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동단체가 건설현장에서 집회를 동시에 하고 있다.
[일요신문]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경찰과 법원이 잇달아 철퇴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민주노총의 등살에 시달려온 부산·울산·경남지역 건설현장, 특히 그동안 ‘민주노총의 왕국’이라는 수식어까지 받은 울산지역에서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지금의 민주노총은 ‘민주노동자전국회의’(전국회의)에 의해 처음과 많이 달라졌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통합진보당 세력들이 만든 전국회의는 민주노총을 지배하기 위해 노조원으로 가입해 노조위원장까지 차지했다. 노조비를 안정적으로 징수해 정치자금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건설현장을 장악하기 위한 모의는 2016년 이전 전국회의 사업계획과 회의록 등에 적나라하게 적혀 있다.
전국회의는 2017년도 비정규직 조직화사업에 ‘택배노조 전국조직화’, ‘마트산별노조 강화’, ‘건설노동자 조직화사업’,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등을 정했고, 이러한 사업들은 지금에 이르러 대부분 현실화됐다.
특히 ‘전국회의 울산지부 2016년 평가 및 2017년 사업계획’에는 4·13 총선과 관련해 ‘민중단일후보선출, 노조단위의 조직적 선거투쟁, 진보대통합추진위원회 건설을 앞세우는 선거투쟁을 진행해 총선투쟁의 목표를 초과달성(했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정치개입 여부를 분명히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지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은 2009년에 ‘근로자가 아닌 레미콘·덤프트럭 지입차주들로 대부분 구성된 노동조합 소속 건설기계분과는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에 해당되어 분과의 제반활동은 적법한 노동조합 활동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레미콘 개인사업자는 법상 노조원으로 가입이 불가능하나, 민주노총은 건설기계노조분과를 만들어 편법으로 가입시킨 후 전국회의의 계획을 실현시켰다. 실제로 울산에서는 레미콘 운반단가 인상을 쟁취하기 위해 두 달간 동맹휴업을 펼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레미콘 공급 중단을 무기로 건설사를 압박해 타 노조원, 비노조원의 밥줄을 끊어 놓고, 자신들은 생존권 운운하며 이익을 추구해왔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부산·울산·경남에서 민주노총의 눈 밖에 나는 건설현장은 그날부터 문을 닫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이러한 민주노총의 독선을 견제한 곳은 정부도 노동부도 아닌, 경찰과 법원이다. 최근 들어 민주노총 조직원의 구속이 잇따른 것이다. 지난 3월 19일에는 강원건설기계지부 1명, 25일에는 대전세종건설기계지부 3명, 4월 15일에는 광주전남지부 2명, 광주전라타워크레인지부 1명, 강원지역본부 1명이 구속됐다. 혐의는 업무방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공동강요 등) 위반 등이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대자보를 통해 “명백한 노동탄압이다. 불굴의 투지로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며 “검경이 나서 건설사의 노동개선을 무너뜨리려는 노동탄압은 건설노동자더러 가만히 있으란 말과 같다. 결국 승리는 노동자의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건설현장 일선에서는 민주노총을 겨냥한 사정당국의 칼날을 반기는 분위기다. 건설사들은 공개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노동자들은 반색했다. 울산지역 건설노동자 A 씨는 “민주노총 노조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일을 잘하고 있다가 쫓겨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자신들은 생존권 운운하면서 힘없는 개인 노동자의 삶은 짓밟아도 되는 법이 어디 있는가”라고 말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