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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이 신상훈 전 사장(왼쪽)과 이백순 행장에 대해 구속수사 방침을 밝히면서 신한사태가 새국면을 맞았다. | ||
신한금융 사태는 지난 9월 은행 측이 신상훈 당시 현직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신한은행은 신 사장이 자신의 친척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거액의 불법대출을 해줘 회사에 손해를 끼쳤고,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자문료 15억여 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신한사태는 이후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재일동포 주주에게 실권주를 배정해 준 대가로 5억 원을 받고, 정권 실세에게 3억 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신 전 사장과 이 행장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되어 왔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최근 신 전 사장과 이 행장을 차례로 불러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파국으로 치닫던 신한사태는 지난 6일 신한은행이 신 전 사장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며 수습 국면으로 들어가는 듯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 고소를 취하하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신한의 가치를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대동단결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인식을 공유한 결과”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신한 측이 라응찬 회장마저 사퇴한 상황에서 이전투구가 계속될 경우 더욱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고소를 취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금융권에서는 검찰 수사 이후 신한금융지주에 대규모 ‘낙하산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고소를 취하하면 사태가 일단락될 것이라는 신한 측의 예상은 그러나 보기 좋게 빗나갔다. 라응찬 전 회장, 신상훈 전 사장, 이백순 행장, 이른바 ‘신한 빅3’의 명운을 건 이전투구 와중에 검찰에 자신들의 치부를 너무 많이 드러낸 것이다. 검찰은 지난 9일 고소 취하 여부와 상관없이 신 전 사장과 이 행장에 대한 구속 수사 방침을 밝혔다. 이런 검찰의 강공 드라이브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먼저 김준규 총장이 금융 관련 범죄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김 총장은 서민 경제를 위협하는 경제 범죄에 대해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신한사태가 아니었어도 제도권 은행을 시작으로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금융권 전반에 대한 사정을 시작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 측의 고소는 배고픈 사자 앞에 먹잇감을 던져준 셈이었다.
뿐만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신한금융지주 내부의 문제도 그냥 덮고 가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고소 사건 이외에도 검찰 자체적으로 신한의 추가적인 횡령과 배임 혐의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행법상 횡령과 배임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 즉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신 전 사장과 이 행장이 구속될 경우 신한금융 측은 심각한 경영 공백 사태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 사정에 밝은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외부의 힘을 빌려 내분을 정리하려다 오히려 일만 더 꼬이게 됐다”며 “빅3가 모두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린 만큼 신한금융의 대외신인도가 상당히 추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