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낚으려면” “알짜기업 왜 팔아?”
지난 1월 7일 코스닥시장본부는 GS홈쇼핑에 대해 ‘최대주주 지분 매각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GS그룹이 GS홈쇼핑을 신세계에 매각할 것이란 소문이 확산되고 있는 까닭에서다. 1월 10일 GS홈쇼핑은 답변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 지분 매각설과 관련하여 당사 최대주주인 ㈜GS에 문의한 바, 전혀 사실무근임”이라고 알렸다.
GS 측이 부인하고 있음에도 GS홈쇼핑 매각설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재추진 가능성 때문이다. 아직까지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재추진을 위한 자금 확보용으로 GS홈쇼핑을 매각하려 한다는 게 재계에 퍼진 GS홈쇼핑 매각설의 골자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재추진설이 나돌 때마다 GS 측은 “그럴 일 없다”고 부인해왔지만 이런 관측이 불거지는 배경으로 GS 오너일가 내부 사정이 거론되곤 한다. GS그룹은 허창수 회장이 총수로 있지만 사실상 ‘집단지도체제’에 가까운 구조를 갖고 있다. 그룹 내에서 허 회장과 만만치 않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허 회장의 사촌형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을 비롯해 허 회장 동생들과 사촌들이 계열사 CEO 자리를 꿰차고 있다. 그룹 안팎에선 허창수 회장과 허동수 회장에 못지않은 세력으로 허창수 회장 숙부인 허완구 승산 회장 일가를 꼽는다. 허완구 회장 장남 허용수 GS홀딩스 전무는 지주사인 GS홀딩스 지분 4.10%를 보유해 허창수 회장(4.75%)에 이은 2대주주에 올라있다. 허용수 전무는 승산레저 대표로 있다가 2006년 말 인사를 통해 GS홀딩스에 신설된 사업지원팀 담당상무로 영입됐으며 2009년 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당시 사업지원팀이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이 GS에 인수될 경우 허완구-허용수 부자가 경영을 맡게 될 것이란 관측이 뒤를 따랐다.
GS는 비록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실패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전까지 채권단으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GS가 컨소시엄 파트너였던 포스코와 인수 가격에 대한 견해를 좁히지 못하고 컨소시엄 결렬을 선언하게 됐고 이는 결국 “GS가 돈 아끼려다 다 잡은 대형 매물을 놓쳤다”는 뒷말을 낳았다. 그만큼 인수 작업을 이끌었던 허용수 전무 측의 아쉬움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였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그러나 GS홈쇼핑 매각설에 대한 그룹 안팎의 회의적 시선도 만만치 않다. GS홈쇼핑 같은 알짜 계열사를 굳이 팔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GS홈쇼핑은 지난 2009년 991억 원의 영업이익과 582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827억 원, 순이익 599억 원을 내고 있다. 때문에 GS 내부에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을 원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 간의 GS홈쇼핑 매각설을 둘러싼 신경전이 벌어진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이런 와중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GS홈쇼핑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면서 GS홈쇼핑 매각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 1월 11일자 <매일경제> 인터뷰를 통해 정 부회장은 “(GS홈쇼핑이) 매물로 나오지도 않았는데 언급하는 것은 결례”라면서도 “충분히 관심은 있다. 매물로 나온다면 우리가 없는 유통채널을 갖출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라 밝혔다.
아직 홈쇼핑에 진출하지 못한 신세계와 대형 M&A(인수·합병)용 실탄 수급을 원하는 GS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 GS홈쇼핑 매각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도 있는 셈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재추진 여부를 둘러싼 GS그룹 내 정서와 GS홈쇼핑이 매물로 나오길 바라는 외부의 열망이 맞물려 당분간 GS홈쇼핑 매각설의 열기는 식지 않을 전망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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