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나들었지만 개미들 계좌엔 찬바람만 불었다. 사진은 24일 외환은행 딜링룸.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코스피가 2000을 넘어선 지난 14일 대형주 100개로 구성된 ‘코스피100’ 종목 가운데 2007년 10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 종목이 절반을 넘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절반은 3년 전 수준보다 30% 이상 낮은 가격이었다. 860여 코스피 종목 가운데 ‘한 줌’만이 지수 2000 회복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투자자 숫자로 따져도 ‘한 줌’만이 수혜를 누렸을 뿐 다수의 ‘개미’들은 한숨만 내쉬었다는 점이다.
가장 큰 수혜자는 재벌총수다. 2010년 주가가 급등한 종목 대부분은 삼성 현대차 LG, 재벌 ‘빅3’ 계열사다. 다음 수혜자는 외국인이다. 11월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5조 원을 순매수했는데,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894조 원에서 1058조 원으로, 164조 원이 불어났다. 끝으로 부자들이다. 부자들의 전용상품인 랩어카운트는 몇몇 대형주와 재벌 계열사 주식을 집중 매수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2010년 주가상승률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현대모비스 기아차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 개미들은 왜 돈을 못 벌었을까. 일반 개미들은 보통 투자자금은 적고, 기대수익률은 높다. 자금이 적다 보니 싼 주식을 찾게 마련이고, 아무래도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를 보유한 경우가 많다. 또 돈을 불리려면 기대수익률을 높여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찾는 게 변동성이 높은 중소형주가 대부분이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정보력에서 비롯됐다.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재벌의 정보력은 차치하고서라도,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외국인과 부자들의 정보력은 가공할 정도다. 조(兆) 단위 고객자산을 보유한 한 증권사 강남지역 지점장은 “고액 자산가에게는 국내외 모든 전문가들이 정보를 제공하지 못해 안달이다. 투자 규모에 따른 거래수수료가 엄청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큰손으로 소문난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의 경우 자문사대표,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프라이빗뱅커(PB)들이 줄을 선다.
반면 일반 개미들의 정보 취득처는 기껏해야 증권사 직원이나 지인, 뉴스 정도에 그친다. 그나마 펀드가 활성화된 때는 펀드매니저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었지만 펀드가 힘을 잃다 보니 그것마저도 용이하지 않다. 그렇다면 개미들도 펀드를 하거나 랩어카운트를 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최저 가입조건이 수천만 원대인 랩어카운트는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펀드의 경우에도 금융위기를 겪으며 본 손실에다 가뜩이나 높아진 물가와 늘어나는 빚 부담, 그리고 줄어든 실질소득 탓에 투자할 엄두가 잘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2011년에도 이 같은 현상은 계속될까? 일단 ‘그렇다’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중소형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펀드의 경우에도 중소형주는 목표 수익률에 도달되면 과감히 차익 실현에 나서 상승률에 제한이 있다. 대형주의 경우 성장 스토리가 있으면 장기 보유하는 게 보통이다. 중소형주가 뜨려면 국내 자금, 특히 개미들의 자금 유입이 중요한데 투자 여력이 소진된 개미들이 2011년이라고 자금을 증시로 유입시킬 것이라 낙관하기는 어렵다. 반면 부자들의 경우에는 그들에게 유리한 시장상황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팀장은 “2011년에도 증시에서는 종목 선정이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는 정보력에 달려 있는데 부자나 외국인, 기관의 정보력을 개인들이 따라잡기는 어렵다. 또 2011년부터는 외국인과 부자들의 배당 압력이 거세질 텐데 개미들은 여기서 소외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외국인과 부자들은 높아진 배당을 통해 다시 투자 여력을 늘리는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개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적은 금액이라도 예금보다는 투자에 나서야 하고,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좇기보다는 예전 3~5년짜리 적금을 들듯이 시간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최근 일주일 사이 90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을 모집하며 제2의 랩어카운트 돌풍을 일으킨 창의투자자문 서재형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최근 한국 증시는 1년에 지수가 1% 이상 등락한 날이 전체의 4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잔잔해 단기투자자들이 재미를 볼 수 없는 시장이다. 적게 가진 사람들은 하루하루의 수익률을 급하게 생각하면서 단기투자에 치중하지만, 돈은 주로 6개월, 1년, 10년 뒤를 내다보고 장기 투자하는 큰손들이 가져간다. 산업을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기업을 사서 시간에 투자한다면 돈을 벌 수 있다. 10년 전 코스피지수는 1000에서 2000으로 2배 올랐지만 중소형주들로는 돈을 별로 못 벌었다. 시간이 재산을 불려주지 ‘마우스 클릭’이 돈을 벌어주지 않는다.”
최근 전문가들이 꼽는 2011년 유망주는 화학 조선 금융 자동차 IT 등이다. 화학부문은 석유화학과 정유 모두 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시장 이상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조선 역시 수주 실적 바닥 탈출에 따른 반등 수혜가 예상되는 만큼 덜 오른 종목을 중심으로 한 투자 조언이 많다.
금융부문은 유망업종으로 꼽히기는 하지만 은행주는 상승 한계가 존재하고, 증권주는 시장 부침에 동조하는 만큼 제한적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자동차도 여전히 유망하지만 워낙 많이 오른 데다, 공급능력 제한으로 인해 상승폭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 IT는 2011년 1분기 실적을 봐야 다시 상승 사이클에 복귀할 수 있을지 확인된다는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계 운용사 대표는 “개인이 종목 선정에서 큰 성공을 거둘 가능성은 높지 않다. 차라리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나 인덱스펀드를 권하고 싶다. 2011년 시장이 적어도 상반기에는 오를 것이란 의견이 많은 만큼 레버리지(지수 상승시 지렛대 효과로 추가 상승)를 통해 지수 수익률을 웃돌 수 있는 레버리지ETF나 레버리지인덱스가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