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 ||
올해 초까지만해도 삼성전자를 앞세운 이건희 회장이 랭킹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며 단연 앞섰다. 그러나 최근 현대차그룹 계열 상장사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이들 두 총수의 재산에 큰 변화가가 일고 있어 흥미를 더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증권거래소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부동의 1위 재벌인 삼성 이건희 회장의 보유주식수는 5백24만5천 주, 금액으로는 1조3천4백17억원이다. 2위인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보유주식수는 3천6백87만7천 주, 금액으로는 1조1천8백22억원.
금액으로 따졌을 때 두 사람 간의 격차는 2003년 말 2천3백98억원에서 1천5백95억원으로 차이가 급격히 좁혀졌다.
정 회장의 재산(주식 평가액)이 늘어난 것은 당연히 보유지분이 늘어난 데서 찾을 수 있다. 정 회장은 올해 들어 INI스틸, 현대하이스코 등의 지분 매입으로 보유지분이 무려 22.3%나 늘었다.
현대차의 지분구조는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나 현대하이스코, INI스틸 등을 통해 자신의 현대차(5.2%) 지분을 포함해 현대차그룹을 지배하는 구조다.
정 회장은 지난 6월 초부터 중순까지 INI스틸의 주식 1백97만7천7백여 주를 사들여 지분을 8.8%에서 10.8%로 끌어올렸다. 정 회장은 이어 지난 7월 말에는 INI스틸이 갖고 있던 현대하이스코 주식 4백73만6천5백 주(5%)를 사들였다. 이로써 현대하이스코에 대한 정 회장의 지분은 기존 3백28만 주(4.1%)에서 8백2만 주(9.1%)로 늘었다.
INI스틸은 하이스코 주식을 판 이유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 및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보철강 인수를 위한 인수 자금 마련이 그 이유라는 설명.
정 회장이 지분을 매입한 뒤 한보철강 인수도 확정됐고, 현대차 주가도 뜨는 겹경사가 이어졌다. 정 회장이 INI스틸을 사들였을 때 8천원대이던 주가가 한보철강을 인수하면서 시장에서 호재로 인식되고 주가가 1만4천원대까지 뛰어올라가는 등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 또 현대하이스코 주식도 매입 당시 4천원 초반이던 게 7천원 선을 넘어서고 있다.
이런 호재 중에서도 가장 큰 호재는 현대차의 신차 효과다. 5세대 쏘나타인 NF쏘나타가 지난 9월 발표된 뒤 호평을 받으며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대차 주가도 신차 효과를 받으며 10월 들어 사상 최고가인 6만원대를 훌쩍 뛰어 넘어버렸다.
이에 비해 쫓기는 입장인 이건희 회장은 지난 4월 말 삼성전자 주가가 63만8천원을 고점으로 꺾이기 시작해 50만원대 아래에서 머물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서 연말 증시에서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주목받고 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경우 그동안 경이적인 실적을 보여줬던 휴대폰 부분과 LCD부분에서 경쟁 치열화에 따라 이익률이 크게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3분기나 4분기 재무제표에서 삼성전자가 올리는 순이익이 여전히 크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올 2분기 이전만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
게다가 이 회장의 경우 본인의 명의로 된 계열사 주식수가 정몽구 회장에 비해 7분의 1 규모라는 점도 전체 주식평가액 비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차가 이끌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함대를 이끌고 있는 현대차 실적이 좋아지면 부품 납품을 하는 현대모비스나 현대하이스코의 성적도 동반 상승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점은 삼성의 전자 계열사도 마찬가지.
하지만 이 회장은 계열사 명의로 갖고 있는 지분이 더 많고,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에버랜드의 대주주는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이기 때문에 회장 대 회장의 비교에서 정 회장에 비해 불리한 셈이다.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은 한국 산업재벌의 양대 기둥이다. 이들이 이끄는 상장 기업의 실적이 좋아질수록 전체적인 국내 부의 규모가 커지는 만큼 이들의 경쟁이 흥미를 끌고 있다.
10대그룹 총수 상장계열사 보유주식 평가액(9월23일 기준)
1위 이건희
주식 : 5백24만5천주(변동 없음)
금액 : 1조3천4백17억원(+1천5백37억원) ↑12.9%
2위 정몽구
주식 : 3천6백87만7천주(↑22.3%)
금액 : 1조1천8백22억원(+2천3백40억원) ↑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