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선조직으로 알려진 ‘강남팀’이 아직까지 활동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①2009년 강남팀 비밀 사무실로 의심받아 친박계 일부 인사들이 습격했던 사무실이 나란히 붙어 있는 두 건물 중 한 곳에 있다. ②강남팀 리더인 정 아무개 씨 부부 소유 신사동 64X-X번지 건물. ③정 씨 부인 최 아무개 씨 명의 건물이었으나 2008년 매매한 건물. |
최 목사는 지난 1970년 중·후반 구국봉사단(구국선교단) 등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당시 ‘대통령의 딸’이던 박 전 대표를 명예총재로 끌어들인 뒤 박 전 대표와의 친분을 이용해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았던 인물. 당시 최 목사의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됐는가 하면 최 목사 및 그 가족들과 박 전 대표와의 친분관계를 두고도 여러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날선 공방이 벌어진 바 있으나 차기 대선과정에서는 ‘독보적 대권주자 박근혜’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이와 관련된 의혹 제기가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친박계 내 일각에서도 “‘최태민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들과의 관계를 정리해야 대권 가도에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조언을 내놓는 이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박 전 대표와 최태민 목사의 ‘끈’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의심받는 배경에는 바로 ‘강남팀’(삼성동팀)에 대한 소문이 존재한다. ‘강남팀’이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미 거론된 바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선조직으로 알려진 팀. 최태민 목사의 사위 ‘정 아무개 전 실장’을 중심으로 해 꾸려진 것으로 알려지는 이 ‘강남팀’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소문이 전해졌으나 이후 한동안 잠잠했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09년 초반 친박계 일부 관계자들과 ‘마찰’을 겪으면서 팀이 재가동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기 시작했다. 한 친박계 인사는 “친박계 내에서 이들 강남팀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강남팀 ‘비밀사무실’을 찾아내 습격한 일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과연 박 전 대표가 여전히 최태민 목사의 ‘사람들’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는 친박계 일부 인사들의 주장은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소문으로만 나도는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선 조직으로 알려진 ‘강남팀’은 과연 존재할까.
최근 친박계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세론’을 믿기엔 불안감이 적지 않다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들이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는 한 이유로는 앞으로 다가올 치열한 대선 레이스에서 펼쳐지게 될 ‘검증 국면’에서 과연 박 전 대표가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느냐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지난 대선이 끝난 이후 한 번도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으며 독보적 위치를 고수해온 박 전 대표에게 왜 이러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걸까. 한 친박계 인사는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거론되었던 여러 가지 의혹이 다시 제기될 텐데 이번엔 그 검증 국면이 더욱 치열할 것이다. 특히 최태민 목사와 관련된 소문은 철저한 검증을 다시 거쳐야 할 것이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가 지난 경선에서보다 명쾌한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한순간에 대세가 흔들릴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인사를 비롯해 몇몇 친박계 인사들은 “박 전 대표가 여전히 최태민 목사의 사위 정 아무개 전 실장과의 인연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해 왔다.
친박계 일부 인사들의 이와 같은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이미 박 전 대표가 ‘최태민 목사와 관련된 소문’으로 인해 시달렸다는 점만 봐도 이와 같은 우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최태민 목사 루머’는 박 전 대표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종종 거론되어 왔기 때문.
그리고 지난 2009년 초, 이러한 주장을 하는 친박계 일부 인사들이 한 차례 소동을 일으키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친박계 내 일부 강경론자들이 이른바 ‘강남팀’의 비밀 사무실로 의심되는 곳을 ‘습격’하는 사건이 벌어지게 된 것. 이 과정에서 이들 강남팀 사람들과 물리적인 충돌을 빚을 뻔했던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당시 이 사무실을 ‘습격’했던 한 관계자는 “2009년 5월경이었다. 강남팀 사무실의 위치를 알아내기 이전에 박 전 대표의 삼성동 자택 앞에서 일주일여간 잠복을 했었다. 그러던 중 최태민 목사의 사위 정 아무개 전 실장과 ‘최태민 라인’의 몇몇 사람들이 박 전 대표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새벽 1시 반경의 야심한 시각이었다. 우리도 소문으로만 듣고 있다가 정 전 실장을 직접 목격하면서 아직도 강남팀이 활동하는구나 하는 의혹을 확실히 갖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 비밀사무실로 의심되는 곳의 위치를 알아내 며칠 뒤 그곳을 쳐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사무실에 최태민 라인으로 분류되는 관계자 한 명이 들어가는 것을 목격한 뒤 이후 ‘급습’했었다는 것. 하지만 이들이 찾아갔을 때 내부는 비어있었다고 한다.
