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측은 무엇보다도 공항공사가 호텔신라 측에 과도한 특혜를 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측은 “호텔신라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루이뷔통 매장 규모는 인천공항 면세점 내 가장 큰 규모인 594㎡(약 180평)로, 이 가운데 기존 신라면세점의 공간은 일부에 불과하고 나머지 상당 부분은 고객편의시설인 여객대합실(휴게) 공간으로 충당된다”면서 “이는 사실상 신규 면세점 사업권 부여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루이뷔통이 입점하기로 한 구역은 인천공항 27~28번 게이트 사이에 있는 공간으로 공항에서 가장 중심에 위치해 있다. 현재는 공항 이용객들을 위한 의자나 서점 등이 있는 곳으로 루이뷔통이 입점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편의 시설들을 모두 철거해야 한다.
롯데면세점 측은 또한 “다른 브랜드와 달리 루이뷔통에 대해서만 7~8%의 낮은 영업요율을 적용하고 10년의 계약기간을 보장하는 것 역시 형평에 어긋나는 것으로 특정 사업자에 대한 특혜 제공에 해당하며, 계약 내용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롯데면세점은 “루이뷔통에 대해 10년의 계약기간을 보장할 경우 현재의 제2기 면세점 사업계약기간을 넘어 2013년 개시되는 제3기 사업계약기간에 대해서까지 루이뷔통의 입점이 보장돼, 제3기 면세점 사업계약을 위한 입찰시 공정한 경쟁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공항 내에 입점한 다른 면세점의 경우 계약기간 5년에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으며, 업종에 따라 30~35% 정도의 영업요율을 적용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측의 주장만 듣고 보면 특혜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한두 가지가 아닌 셈이다.
이처럼 특혜 논란이 불거지면서 업계에서는 ‘이채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삼성 출신이기 때문에 친정에 과도한 혜택을 준 것 아니냐’ ‘정권 고위 인사가 공항공사 측에 압력을 넣은 것 아니냐’는 등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사장은 1972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1996년 그만둘 때까지 24년을 삼성그룹에 몸담았다. 퇴직 당시에는 삼성GE의료기기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롯데면세점 측의 주장에 대해 호텔신라 측은 “상도의에 어긋난 행동”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2008년부터 우리와 롯데면세점이 선의의 경쟁을 펼쳐왔는데, 여기에서 졌다고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은 온당치 못하다”면서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루이뷔통 입점은 중요한 성과인데 여기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아예 사업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가처분 신청을 낼 것이라면 법원에 판단을 구하고자 하는 것인데 보도자료를 뿌리는 등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도 정당하지 못하다”고도 했다. 이채욱 사장이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누가 그런 말을 흘리고 다니는지 모르겠지만 이 사장이 삼성을 떠난 지 10년이 넘었으며 악의적인 루머에 불과하다”며 “그렇게 따지면 롯데에도 삼성 출신 임원이 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문했다.
롯데면세점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인천공항공사 측은 “소장 내용에 대해 자세하게 파악한 뒤 대응방안을 결정하겠다”고만 밝혔다.
한편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의 루이뷔통 입점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천공항 2기 면세점 사업자 입찰에 참여한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는 “입점하게 되면 루이뷔통을 유치하겠다”는 제안을 동시에 했다. 이때부터 두 업체는 루이뷔통 측과 물밑협상을 하는 등 유치 경쟁을 벌여왔다.
루이뷔통 유치전이 재계의 관심을 모은 또 다른 이유는 롯데면세점 신영자 사장과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당시 상무)이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재벌가 간 자존심 경쟁으로 확대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4월 루이뷔통의 모회사인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딸들의 전쟁’은 정점에 달했다. 당시 이부진 사장은 아르노 회장을 직접 만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달려갈 정도로 큰 의욕을 나타냈다. 신영자 사장 역시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과 면담한 아르노 회장을 소공동 롯데면세점으로 직접 안내하며 공을 들였다.
