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능력 1순위로 ‘외부인사 영입력’ 내세워…상대당 출신 ‘임대선수’ 논란 부담
#국민의힘, 모두가 스카우터
국민의힘 당권 경쟁에 나선 후보들은 앞다퉈 “외부선수 영입 적임자는 바로 나”라며 당을 지휘하는 감독이 아닌 스카우터로서의 영입기술을 당대표 능력 1순위로 내세우고 있다. 대선 후보 영입이 당대표의 최대 사활적 과제가 된 것이다.
당대표 선거 출사표를 던진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5월 13일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모임인 ‘마포포럼’ 강연에서 대선 후보 영입 대상자와의 인연을 앞세웠다. 그는 “윤석열 전 총장이 대구지검에서 3차례 근무했는데, 그동안 저는 (판사로) 대구지법에서 3차례 근무한 인연이 있다. 서울의 집도 같은 아파트라 자주 만났고, KTX 타고 (대구로) 같이 내려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주 전 원내대표는 또 “최재형 감사원장의 경우 같은 군부대 법무관으로 근무한 인연이 있다”고 언급했다.
당권 경쟁에서 컷오프됐지만 검사 출신 김웅 의원도 5월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신이 윤 전 총장과 가장 가까운 사이임을 강조했다. 그는 검사 사직 당일 윤 전 총장과의 대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당시 윤 전 총장이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의원은 윤 전 총장과의 개인적 인연에 대한 질문에 “제가 사직하겠다고 나오는 날 마지막으로 뵙고 나온 분”이라며 “(당권주자들 중에는) 제가 가장 가까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당대표로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5월 20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전 총장 등 당 외부 인사의 영입 의사’에 “우리 당 주자들이 기득권 없는 상태에서 경선을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적극 영입 의사를 내놨다.
나경원 전 의원은 5월 26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예비경선 비전발표회에 참석해 “특정 세력,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당대표는 거침없는 확장이 어렵다”며 “차기 당대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립성, 공정성이 요구된다. 특정 계파 당대표가 뽑히면 윤석열 안철수가 과연 오겠나”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무계파성을 강조하며 김웅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 등 유승민계가 당권을 잡으면 외부 영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인사들도 ‘영입 역할론’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친박계 핵심으로 불렸던 김재원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서울지검장일 때 기소돼 온갖 고초를 겪었다. 그러나 윤 전 총장과 함께하지 않으면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며 “제가 지휘부의 일원으로 윤 전 총장 영입에 앞장서면 국민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고, 제가 나서야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피해자 역할론’을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적폐청산 수사를 지휘할 때 기소된 바 있다. 김 전 의원이 청와대 정무수석이던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가 이른바 ‘진박감별’ 여론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으로부터 비용 5억 원을 지원받았다는 혐의를 받았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외부 영입’을 이미 당론으로 정한 모습이다.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5월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야권에 속한 후보들이 적절한 시점에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통합 플랫폼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당내 인사뿐만 아니라 당 밖 인물들의 실명을 박았다. 윤석열 전 총장을 포함해 최재형 원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이었다.
국민의힘 한 현역 의원의 전망이다. “이번 당권 경쟁 구도를 보면 알지 않느냐. 당대표 선거든, 최고위원 선거든 후보들이 많이 나오니까 말도 많아지고 관심도 높아진다. 흥행 측면에서 봐도 대권 주자가 많아지는 다다익선 전략이 좋다. 유승민 원희룡 등 우리 당내 자원에다가 윤재동(윤석열·최재형·김동연), 안철수 대표, 홍준표 의원까지 모아 놓고 경쟁을 시키면 멋진 컨벤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사실상 이재명 경기지사 혼자 달리는 민주당과는 판이 달라질 것이다.”
#영입 선수, 실제 뛸 마음은?
“나도 윤 전 총장과 정말 가까운 사람을 알고 있다. 그런데 여러 차례 영입에 관한 얘기를 던져도 확답을 안 해준다고 한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영입 대상자들에 대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을 비롯해서 모든 전·현직 의원들은 일단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가장 앞서있는 윤 전 총장 영입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윤 전 총장은 물론, 그의 지인과 측근들에게 메시지를 날려 대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답이 없다는 것이 의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윤 전 총장의 한 지인은 “정치를 하겠다는 마음은 확실한 것 같다. 다만 언제 어떻게 들어가느냐를 놓고 고심 중이다. 또한 ‘당신이 뭘 안다고’라는 질문에 대비해 수준 높은 대답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아주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의 잠행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스토리로 보면 윤 전 총장보다 훨씬 더 낫다”는 비교 우위 상품론이 급부상 중이다.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원자력산업의 해외 공동 진출 시도 합의도 있었던 터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밝히는 데 집중해온 최 원장이 더 강력한 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두 아이를 입양한 ‘따뜻한 보수’의 스토리에, 최근 여러 선거에서 보수와 진보진영을 오가는 스윙보터로 역할을 하고 있는 부산·울산·경남 출신(경남 진해)이란 점도 득표 확장성이 크다는 평가다.
최 원장을 잘 아는 법조인 출신 한 전직 국회의원은 “인격·능력 면에서 보면 차기 대통령감으로 그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 그런데 최 원장을 국민의힘이 단독 후보로 옹립한다면 모를까 경쟁을 해 후보 자리를 따내라고 하면 그의 성격상 나서기 힘들 것으로 본다”며 다소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최 원장은 5월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명되는 데 대해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상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더 언급하지 않겠다)”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가 “절대 안 나간다”는 말은 끝내 내놓지 않아 출마 여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코로나19 상황 극복과 맞물려 경제지도자론이 회자되면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유력 후보로 소환 중이다. ‘정치판의 도사’로 불리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그를 콕 집어 호출하면서 김 전 부총리도 링에 올라가는 분위기다.
실제 김 전 부총리는 5월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소득수준이나 복지수혜에 관계없이 현금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기회복지에 투자해야 한다”고 발언, 이재명 지사 등 여권 잠룡들이 잇따라 보편 복지와 현금 지원을 제안한 것에 대해 분명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현 집권세력 및 여권 인사들과 결이 다른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면서, 확실한 야권 후보라는 점을 알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재부 출신으로, 김 전 부총리를 잘 아는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김 전 부총리는 야망도 있고 실력도 갖췄고, 흙수저 스토리도 있다. 지금 한참 고민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정치 초보에게 대선판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수 임대 명분·출구전략은?
국민의힘은 3인방을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이들 모두 현 집권세력과 한 팀으로 뛰었다는 부담도 갖고 있다. 이른바 ‘임대 선수’ 논란이다.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얼마나 당이 지리멸렬하면 수차례 집권했던 명문 정당이 임대 선수를 데려다 스트라이커로 쓰겠다는 것이냐”며 “당 내부 분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질타했다.
이들과 한 팀이어서 속사정을 잘 아는 민주당의 검증 시도도 국민의힘이 바짝 경계하는 대목이다. 실제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5월 2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 주최 집회에 들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적당히 되는 게 아니다. 하나씩 제가 자료를 체크하고 있다”며 “윤석열의 수많은, 윤우진 등 사건에 대한 파일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우진 사건’은 윤석열 전 총장 측근인 윤대진 전 검사장의 친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무마 의혹을 지칭한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들의 영입이 최종 좌절됐을 경우에 대비한 출구 전략도 주문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2002년 정몽준, 2012년 안철수 후보는 당시 민주당 외부 영입 대권 후보로 막판까지 추진되다가 종국에는 민주당 자당의 후보가 대선주자가 됐다. 우리 당도 이 그림에 대비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민준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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