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있었던 ‘외국인전용 카지노 정책’ 공청회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정부가 수도권지역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신규 허가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관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정부의 이번 방침은 지난 94년 제주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신규 허가한 지 10년 만의 일이다.
카지노사업은 불황이 없는 최고의 수익모델. 비록 외국인에게만 출입이 허용되는 제한적 사업범위를 갖고 있지만, 일단 사업권을 따내면 돈방석에 앉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 때문에 그동안 국내 유력 호텔 및 관광업소들은 카지노 신규허가를 받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왔다. 특히 관광사업의 성장이 한계에 부닥친 업체들은 카지노 허가권을 따낼 경우 돈방석을 예약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A호텔은 외국인보다 내국인 투숙객이 더 많다’는 등의 각종 마타도어가 오가고 있으며, 카지노 면허가 몰려 있는 제주도 지역의 카지노 업체에선 수도권 진출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또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 강원랜드가 있는 강원도 폐광지역에선 수도권지역의 카지노 신설이 큰 타격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점 때문인지 정부는 신규 카지노 허가에 대해 어느 정도 제동을 걸고 있다. 정동채 문광부 장관은 “외국 관광객이 몰려드는 서울과 부산에 각각 두 곳, 한 곳씩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신설을 허용하되 새로 만들어진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운영은 한국관광공사(또는 공사의 자회사 포함)가 맡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업체들 간 불필요한 과열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을 미리 차단하고, 카지노 운영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가 그동안 굳게 닫고 있던 카지노의 신규 허가를 구상한 것은 고용창출 등 부가적인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카지노 신규허가로 서울과 부산에서 모두 1억5천달러의 외화획득이 예상되고 ‘신규 허가로 1억달러의 매출이 늘어난다면 숙박, 음식, 쇼핑 등 관련 산업의 생산(약1천5백19억원)과 부가가치(1천6백87억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발표가 있자 기존 업계에서 당장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미 국내에 13개 카지노가 영업중이고, 이중 서울과 부산 등 두 곳의 카지노만 흑자를 내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8개의 카지노가 몰려 있는 제주 지역 카지노업체들은 협의체까지 구성해 반대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에 신규 카지노가 들어서면 그렇지 않아도 적자투성이인 제주 지역 카지노산업은 붕괴할 것이 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국내 카지노의 평균 가동률이 7%대이고, 잘된다는 워커힐 카지노의 가동률도 17%선이라는 것. 이에 비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의 가동률은 70~80%선이어서 대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도 문을 연 대부분의 카지노가 놀고 있는데, 신규 허가가 나올 경우 전체 시장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관광지에 라스베이거스 같은 리조트형 카지노를 만들어야 할 판에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에 도심형 카지노를 신설하는 것은 상황을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이번 대도시 카지노 신규허가의 대안으로 ‘제주도 내 카지노 업장에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거나 ‘제주도 카지노 업계가 공동으로 서울에 신규 허가할 카지노 두 곳 중 한 곳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지역 업체들의 이런 움직임은 강원랜드가 있는 강원도 폐광지역 이해관계자들을 자극시키고 있다.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의 이해당사인격인 강원도 정선군 고한 사북 남면 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정부의 카지노 신규 허가 방침 철회를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신규 허가 파장이 내국인 출입허용 요구로 비화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제주노 카지노 협회가 내국인 주 1회 출입 허용을 요구하는 것은 결국 강원도 폐광지역과 제주도의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기에 국민적 분란을 일으키는 카지노 신규 허가 방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존 카지노업계의 이런 반발에 정부는 이번 카지노 신설이 흑자를 내고 있는 서울과 부산에만 허가를 내 준 것이라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정 장관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서울이 85%, 부산이 19%이다. 서울만 하더라도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가 모두 수용할 수 없는 상태다. 서울과 부산에 신규 허가해도 충분히 흑자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흑자 카지노’인 서울 워커힐 카지노와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카지노의 운영 주체인 파라다이스에선 내놓고 정부 방침에 반대를 하지 못해도 못마땅한 표정이다. 이들은 ‘서울과 부산의 흑자도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란 것. 단순히 서울이나 부산을 통해 들어오는 외국인 수가 많다고 해서 흑자를 낸다고 생각하면 오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이 같은 기존 업계와 달리 아직 카지노사업에 진출하지 못한 관광업체들은 혹시 자신에게 사업권이 주어지지 않을까 몸이 달아올라 있다. 롯데호텔과 리츠칼튼, 한무컨벤션이 운영하는 오크우드 등이 바로 그곳.
이들은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카지노 신규 허가를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실제로 이들은 카지노 운영을 전제로 호텔 공간을 재배치했고 현재 음식점 등으로 사용되는 공간을 언제라도 카지노 시설로 만들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춘 상태다.
이들은 당분간 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카지노에 업장만 빌려주는 형태가 될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독자적인 사업권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워커힐 카지노의 경우 당초 정부가 운영했으나, 나중에 민영화 단계를 거쳐 민간업체에 소유권과 운영권이 넘어갔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관광업체들의 골드러시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경제계 전체가 숨죽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