루이뷔통의 아르노 회장은 세계 어느 공항에도 매장을 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공항 면세점 특성상 좁은 공간에 여러 제품을 배열할 경우 자칫 명품 이미지가 훼손될 우려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르노 회장은 방한 당시 인천공항의 깔끔한 이미지에 좋은 인상을 받은 데다 두 여사장의 환대에 공항 입점 불가 원칙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이 사장에게 루이뷔통이 가져다준 선물은 가히 ‘명품’이었다. 재계에서 주목받은 여성 CEO(최고경영자)로 급부상했을 뿐만 아니라 그룹 내에서의 위상도 한층 강화된 것. 그는 전무에서 부사장을 거치지 않고 사장으로 승진하는 첫 번째 케이스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전 계열사를 통틀어 최초의 여사장이라는 타이틀도 얻게 됐다.
호텔신라의 한 내부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이부진 사장의 최대 관심사는 공항 면세점이었다”며 “롯데면세점에 비해서 위치가 좋지 않아 주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는데 이번 루이뷔통 유치로 이런 고민이 한 번에 해결됐다”고 말했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는 법. 면세점 업계의 선발주자인 신영자 사장은 체면을 구긴 셈이다.
롯데면세점 측이 소송을 걸 정도로 루이뷔통 유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또 있다. 루이뷔통 입점이 가져오는 경제적 부가가치가 상상 이상이기 때문이다. 루이뷔통은 명품 브랜드 중 ‘부유층 집객효과’가 유독 크다고 한다. 인천공항 입점이 단순히 매장 한 개를 추가한다는 의미를 넘어 홍콩, 싱가포르, 중국 베이징 공항으로 갈 환승객들의 발길까지 돌려세울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지난 2009년 인천공항에서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가 올린 매출은 각각 4600억 원 안팎으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에서 루이뷔통 면세점 유치는 1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또한 루이뷔통을 입점 시킨 ‘세계 최초’ 공항면세점이라는 프리미엄까지 보너스로 얻게 된다.
현재 루이뷔통은 호텔신라와 신라면세점 입점 계약을 했으나 호텔신라가 인천공항공사와 매장 위치, 공항 사용권 등의 계약을 마쳐야 입점할 수 있다. 과연 법원이 롯데면세점 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줄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
“방 빼” vs “못 빼”
롯데면세점 장영자 사장과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간의 면세점 전쟁은 이제 무대를 김포공항으로 옮겨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포공항 면세점은 그동안 롯데면세점이 396㎡(120평) 규모를 단독으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한국공항공사가 새로 423㎡(128평)를 추가하면서 복수 사업자 선정 논란이 있어왔다. 한국공항공사와 롯데면세점 측은 단수 사업자 선정을 주장해온 반면 관세청과 신라면세점 등은 복수 사업자 선정을 주장해왔다.
이처럼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자 국무총리실이 행정조정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국무총리실이 ‘단수 사업자 선정’에 무게를 두면서 기존 운영 사업자인 롯데면세점과 다른 면세점 사업자 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규모나 운영능력으로 볼 때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간의 2파전으로 압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신 사장과 이 사장이 김포공항 면세점을 둘러싼 또 한 번의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두 사람 간의 전적은 1승 1패다. 지난해 5월 AK면세점 인수전에서 롯데면세점이 승리한 반면 루이뷔통 유치전에서는 호텔신라가 승리했기 때문이다. 이번 김포공항 면세점 싸움에서도 두 업체는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김포 면세점마저 호텔신라에 내줄 경우 자신들이 내던 수익을 고스란히 호텔신라에게 빼앗기게 된다. 호텔신라의 경우 파격적인 혜택으로 루이뷔통 입점을 성공시키면서 구찌 샤넬 등 경쟁업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어 이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김포 면세점의 활용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측은 김포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오는 3월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