 덕분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은행 여신을 끌어내면서 경영활동을 해올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M&M 본사 건물이 있는 인천시 중구 항동 7가 27-9 일대는 SK네트웍스 명의 땅이다. 최 전 대표 회사가 SK네트웍스에서 분할 설립된 회사이기 때문이다. 이 일대엔 SK네트웍스 소유 건물도 여러 채 인접해 있어 SK와 지분관계가 전혀 없는 M&M이 현지에선 SK 계열로 여겨지곤 했다고 한다. M&M에서 최근 새롭게 분할돼 최 전 대표를 대표이사로 맞은 마이트앤메인도 이곳에 새로 사무실을 차렸다.
최 전 대표와 함께 M&M 등기이사 명부에 올라있던 이용구 이사와 전용태 이사가 SK네트웍스 전신 SK글로벌에서 최 전 대표와 함께 일했던 인사들이란 점도 눈에 띈다. SK글로벌 상무를 지낸 이용구 이사와 SK글로벌 과장을 지낸 전용태 이사는 최 전 대표의 고려대 동문이란 공통점도 지니고 있다. 두 사람은 최 전 대표의 대표직 사임 시기보다 4개월 앞선 지난 2009년 7월 M&M을 그만뒀다.
한편 최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과의 사업 관계로 주목받기도 했다. M&M은 지난해 7월 세중나모의 계열사였던 태양열 전지패널 재료업체 이너블루를 인수하겠다고 공시했다가 3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이너블루 주식 및 경영권 양수를 철회한다’는 공시를 냈다. 인수 철회 공시가 최 전 대표 대표직 사임 한 달 전에 이뤄진 일이라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을 낳기도 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