지난 1월 26일 이 관계자가 알려준 당시 비밀사무실로 의심되는 곳이었던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았으나, 그곳은 현재 영업을 하지 않는 술집과 당구장 등이 있던 빈 공간이었다. 이들이 주장하는 당시의 ‘비밀 사무실’이 위치한 곳은 삼성동 박근혜 전 대표의 집에서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는 삼성동 11×-×번지 7층짜리 건물의 지하층이었다. 앞서의 관계자는 “당시 우리가 갔을 때 내부는 50여 평 규모의 비교적 넓은 공간이었고 벽에는 커다란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 사무실을 ‘급습’했던 이들은 10여 명 가까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박 전 대표의 자택에 정 아무개 전 실장이 출입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이들의 주장과 ‘비밀사무실’에 대한 의혹 제기에 대해 박 전 대표 측은 “금시초문”이라고 설명했다. ‘강남팀’의 존재에 대해서도 “이미 지난 대선 경선 당시 모두 정리된 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까지 이들 부부가 소유하고 있는 ‘신사동 64×-×번지’의 빌딩은 지하 2층, 지상 7층(옥탑층 별도) 규모로 시세가 240억 원대에 이른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업자의 설명이다. 정 전 실장과 최 씨 부부는 이 건물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지난 대선 당시에 ‘강남팀’과 ‘최태민 라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해외잠적설까지 나돌 만큼 한 번도 언론에 포착되지 않았었다.
지난 1월 26일과 27일 기자는 정 전 실장 부부 소유의 이 빌딩을 직접 찾아가 보았다. 한 인근 주민에 따르면 현재 정 씨 부부는 자제들과 함께 이곳에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주민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외부 출입을 하고 있다. 일전에 박근혜 전 대표와 관련해 소문이 불거지자 한동안은 어디에 갔는지 보이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정 전 실장 부부가 살고 있다는 건물의 5~7층은 외부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었다. 건물 1층 로비에는 해당 층에 ‘J’로 시작되는 상호를 붙여 두었으나 실제로는 살림집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 엘리베이터를 타보니 임대를 준 다른 층과 달리 5층부터는 엘리베이터 버튼도 눌러지지 않았다. 이 곳 관계자는 “외부인은 쉽게 출입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강남팀’의 핵심 인물인 정 아무개 전 실장이 아직까지 박 전 대표를 ‘돕고’ 있으며 “비밀 사무실에서 강남팀이 재가동되고 있다”는 친박계 일각의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박근혜 의원 측 관계자는 “그런 일은 들어본 일이 없다. 강남팀에 대해서도 말만 돌았지 실체가 없던 일 아니냐. 그 부분에 대해선 기사가 나와야 우리도 이런 이야기가 나도는 줄 알곤 한다”고 전했다. 또한 일부 친박계 인사들이 ‘최태민 라인’의 한 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 측 이 아무개 씨는 “그런 얘기는 말도 안 된다. (정 전 실장과도) 잘 아는 사이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정 전 실장을 만난 일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내가 24시간 수행을 하지 않지만 공식적인 일정 내에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들 일부 친박계 인사들이 이러한 문제제기를 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박 전 대표가 이른바 강남팀에 대한 의존도가 필요 이상으로 높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정치적으로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에 강남팀의 조언에 결정적으로 의존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왔다. 이에 대한 불만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지만 박 전 대표에게 ‘직언’을 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박 전 대표가 좀 더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강남팀에 대한 비중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충성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강남팀에 대한 반박 여론이 언제든 고개를 들 수 있고, 이는 박 전 대표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설사 이들의 시각과 주장이 오해에서 비롯된 편견일지라도 큰 싸움을 앞두고 단단한 내부 결속이 필요한 박 전 대표로서는 ‘정리’가 필요한 셈이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박근혜 방북 때 비서실장으로 동행
지난 대선 당시 ‘강남팀’을 이끌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던 정 아무개 전 실장은 고 최태민 목사의 사위로 지난 97년 박 전 대표가 대구 달성 총선에 출마했을 때 비서를 맡으며 ‘공식적으로’ 박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부상한 인물이다.
지난 대선 경선 당시 박 전 대표는 정 전 실장에 대해 “대구 달성에 출마했을 때 정 씨가 돕겠다고 해서 순수하게 도와준 것이다. 그래서 인연이 돼 입법보조원으로 도와준 것이다. 지금은 관계가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정 전 실장은 박 전 대표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2002년 박 전 대표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던 당시 비서실장 자격으로 동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비선조직으로 알려진 ‘강남팀’의 주도적인 인물로 전해지며 검증 국면에서 최태민 목사와 관련된 의혹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런데 정 전 실장의 구체적인 ‘프로필’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아 일정 부분 베일에 가려진 인물로 거론되기도 한다.