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은행 되찾기 범국민 운동본부’는 “미국계 펀드 론스타에 국내 대기업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해 파문이 예상된다. 범국본 김준환 사무처장이 <일요신문>과 만나 론스타 실체에 대한 의혹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최근 현대건설과 외환은행 매각이 경제계를 넘어 사회·정치적 이슈가 되면서 현재 외환은행을 소유하고 있는 론스타도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 와중에 시민단체인 ‘외환은행 되찾기 범국민 운동본부’(범국본)가 “미국계 펀드로만 알고 있는 론스타에 국내 재벌 기업도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해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2월 23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준환 범국본 사무처장(동우대 교수)은 “금융위원회도 이 사실을 알고 있으나 여전히 론스타 자격 심사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론스타에 한국인 큰손은 물론 국내 대기업이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비금융 자본’이 총자본의 25% 이상이거나 총자본이 2조 원 이상이면 이는 ‘산업자본’에 해당해 은행 지분을 9%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그동안 론스타는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금융자본’인지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되어 왔다. 시민단체에서는 론스타의 전 세계 투자 현황이나 투자자들의 성격을 볼 때 산업자본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해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07년 7월 론스타로부터 자산, 자본 현황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받아 산업자본에 해당하는지 심사에 들어갔다. 은행법상 6개월마다 적격성 심사를 하게 돼 있는데 다른 은행과 달리 외환은행은 론스타가 인수한 2003년부터 2006년 말까지 제대로 된 기준 심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만일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 판정되면 외환은행 보유 지분 51.02% 가운데 9% 초과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고 금융위는 이 초과 지분에 대해 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럴 경우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무효화되고 정부는 은행 소유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는 논란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금융위는 자격 심사에 착수한 지 3년이 넘도록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금융위는 과거 론스타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는 경제개혁연대의 요구를 거부하며 소송을 진행 중이다. 론스타는 최근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기고 국내 자본 시장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끝나기 전에 론스타와 하나금융이 본 계약을 체결해서는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또한 금융위가 이미 인수 당시부터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승인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외국계 사모펀드로 알려진 론스타의 사실상 절반 이상이 국내 자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준환 사무처장은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의 정확한 명칭은 론스타 펀드 4호인데 4호에는 총 23명(기관)의 투자자가 있다. 현재까지 론스타의 투자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으나 여러 자료들을 살펴보면 국내 대기업 등이 론스타 투자자임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처장은 그 근거로 크게 세 가지를 꼽고 있다. 먼저 다른 글로벌 펀드와 달리 론스타의 투자처의 50% 이상이 한국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역삼동 스타타워에 투자한 론스타 펀드 3호 투자자들에 대해 국세청이 과세하는 과정에서 펀드 3호와 4호 투자자가 상당수 동일인으로 밝혀진 것을 꼽는다. 즉 외환은행 매각이 외자 유치라는 정부 발표와는 달리 론스타가 국내 부실 채권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그대로 외환은행 인수에 사용했고 이는 투자금 중 상당수가 국내에서 조달되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김 처장은 또 다른 근거로 론스타 펀드 4호에 투자한 23명의 투자자 중 10명 정도가 300억 원, 500억 원 등 원 단위로 돈을 송금한 사실을 꼽는다. 이는 범국본이 확보한 ‘외국인 투자 신고서’를 통해 드러난 것으로 통상적인 외국인 투자의 경우 3800만 달러, 4000만 달러 등 달러 기준 금액으로 송금, 원화로 환전되면 뒷자리가 딱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범국본의 주장처럼 론스타에 국내 재벌 기업들이 참여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먼저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명분으로 내세운 ‘외자유치’가 사실상 거짓말이 되는 셈이다. 또한 론스타 투자자로 참여한 국내 기업들은 ‘국민 혈세로 회생시킨 은행에 대기업들이 외자 유치를 가장한 투자를 통해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시민단체들의 주장에 대해 금융위원회 측은 “심사가 진행 중이어서 그 사안에 대해서 언급하기가 어렵다”며 “(시간이 있으니 검토해보겠다는 진동수) 위원장의 입장이 금융위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
“금융위도 ‘검은머리 외국인’ 존재 알아”
<일요신문>은 지난 12월 23일 오후 김준환 외환은행 되찾기 범국민운동본부 사무처장을 만나 3시간가량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핵심 내용을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한다.
―론스타가 한국에 투자하는 비율이 유독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1997년 금융위기로 인해 많은 부실기업들이 생겨난 것이 배경에 깔려 있지만 론스타 코리아에서 영입한 경제 관료 출신 인사들이 한국의 부실 채권을 집중 매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글로벌 펀드 중 한 나라에 50% 이상을 투자하는 곳은 거의 없다.
-국민들은 론스타를 미국계 사모펀드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 펀드 4호의 투자자는 총 23명(기관)이다. 이 중 적어도 6명, 많게는 12명 정도가 국내 자본이다. 론스타가 유수의 글로벌 펀드들을 제치고 국내 부실 채권을 싹쓸이하다시피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근거는 무엇인가.
▲론스타가 제출한 ‘외국인 투자 신고서’ 등을 보면 총 23명 중 10명의 투자자 송금 내역에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DB(도이치방크)나 NAB(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뱅크) 계좌를 통해 100억 400억 500억 등 원 단위로 딱 떨어지게 돈을 입금했다. 이와 달리 HSBC 은행을 통해 송금된 내역을 살펴보면 달러 단위로 돈을 맞춰 입금했다. 금융실명제로 인해 밝히기는 어렵지만 투자 전표도 다 가지고 있다.
-금융위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가.
▲물론이다. 1·2심 법원도 심사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지만 금융위는 대법원 판결이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